아바타와 '용아맥' 그리고 탈포털

[컴퓨터를 켜며] 김고은 기자협회보 편집국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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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아바타: 물의 길’이 개봉 7일 만에 300만 관객을 돌파하며 흥행 질주를 하고 있다. 개봉 1주일째에도 예매율이 80%를 넘고, ‘용아맥’(용산 아이맥스), ‘왕아맥’(왕십리 아이맥스) 같은 특별관은 티켓값이 2만원을 훌쩍 넘는데도 이달 말까지 거의 전 좌석이 매진된 상태다.


한 달 만원 남짓이면 무제한으로 영화를 볼 수 있는 OTT 시대, 그 두 배가 넘는 돈을 쓰며 극장을 찾는 건 왜일까. 아바타의 카피는 이렇게 손짓한다. ‘한 세대의 영화 이벤트를 경험하라(Experience the motion picture event of a generation).’

영화 ‘아바타: 물의 길’이 개봉 7일 째인 20일 누적 관객 수 300만 명을 넘어섰다. 사진은 서울 한 영화관에 걸린 아바타 홍보물. /연합뉴스


비슷한 주문을 했던 영화가 있었다. 지난 6월 개봉한 톰 크루즈 주연의 ‘탑건: 매버릭’. 원래 2020년 개봉 예정이었던 이 영화는 코로나19로 많은 영화가 극장 개봉을 포기하고 OTT 공개를 택하는 상황에서도 극장 상영을 고수하며 2년을 기다렸다. 결과는 ‘대박’. 영화를 본 한 관객은 이런 평을 남겼다. “영화관이 존재하는 이유”.


탑건과 아바타는 ‘관람’하는 것이 아닌 ‘체험’하는 영화의 대표적인 사례다. 그 체험은 반드시 영화관에서 이뤄져야 한다. ‘헤어질 결심’으로 칸 국제영화제에서 감독상을 받은 박찬욱 감독은 “영화관이 곧 영화”라고 말했다. “집중력을 가지고 여러 사람과 함께 동시에 영화를 본다는 것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체험”이란 것이다.


반대로 그런 경험이 없거나 썩 유쾌하지 못한 기억이 있는 사람들은 굳이 돈과 시간을 들여 극장을 찾지 않는다. 그래서 경험이 중요하다. 질 좋은 경험. 뉴스도 마찬가지다. 열심히 취재해 쓴 기사에 적절한 제목을 붙이고 공들여 편집한 신문(혹은 방송)을 통해 뉴스를 보는 경험이 축적된 사람은 해당 언론사 논조 등에 불만이 있을지언정 언론 일반을 쉽게 불신하진 못하리라고 감히 확신한다. 하지만 그런 경험을 했거나 하는 사람은 소수다. 대부분은 공들여 쓰인 기사와 (그보다 많은) 그렇지 못한 기사가 한데 섞여 대량 공급되는 포털에서 손가락 터치 몇 번으로 뉴스를 ‘소비’한다. OTT와 달리 구독료도 없으니 본전 생각으로 좋은 콘텐츠를 찾아볼 이유도 없다. 좋은 뉴스는 마치 멀티플렉스에 걸린 예술영화처럼 조용히 고립된다.

김고은 기자협회보 편집국 차장.


포털의 다양한 서비스 카테고리 중 하나일 뿐인 뉴스 페이지에서 기사 제공 형태는 물론 내용까지 유사한 뉴스들이 이용자에게 질 좋은 경험을 제공할 리 없다. 포털에서 실컷 조회수 장사를 해놓고 “우리 뉴스는 우리 집(홈페이지)에 와서 보세요” 하기엔 염치도 없다. 지저분하고 정리 안 된 집 사정도 문제다.


다행히도, 이런 문제를 바로잡으려는 시도가 올해 곳곳에서 시작됐다. 중앙일보는 포털이 아닌 자체 사이트 ‘더중앙’에서만 볼 수 있는 양질의 기사와 콘텐츠를 쌓아가다 지난 10월 유료화를 시작했고, 한국일보는 ‘읽는 재미의 발견, 더 나은 경험’을 위해 최근 사이트를 대폭 개편했다. 자체 앱을 강화하고, 포털 아웃링크에 대비해 홈페이지를 재정비하는 언론사도 있다.


포털에서 봐도 되는 뉴스를 번거롭게 앱을 깔거나 언론사 홈페이지를 찾아서 보려는 이용자는 거의 없을 것이다. 내용과 형식, 혹은 멤버십 등 모든 면에서 ‘더 나은 경험’을 제공해야 하는 이유다. 그렇게 좋은 경험이 쌓여야 ‘뉴스를 굳이 돈 주고 봐야 할 이유’도 설득력이 생긴다. 새해엔 좋은 뉴스를 최적의 방식으로 제공하고 또 경험하는 일이 많아지길 기대하며, 궁극의 탈포털에도 한 발짝 더 가까워지길 바란다. ‘마침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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