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처럼 쉽지만은 않은 탈포털… "반드시 새 수익모델 함께 진행돼야"

[2022 KPF 저널리즘 컨퍼런스]
탈포털 위한 콘텐츠·독자소통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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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사-네이버 조인트벤처 1호인 조선일보의 잡스엔(jobsN)이 폐업 절차를 밟고 있다는 사실이 지난 9월 기자협회보 보도로 알려지며 언론계에 적잖은 충격을 안겼다. ‘주제판 종료’라는 네이버의 서비스 정책 변경이 언론사 사업의 존폐에 영향을 미친 실례로써 언론의 포털 종속이 갖는 위험성을 환기하는 계기가 됐다.


언론사들이 최근 몇 년 사이 ‘탈(脫) 포털’을 화두로 삼는 배경 한편엔 이런 위기의식이 자리하고 있다. 지난 10일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주최한 ‘2022 KPF 저널리즘 컨퍼런스’에서 ‘탈포털을 준비하는 언론사들의 전략’을 주제로 발표한 이성규 미디어스피어 대표도 “플랫폼과의 적절한 거리두기가 필요한 상황까지 와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우리 언론은 그동안 뉴스를 생산하는 CMS, 유통, 뉴스 이용 모니터링까지 플랫폼이 제공하는 인프라에 과도하게 의존해왔다. 이 같은 “인프라 종속성은 극복하기가 매우 어렵다”고 이 대표는 지적했다. 그는 “포털이나 플랫폼의 뉴스 프로덕트는 그들의 정책 변경에 따라 언제든 바뀌거나 사라질 수 있다”며 “종속되다 보면 자신들의 운명조차 그들에게 맡겨야 하는 상황이 온다”고 말했다.

지난 10일 한국언론진흥재단 주최로 한국프레스센터 20층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2022 KPF 저널리즘 컨퍼런스’에서 언론사들의 탈포털 전략을 주제로 연사들이 발언하고 있다. /한국언론진흥재단 제공


그렇다고 방 빼듯 포털을 박차고 나오는 건 곤란하다. 이 대표는 “한 번에 탈포털하는 전략이 가장 어리석다”고 했다. 그는 ‘탈포털’과 ‘신규 수익모델 수립’ 전략은 반드시 병렬적으로 진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규 수익모델이 확장되는 시점에 가장 피해 규모가 적은 층위부터 플랫폼에서 서서히 빠져나와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탈포털만 생각하고 새로운 수익모델을 간과하는 한 아무것도 성과를 못 내고 훨씬 더 종속의 정도가 커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포털을 적으로 생각하는 순간 포털을 영리하게 이용할 전략이 머릿속에서 사라지게 된다”며 “적이라는 도덕적, 규범적인 단어들을 내려놓고 훨씬 더 영리하게 포털과의 협상이나 관계 설정을 해나갈 때 탈포털 전략이 성공적인 방식으로 귀결될 수 있다”고 말했다.

좋은 기사는 독자와 기자 둘 다 잡는다

그렇게 애써 포털과 거리를 두며 자체 플랫폼을 가꾼다 한들, 포털은 더 많은 기사와 이용자 편의성을 제공할 것이다. 포털에서와 같은 내용, 같은 품질의 콘텐츠로는 독자를 모을 수 없다는 의미다. 결국, ‘어떤 이야기(콘텐츠)를 팔 것인가’ 하는 물음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는 이유다. 탈포털이 궁극적으로 디지털 콘텐츠 유료화와 연결돼 있다는 점에서도 ‘차별화’는 필수 과제다. 누군지도 모르는 판매자에 지갑을 열 이용자는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늘 그렇듯 ‘어떻게’에 있다. 비슷한 기사들이 쏟아지는 포털에선 주로 ‘시간’과 ‘제목’으로 경쟁한다. 빨리 쓰거나, 더 시선을 끄는 제목을 달거나. 그렇게 해서 조회수는 얻을지 모르나, 콘텐츠 제공자(언론사)는 기억되지 않는다. 동아일보 히어로콘텐츠팀이 “읽으면 잊히지 않는 기사”를 쓰기로 한 건 그래서다. 이샘물 동아일보 디지털이노베이션팀장은 히어로팀이 지향하는 것이 “기억에 남고 공유할만하고 영감을 얻고 존중받을 수 있는 기사”라고 설명했다. 팀의 의사결정에서 우선순위는 항상 퀄리티다. 이 팀장은 “‘이것으로는 충분치 않다’고 서로 피드백하면서 우리가 기존에 추구하지 못했던 수준의 퀄리티를 추구하기 위해 노력한다”면서 “그러다 보니 많은 자원이 소요되고 평균 4~5개월의 시간이 걸린다”고 했다.


히어로팀이 여러 언론상을 받는 등 의미 있는 성과를 낸 건 사실이지만, 과연 ‘가성비’ 있는 투자였다고 할 수 있을까. 이 팀장은 이렇게 말했다. “독자들이 저희를 신뢰하고, 브랜드를 인지하고, 호감을 갖고, 기자들이 본인의 직업을 자랑스러워해서 이 업에 머물고 싶어 하는 것은 돈으로 살 수 없는 가치라 생각한다.” 동아일보 기자들은 한 번쯤 히어로팀을 하게 될 거란 기대를 하고 “‘인생작’을 쓸 수 있다는 꿈과 열망”을 품는다. 이렇게 “‘우리도 하면 잘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게 돼서 조직 내에 선순환이 있었다”고 이 팀장은 전했다.


그는 “열심히 소비하고도 불신하고 그 플랫폼을 경멸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어떻게 하면 ‘많이 조회되는 기사를 쓸 수 있을까’ 못지않게 중요한 질문은 ‘어떻게 퀄리티 저널리즘을 강화할까’여야 한다”면서 “우리가 자원을 투자한 가치의 입증을 통해서 독자의 신뢰를 얻고 기자 본연의 역량을 강화하는 이 모든 걸 함께 얻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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