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해서 보도국장 임명동의 부결 사태를 겪은 MBN이 보도국장 후보자 재지명 대신 보도본부장 인사를 내고, 임명동의를 통과하지 못한 보도국장 후보자들을 요직에 앉혀 구성원들의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19일 MBN 보도국장 신임투표 선거관리위원회는 정창원 보도국장 지명자에 대한 임명동의 찬반 투표 결과 재적인원(249명)의 절반 이상이 반대해 보도국장 내정자에 대한 신임이 부결됐다고 밝혔다. 지난 17~19일 치러진 이번 선거의 투표율은 91.97%였다. 지난달 8일 장광익 보도국장 내정자 임명동의 투표 이후 두 번째 부결이다.
MBN 사측은 보도국장 재지명 대신 보도본부장을 임명해 보도국장 대행을 맡도록 하는 인사를 단행했다. MBN은 지난 22일 사령을 내어 전 보도국장인 최은수 사업본부장을 보도본부장으로, 보도국장 임명동의 투표에서 부결된 정창원 부장을 시사제작국장, 장광익 부장을 기획실장으로 각각 임명했다. 최 본부장의 임기는 미정인 상황으로, 사측은 보도국장 대행 체제를 최소 6개월 정도 유지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인사 발령을 두고 MBN 노조와 PD협회는 비판 성명을 냈다. 전국언론노조 MBN지부는 지난 22일 성명을 내어 “돌고 돌아 회전문 인사격인 최은수 전 보도국장을 보도본부장으로 임명하고, 보도국장 대행 역할을 시킨다는 꼼수”라며 “보도국장 대행이란 타이틀을 달아 신임투표를 우회하겠다는 뜻이 아닌지 심히 의심스러운 대목”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차기로 거론되는 인물들이 주요부서 경험이 없어 보도국장을 시킬 사람이 없다는 (사측의) 이야기도 납득하기 어렵다”며 “회사가 그간 소수의 인물들에게 수년간 특정 주요 보직을 독점시키며 편중된 인사를 한 결과”라고 지적했다.
MBN PD협회도 지난 24일 성명을 발표해 “2차 부결 후 전 보도국장을 보도본부장으로 임명하고 보도국장 대행직을 맡긴 편법 인사는 사측이 이번 사태를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가 전혀 없다는 것으로 밖에 이해되지 않는다”며 “조직원과 함께 동의한 민주적 절차를 전면 부정하는 행위이고 이것이 바로 2번의 부결과 더욱 심해진 불신의 결과를 낳았다”고 밝혔다.
MBN이 시사제작국장에 구성원들의 임명동의를 통과되지 못한 인사를 임명한 것을 두고도 논란이 일고 있다. MBN PD협회는 “PD들의 의사와 요구를 전혀 존중하지 않고 받아들일 필요도 없다는 선전포고와 같다”며 “업무 이해도가 높고 업무 환경 개선을 할 수 있는 적임자가 초대 시사제작국장으로 임명되길 바랐지만 부결 이틀 만에 해당 인사를 돌려막기식 꼼수사령 낸 것은 납득하기 힘들다. 시사제작부는 좌천 유배지가 아니”라고 밝혔다.
MBN 노조는 성명에서 “구성원들로부터 신임이 되지 않은 인물을 변칙적인 방법으로 다시 보도국장에 버금가는 자리에 임명한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며 “시사제작국장 인사는 반드시 철회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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