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미디어 지형 보고서' 살펴보니

[글로벌 리포트 | 호주] 이지영 호주 캔버라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이지영 호주 캔버라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코로나19는 호주 기자들의 취재보도에 상당한 영향을 준 것으로 나타났다. 거의 대부분 기자들이 코로나19로 인해 취재보도 업무에 지장을 받았다고 응답했다. 10명 중 1명은 기자들에 대한 폭언, 폭행과 같은 가혹행위가 증가했다고 응답했다. 전년(4%)에 비해 무려 7%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2022년 2월 호주 미디어 인텔리전스 그룹인 미디어넷(Medianet)이 2021년 10~11월 사이 기자 98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담은 호주 미디어 지형 보고서(Australian Media Landscape Report 2022)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는 매년 호주 기자 1000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설문조사 내용을 바탕으로 기자들에 대한 인식 변화를 살펴보고 있다.


올해 발표된 보고서에서 가장 주목할 점은 코로나19로 인해 대부분 기자들이 취재보도 업무에 영향을 받았으며, 특히 연령이 낮은 기자들에게서 이러한 영향이 두드러졌다는 점이다. 무려 94%의 응답자가 코로나19는 자신들의 취재보도 업무 능력에 지장을 주었다고 답했는데, 흥미롭게도 55세 이상 응답자 11%는 전혀 영향을 받지 않았다고 답했다. 반면, 23세 이하 응답자 100%가 영향을 받았다고 응답해 상당한 차이를 보였다.


코로나19로 인해 어떤 영향을 받았는지에 대한 질문에, 응답자 중 30%는 취재보도를 위한 ‘이동 제한’을 꼽았으며, 24%는 자신이 일하는 ‘언론사의 재정적 위기’를 꼽았다. 이동 제한에 대한 영향은 특히 남성 기자들(35%) 사이에서 더욱 두드러졌다. 팬데믹 확산을 막고자 매우 강력한 봉쇄정책을 시행해온 지난 2년, 언론사 기자들의 고충이 여실히 드러난 결과이다. 한편 응답자 10명 중 1명은 ‘건강문제/안전성’에 영향을 받았다고 응답하였으며, 10명 중 1명은 기자들에 대한 ‘가혹행위 증가/언론의 약화’를 꼽았다. 특히 ‘건강문제/안전성’, ‘가혹행위 증가/언론의 약화’에 대한 응답률은 2020년 대비 각각 4%포인트, 7%포인트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목할 점은 연령이 낮은 기자들에게서 이들 항목들에 대한 응답률이 매우 높게 나타났다는 점이다. 23세 이하 응답자 33%, 23~29세 응답자 22%가 가혹행위 증가/언론의 약화를 영향 요인으로 꼽은 반면, 55세 이상은 4%만이 그렇다고 응답하여 큰 차이를 보였다.


2021년 기자들이 겪은 가장 힘든 점이 무엇인지 묻는 질문에 응답자 39%가 정신건강상(mental health) 문제를 가장 많이 꼽았다. 그 뒤를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37%)이 이었다. 어려움에 대한 인식에 있어서 기자들 사이 세대 간 격차가 존재했다. 23세 이하 응답자 58%, 23~29세 응답자 56%가 정신건강상 문제를 2021년 동안 겪은 가장 큰 어려움으로 꼽은 반면, 55세 이상 응답자 중 18%만이 같은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55세 이상 응답자의 경우, 다른 연령대 대비 금전에 대한 고민이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55세 이상 응답자 24%가 금전적 어려움을 꼽았다. 이는 다른 연령대 대비 10%포인트가량 높은 수치다. 또한, 고연령대에서 업무량 증가에 대한 응답률이 다른 항목들 대비 높게 나타났다. 3명 중 1명꼴로 업무량 변화가 가장 힘들었다고 응답했다.


코로나19는 전 세계 기자들의 취재보도 업무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호주 또한 마찬가지였다. 이번 보고서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위기가 이미 어려운 환경에서 일하는 호주 기자들 업무에 매우 큰 영향을 주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팬데믹 확산세에도 불구하고 현장취재를 다녀야 하는 기자들에게 건강과 안전에 대한 걱정은 날로 증가하고 있다. 전국민 봉쇄 조치로 많은 업무가 뉴스룸이 아닌 자택으로 옮겨짐에 따라 이에 따른 고충 또한 높아지고 있다. 특히 젊은 기자들에게서 이러한 체감 고충은 두드러졌다. 미래에 대한 불안과 걱정, 스트레스는 젊은 기자들의 정신건강에 상당한 영향을 주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바이러스 확산 및 팬데믹의 장기화로 달라지고 있는 업무 방식 변화에 좀 더 적극적인 고민과 대책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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