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의회가 TBS에 대한 서울시 출연금 지원을 중단하고 재단을 민영화하기 위한 논의를 시작했다. TBS에 대한 서울시의 ‘돈줄’을 끊어 사실상 문을 닫게 하겠다는 것이다. 지난달 4일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 76명이 ‘TBS 설립 및 운영에 관한 조례 폐지 조례안’을 공동 발의했고, 김현기 시의회 의장은 올해 하반기에 조례안을 처리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시의회에서 국민의힘이 과반을 차지한 가운데, 오세훈 서울시장도 ‘교통방송’을 ‘교육방송’으로 바꾸겠다는 구상을 여러 차례 밝혔다. TBS 내부에서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강택 TBS 대표는 “명백한 언론 탄압”이라며 쉽게 물러서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고, TBS 이사회는 조례안을 논의하는 긴급회의를 열었다.
‘TBS 폐지 조례안’을 밀어붙이는 쪽에서는 교통안내 방송이라는 TBS의 설립 취지가 시대에 뒤떨어졌다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TBS가 도마에 오른 핵심적 배경은 라디오 프로그램 ‘김어준의 뉴스공장’이다. 프로그램이 시작된 이래 공영방송의 취지에 맞지 않는 정파적 주장을 방송한다는 논란이 잇따랐기 때문이다. 지난 6월엔 사실과 다른 내용을 방송했다며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주의 처분을 받기도 했다. 정치적 편향성과 오보 논란이 끊이지 않는데도 TBS는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TBS가 논란을 자초한 측면이 있지만, 시의회가 조례안 처리를 강행한다면 정치 권력의 언론 길들이기라는 지적은 피할 수 없어 보인다. TBS는 30년이 넘는 역사를 지닌 방송사로 ‘김어준의 뉴스공장’ 이외에 다양한 TV와 라디오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뉴스를 보도하고 있다. 공영방송의 공익성을 살린 깊이 있는 프로그램들은 이달의 PD상을 수상하는 등 성과를 보이기도 했다. 연간 약 300억원을 서울시로부터 지원받는 공영방송사를 민영화하려면 적절한 공론화 과정을 거쳐야 한다. TBS가 공영방송으로서 공적 책무를 제대로 수행했는지에 대해 생각이 다를 수 있다. 하지만 깊이 있는 논의 없이 조례 개정만으로 TBS를 폐지한다면 언론 탄압이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TBS도 공영방송으로서 제 역할을 충분히 했는지 돌아봐야 한다. 대부분의 시민들은 TBS를 ‘옛 교통방송’, 혹은 ‘김어준의 뉴스공장’으로 인식하고 있다. 이강택 대표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TBS를 ‘시민참여형 수도권 공영방송’이라고 정의내리며 “지방자치단체의 역할에 기초한 지역적 가치와 시민참여를 구현하는 것”을 TBS의 역할로 내세웠다. 하지만 TBS를 이같은 풀뿌리 공영방송으로 받아들이는 서울시민은 많지 않아 보인다. TBS는 이번 폐지 조례안 발의를 계기로 공영방송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해왔는지, TBS의 노력이 서울시민들에게 얼마만큼 진정성있게 다가갔는지 되돌아봐야 한다.
이제 어떤 방식으로든 변화는 피할 수 없게 되었다. 언론노조는 서울시의회에 공영방송 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TBS 지원 폐지 조례안과 TBS의 공적 책무 이행 등을 폭넓게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아울러 시의회 문광위에서 논의 중인 폐지 조례안 관련 공청회 및 토론회도 공영방송 특위로 이관해 서울시민의 참여를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은 TBS가 단순히 ‘김어준의 뉴스공장’이나 교통안내 방송이 아닌 풍부한 인적, 물적 자원으로 다양한 공익적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방송사라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30년이 넘는 역사를 지닌 공영방송사를 정치적 결정으로 폐지한다면 언론탄압이라는 후폭풍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TBS는 공영방송사로서의 책무를 성실하게 수행했는지 통렬하게 반성해야 한다. 시민들의 지지가 있어야 TBS는 진정한 시민들의 공영방송으로 존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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