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 10조 돌파' 태영, SBS 지분은 어떻게?

[유예기간 2년 내 SBS 지분 팔아야]
TY홀딩스, 의결권 제한 공문 받아
일각 "윤 정부, 방송법 개정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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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최대주주인 태영이 자산총액 10조원 이상 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서 SBS의 지배구조 향방에 대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행 방송법 상 자산총액 10조원이 넘는 기업은 지상파방송사 지분 10%를 초과해 소유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어 태영이 유예기간인 2년 안에 SBS 지분을 팔아야 하는 상황에 놓였기 때문이다. 다만 ‘지상파 소유규제 완화’가 언급된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국정발표 등으로 SBS 안팎에선 매각 가능성에 대한 우려는 시기상조라는 인식이 지배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27일 발표된 공정거래위원회 2022년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 결과에 따르면 태영은 자산총액 10조원 이상 상호출자제한집단으로 포함됐다. 현재 SBS의 지분구조는 태영의 지주회사인 TY홀딩스 36.9%, 국민연금공단 10.6%, VIP자산운용 6.6% 등으로 이뤄져 있다. 방송법에 따라 자산총액이 10조원 이상인 기업은 지상파방송사의 지분 10%를 초과하여 소유할 수 없고, 규정 위반 시 10% 초과 지분에 대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다. 방송통신위원회는 해당 기업에 6개월 이내 위반 사항을 해소하라는 시정명령을 할 수 있다. 지난 2일 TY홀딩스는 방통위로부터 의결권 제한 통지 공문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SBS 사옥. /연합뉴스


같은 사례로 방통위는 지난달 27일 UBC울산방송 지분 30%를 소유하고 있는 삼라에 ‘6개월 이내에 위반 사항을 시정하라’는 2차 시정명령을 내렸다. 삼라는 지난해 5월 공정위 대기업집단 지정 발표에서 자산총액 10조원을 초과한 기업으로 포함됐는데 적절한 인수자를 찾지 못해 1년 넘게 매각이 지연되고 있는 상황이다.


태영의 자산총액 10조원 대 진입은 수년 전부터 예견된 상황이었다. 앞서 정치권과 방송업계 에선 지상파 소유규제 완화를 위한 움직임이 지속적으로 있어왔다. 지난해 12월20일 양정숙 무소속 의원은 “방송사 지분의 소유 제한 기준이 되고 있는 기업의 자산총액을 현행 10조원에서 국내총생산액의 1000분의 15이하”로 하는 방송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2020년 국내총생산 1933조원에 적용하면 자산총액 기준을 29조원까지 확대할 수 있는 셈이다.


해당 개정안이 발의되자 지난해 12월23일 한국방송협회는 성명을 내어 “정책당국이 하루라도 빨리 지상파방송사업자의 소유 규제를 개선하는 절차에 착수하도록 강력히 요구”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날 방통위도 ‘2022년 업무계획’을 발표하면서 소유·겸영 규제 개선 등 방송 규제체계 전반을 재검토하기로 했다. 지난 2월 대선 국면 SBS는 주요 대선후보 캠프에 △자산총액 10조원 소유제한 규제 완화 △민영 지상파 외국인 지분 소유 허용 등 민영방송 정책과제가 담긴 ‘민영은 민영답게’ 문건을 전달하기도 했다.


방송법 개정안은 지난 3월30일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심사소위에 상정된 상태다. 다만 매각 유예기간 안에 법안이 본회의를 통과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날 방송법 개정안에 대한 검토보고서에선 “개정안에 따른다면 사실상 상위 10여개 기업을 제외한 모든 대기업이 지상파방송사업자 지분을 소유할 수 있게 되고, 현재 기업의 지상파방송사 소유 구조를 고착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며 “앞서 삼라, 호반건설의 사례에 대해 방통위가 시정명령을 하여 지분매각 등이 이뤄진 시점에서 개정안을 도입하는 것은 태영-SBS에 대해 유리한 규제가 적용되도록 하는 것으로 형평성에 위배되는 것으로 본다”는 내용이 나오기도 했다. 양정숙 의원실 관계자는 “법안이 상임위에 회부가 됐고, 전체회의를 거쳐 이제 소위에서 다뤄야 하는데 지난주(지난달 21일) 열린 소위 회의에선 이 법안이 빠졌다”며 “다음 소위가 언제 열릴지는 모르겠고, 법안 통과 일정에 대한 예측은 어렵다”고 말했다.


한편 방송사 소유규제 완화 기조를 보인 인수위 발표로 법안 진행 속도가 탄력을 받을 거라는 전망도 나온다. 3일 인수위가 발표한 윤석열 정부 110대 국정과제 속 ‘글로벌 미디어 강국 실현’을 위한 방안엔 ‘방송사업 허가·승인·등록제도, 소유·겸영 및 광고·편성 규제 등 미디어 산업 전반에 대한 낡은 규제 개선’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방송사 소유 규제 완화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로는 ‘성장한 경제규모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대기업 분류 기준’이 대표적으로 꼽힌다. 다만 이 같은 소유 규제 완화는 “지상파방송을 재벌에 헌납하는 것”이라는 반발도 거세다. 3일 전국언론노조는 성명을 내어 인수위 국정발표에 대해 “태영의 민원창구를 자처”했다고 비판했다. “무분별한 규제완화가 이어진다면 재벌 방송이 시민의 눈과 귀를 가리고 미디어로 여론을 교란하는 일이 얼마든지 현실화될 수 있다”며 “적어도 미디어에 대한 자본 규제 완화를 논의하려면 매출액 대비 콘텐츠 투자 비율 강제, 노사 동수 편성위원회 설치의 법적 의무화 등 내부 견제 장치를 제도화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TY홀딩스는 의결권 제한으로 인한 경영 위기에 우선적으로 대비하겠다는 입장이다. 같은 규제를 적용받는 SBS 미디어렙인 SBS M&C의 경우 일본 유선 종합방송사인 주피터 텔레콤이 2대 주주로, 지분 20%를 갖고 있어 최대 의결권을 갖게 된다는 문제가 있다. TY홀딩스 관계자는 “국내 및 글로벌 미디어사업자와 경쟁이 격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SBS의 경영 안정은 매우 중요하며, 민영지상파네트워크 전체의 경영 안정에도 필수적”이라며 “이를 위해 최다액출자자로서 필요한 모든 조치를 강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방통위 시정명령이 부가되면 법이 정한 절차와 규정에 따라 대응할 거다. 초과 지분 매각 방안은 전혀 상정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정형택 SBS 노조위원장은 “최근까지 대주주나 사측은 매각 의사는 없다고 밝히고 있고, 법 개정이 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당장 어떤 변화로 인해서 종사자들의 근로 조건이나 노동 환경이 변하는 건 아닌 상황”이라면서 “다만 이번 조치로 인해서 실제 매각 작업이 이루어지거나 지배 구조가 바뀌게 되는 상황이 될 경우 새 사업자가 지상파를 소유할 자격이 되는지, 사적 이익을 위해 동원할 목적이 있는지 면밀히 살피고, 종사자들이 이익이 훼손되지 않는지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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