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학대 드라마 폐지하라"... KBS 향한 성난 여론

'태종 이방원' 촬영 말 결국 사망… '폐지' 청원에 '안전조치 마련' 국민청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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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대하사극 '태종 이방원' 포스터

KBS가 대하드라마 ‘태종 이방원’의 낙마 장면 촬영 중 발생한 사고에 대해 사과했지만, 파문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방송 촬영 시 동물학대를 방지하는 가이드라인을 만들어달라는 국민청원에 하루 만에 6만 명 이상이 동의했고, KBS 시청자청원 게시판에는 ‘태종 이방원’ 방송 중단과 폐지를 요청하는 청원이 줄을 잇고 있다.

KBS는 20일, 지난 1일 ‘태종 이방원’ 7회에서 방영된 이성계(김영철 분)의 낙마 장면을 촬영하던 중 스턴트 배우와 말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며 책임을 깊이 통감한다는 요지의 사과문을 발표했다. 전날 동물자유연대가 “(해당 장면에서) 극 중 이성계 역할을 맡은 배우가 말에서 낙마하면서 말의 몸이 바닥에서 90도 가까이 들리며 머리가 바닥에 곤두박질치는 모습이 그대로 전파를 탔다”며 “방송 촬영 과정에서 동물의 안전에 대한 고려가 전혀 없는 공영방송 KBS의 시대 역행적 태도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성명을 낸 데 대한 응답이었다.

동물자유연대는 20일 당시 촬영 현장 영상 등을 공개하며 “말의 발목에 와이어가 묶여 있었고 달리는 말의 뒤편에서 다수의 스텝들이 줄을 잡고 있었다. 말이 몇 걸음 달리자마자 뒤에 있던 스텝들은 줄을 잡아당겼고 발목이 묶여 있던 말은 그대로 앞구르기를 하다시피 고꾸라졌다”면서 “이 정도 사고였다면 생존까지 위태로울 수 있을 만큼 심각한 사안”이라는 수의사 자문 결과를 전했다.

결국, 말은 사망한 것으로 밝혀졌다. KBS는 이날 사과문에서 “사고 직후 말이 스스로 일어났고 외견상 부상이 없다는 점을 확인한 뒤 말을 돌려보냈다. 하지만 최근 말의 상태를 걱정하는 시청자들의 우려가 커져 말의 건강상태를 다시 확인했는데, 안타깝게도 촬영 후 1주일 쯤 뒤에 말이 사망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동물자유연대가 20일 공개한 낙마 장면 촬영 당시 영상. 말의 발목에 묶인 줄을 뒤편의 스태프들이 잡아당기고 있다.

그러면서 “이 같은 안타까운 일이 발생한 점에 대해 깊은 책임감을 갖지 않을 수 없다”며 “사고를 방지하지 못하고 불행한 일이 벌어진 점에 대해 시청자분들께 거듭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또한 “다시는 이 같은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다른 방식의 촬영과 표현 방법을 찾도록 하겠다”며 “각종 촬영 현장에서 동물의 안전이 보장될 수 있는 방법을 관련 단체와 전문가들의 조언과 협조를 통해 찾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낙마 장면이 포함된 해당 회차는 21일 현재 다시보기가 중단된 상태다.

하지만 KBS가 이런 사과문을 발표한 이후에도 KBS 시청자청원 게시판에는 동물학대 방송에 대한 책임을 지고 ‘태종 이방원’을 폐지하라는 등의 청원이 200건 넘게 쏟아지고 있다. ‘방송 촬영을 위해 안전과 생존을 위협당하는 동물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제목으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글엔 하루 사이에 6만 명 이상이 동의했다.

국민청원을 한 동물자유연대 측은 “공영방송 KBS는 영상 촬영 시 동물에 대한 안전조치와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이를 반드시 준수해야 한다”면서 “동물 촬영의 위험도에 등급을 매겨 해당 등급에 따라 위험도가 높은 촬영은 컴퓨터 그래픽이나 더미 사용을 의무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영상 및 미디어 동물 촬영시 제작자 등이 준수해야 할 영상제작 동물복지기준을 법제화할 것과 촬영 현장에 동물복지 전문가가 입회할 수 있는 제도 등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동물자유연대는 “KBS측과의 연락을 통해 면담을 확정했으며, 방송 촬영시 동물 안전 조치 마련과 가이드라인 구성을 위해 협의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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