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은 언론탄압과 사전검열 당장 멈춰라

[우리의 주장] 편집위원회

시청률 17%. 공영방송 MBC의 시사보도 프로그램인 ‘스트레이트’의 지난 방송 시청률이다. 웬만한 드라마나 예능에서도 보기 어려운 매우 이례적인 수치다. 제목은 ‘김건희 씨는 왜’. 특정 매체 기자가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 아내인 김건희씨와의 통화 녹음을 보도한다는 내용이었다. 시청률이 증명하듯 방송은 시작도 하기 며칠 전부터 온 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언론의 정치적 중립성과 통화 녹음의 불법성 여부에 언론 탄압 문제까지 거론됐다.


높은 시청률에 가장 큰 힘을 보탠 건 다름 아닌 국민의힘이었다. 논란이 커지며 스트레이트 방송 내용에 대한 국민들의 궁금증은 커져만 갔다. 국민의힘은 끊임없이 온 국민에게 방송을 홍보해준 셈이 된 것이다. 못 보게 하려다 더 많이 보게 했다. 국민의힘은 사인 간 통화 내용을 동의도 받지 않은 상태에서 녹음해 방송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문제 삼았다. 통화를 녹음한 기자를 공직선거법 및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스트레이트에 대해서는 방송금지가처분을 신청했다. 급기야 원내대표단과 소관 상임위원회 의원 등 20여명이 MBC를 항의방문해 방송을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명백한 언론탄압이자 사전검열이다. 김건희씨는 유력 대선 후보의 아내다.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충분히 검증 대상이 될 수 있다. 공적 영역에 포함된다면 이를 입수한 언론에게는 보도할 의무가 있고 국민에게도 알권리가 있다. 보도에 대한 평가는 국민이 할 일이다. 내용을 미리 판단해 방송 자체를 막아달라는 발상 자체가 매우 위험하다. 국민의힘의 이 같은 행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보도에 대한 불만으로 YTN도 항의방문을 한 전례가 있다. 민주당이 강행처리하려다 무산된 언론중재법을 언론탄압법이라며 반대했던 것을 감안하면 실소조차 안 나온다.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 감시 기능을 인정한다 해도 도를 넘은 방식이다. 방송의 독립성과 편성의 자유를 규정한 방송법 4조를 위배한 것이다.


법원 결정 역시 유감이다. 물론 대부분 내용은 김건희씨가 공적 인물이자 공적 관심사안이라는 점이 인정돼 보도가 허용됐다. 하지만 수사 중인 사건에 대한 김씨의 발언이 방송된다면 형사 절차가 보장하는 진술거부권이 침해될 수 있다거나 사적인 부분이라는 등의 이유로 일부 내용에 대한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졌다. 수사 중인 사건이라 하여 보도하지 못한다면 그 어떤 사회적 비리도 당사자의 발언을 보도하지 말라는 것이나 다름없다. 또 인용된 부분이 영부인이 될지도 모르는 김건희씨의 언론관이나 종교관 등을 검증할 수 있는 핵심적인 발언들도 상당수 포함돼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물론 개인의 인격권은 보호돼야 한다. 하지만 공적인 인물은 다르다. 통화 녹음 자체를 금지하는 등 사생활 보호를 중시하는 미국의 경우에도 공적인 인물에 대한 보도는 다른 기준을 제시한다.


높은 시청률과 달리 지난 스트레이트 방송 편의 파장은 크지 않았다. 다양한 의견이 있겠지만 관심도에 비해 특별한 내용은 없었다는 반응이 지배적이었다. 오히려 김건희씨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줄었다는 평가마저 나왔다. 물론 국민의힘의 압박 전략에 위축된 언론사의 자체 검열 때문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다. 하지만 법원에 의해서건 경영진에 의해서건 방송이 취소됐다면 어떤 결과가 나왔을까. 보도 내용을 검열하고 언론에 재갈을 물린다고 해서 진실을 가릴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손으로 하늘을 가리려는 어리석은 시도가 반복된다. “언론에 대한 허가나 검열은 인정되지 아니한다.” 대한민국 헌법 21조 2항이다. 헌법 정신은 지켜지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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