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혁신 시즌2를 시작하며"

[2022 신년사] 이영성 한국일보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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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성 한국일보 사장

찰리 채플린에게 “당신의 걸작은 무엇이었냐”라고 물으니 “다음 작품”이라고 했다고 합니다.
매년 신년사를 쓸 때 느끼는 감정이 그것입니다. 그동안 우리가 분투했던 기억,
이루었던 성과보다 “이제 무엇을 해야 하지”라는 물음이 먼저 떠오릅니다.

그 물음에 답을 찾기 위해 경영진, 콘텐츠본부장 뉴스룸국장 등 간부들, 디지털전략부, 커넥트팀, 디지털미디어부 등이 몇 달 동안 머리를 맞대고 고민을 했습니다. 그 결과, 2020년 7월 콘텐츠
생산과 신문 제작을 분리하는 조직 개편과 업무 프로세스 혁신의 ‘디지털 혁신 시즌1’에 이어
‘디지털 혁신 시즌2’의 방향을 잡았습니다. 회장께서 신년사에서 언급하신 것처럼 CMS로
집약했습니다. 독보적인 콘텐츠(Contents), 모바일 퍼스트(Mobile first),
구독 그 이상의 독자(Subscription)입니다.

첫 번째 방향은 그 무엇보다 중요한 ‘독보적 콘텐츠’를 만들자는 것입니다. 우리는 이미 오랜
논의와 시행착오를 거쳐 클릭 수를 늘리고 속보에 매달리는 경쟁을 하지 않고 저널리즘의 충실한
구현으로 가겠다는 공감대를 형성했습니다. 그렇다고 낮은 클릭 수, 무거운 주제의 기사만이
저널리즘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우리 모두가 잘 알고 있습니다.

뉴욕타임스가 깊이 있는 탐사보도, 영향력 있는 칼럼, 특종 외에도 동영상, 팟캐스트로
수백만 명의 독자들을 확보하고 있고 심지어 게임, 레시피(요리/매월 순방문자 1,000만 명 이상),
퀴즈, 여행 등 생활정보를 중심으로 한 서비스저널리즘으로 연간 1,000억 원 이상의 수익을
내고 있습니다. 2017년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KPF 저널리즘 컨퍼런스’에 참석한 팀 헤레라
뉴욕타임스 스마터리빙(Smarter Living) 수석에디터는 “연인과 행복하게 사는 방법, 장기간
여행에서 짐을 싸는 법, 저렴한 항공권 구입하는 법을 3,000자로 써서 제공하는 언론사는
NYT가 유일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헤레라는 “스마터리빙은 웹사이트의 작은 박스로
시작했는데 예상을 뛰어넘는 반응이 돌아와 키우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독보적인 콘텐츠는
탐사보도나 정치 경제 사회 분야의 전유물이 아닌 문화 생활 스포츠 등 모든 분야에서 나올 수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도 뉴스룸국, 디지털혁신조직을 중심으로 독보적 콘텐츠를 위한 디테일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특히 현장이 중요합니다. 지난해 많은 특종과 기획으로 한국일보의 위상을 높였습니다.
거기에 더해서 한 번 더 점프해봅시다. 하나라도 더 취재하는 열정, 각자가 담당하는 영역에서
거침없이 새로운 도전을 해보자는 것입니다.

두 번째 방향은 ‘모바일 퍼스트’입니다. 디지털 퍼스트에도 디테일이 있어야 합니다. 수많은
디지털 디바이스 중 PC보다 스마트폰(80%)을 통해 뉴스 소비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한국일보 뉴스 소비는 모바일 65%, PC 35%이지만, 이 역시 시간이 지날수록 모바일 비중이
더 커질 것입니다. 그렇다면 모바일에 초점을 맞춘 전략이 필요합니다. 디지털미디어부가
모바일 홈페이지의 독자 편의성을 높이는 개선을 할 예정입니다. 기술적인 개선 외에
뉴스 편집과 제목, 그래픽디자인, 영상 및 광고영업도 모바일에 초점을 맞춰야 할 것입니다.

세 번째는 ‘독자 그 이상의 구독’입니다. 디지털에서도 우리 독자가 많으면 좋을 것입니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불특정 다수의 독자가 아닌 우리 뉴스를 적극적으로 찾는
충성 독자, 우리 디지털 콘텐츠를 돈 내고 볼 수 있는 구독자입니다. 궁극적으로 콘텐츠 유료화를
목표로 하고 있고 이를 위한 준비를 하고 있지만, 그 이전에 우리 뉴스의 소비 유형을 철저히
분석하고 독자의 요구를 정확히 파악하고, 독자와의 접점을 찾아서 확대 강화하는 모색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이 역시 다양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우리 모두 지혜를 모아봅시다.

변화와 혁신은 편하지 않습니다. 때론 피곤하고 고통스러울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성취했을 때 그 과실은 달고 그 기쁨은 비할 바 없이 큽니다.
우리가 최근 몇 년간 경험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혁신은 완성이 아니라 과정입니다. 멈추는 순간 뒤쳐지고, 뒤쳐지는 순간 도태됩니다.
시즌2를 성공하면 시즌3, 시즌4가 이어질 것이며 그 과정에서 한국일보는 독보적인 미디어로
우뚝 설 것입니다.

주로 콘텐츠를 얘기했습니다만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수익 기반의 확충입니다. 지난 한 해
코로나 팬데믹의 어려운 상황에서 AD전략국이 분발해 좋은 성과를 냈습니다. 사업파트도 대박을
터뜨리지는 못했지만 분투했고 올해는 러시아 아방가르드전, KLPGA 챔피언십을 비롯 굵직한
프로젝트를 진행합니다. 인사 재무 등 경영파트, 독자마케팅국도 마른 수건 쥐어짜듯 경비를
절감하고 자체적인 혁신을 통해 수익 확대에 노력하고 있습니다.
참으로 고맙고 더욱 분발해주기를 당부 드립니다.

검은호랑이의 한해, 우리 한 번 해봅시다.
할 수 있습니다.

한국일보가 진짜 호랑이임을 보여줍시다.

한국일보 사장 이 영 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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