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고 존경하는 전국의 MBC 가족 여러분.
임인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여러분의 가정에 건강과 행복이 깃들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새로운 60년을 시작하는 우리 문화방송에 창의성과 활력이 넘치기를 함께 기원합니다.
한 달 전 창사 60주년 기념사에서 저는 MBC의 세 가지 비전을 제시했습니다.
* 압도적인 K-콘텐츠로 글로벌 시장을 주도하는 MBC
* 끊임없는 도전과 혁신으로 영역을 확장하는 MBC
* 민주주의와 시민을 위해 봉사하는 공영방송 MBC
첫 번째와 두 번째 비전은 지난 2년 동안 여러 차례 강조한 것이므로 더 설명드리지 않겠습니다. 그러나 세 번째 ‘공영방송 MBC’의 비전은 오늘 신년사에서 특별히 힘주어 다루어야 할 주제가 됐습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너무나 당연하고 소중하게 여겨왔던 MBC의 위상, 바로 ‘공영’이라는 정체성에 물음표를 찍으려는 움직임이 최근 다시 일고 있기 때문입니다.
본질적인 질문을 던져봅니다. MBC는 왜 공영방송일까요? 방송문화진흥회라는 공적기관이 대주주로 존재하고 방문진법을 통해 공적인 관리감독을 받는다는 점을 먼저 들 수 있습니다. MBC의 소유와 경영이 공적인 시스템으로 이루어진다는 겁니다. 중요한 것은 방문진은 국민을 대리하는 기관이라는 점입니다. 공기업의 주인이 정부가 아니라 국민인 것처럼, MBC의 주인 역시 방문진이 아니라 국민인 것입니다.
어떤 분들은 MBC는 수신료를 받지 않으니 공영방송으로 분류하면 안된다고 합니다. 그러나 수신료는 공영방송의 필요충분조건이 아닙니다. 전세계 공영방송 중에 수신료 없이 광고로 운영되는 곳도 많습니다. 더구나 MBC는 수신료를 받기는 커녕 매년 백억원에 가까운 방송발전기금을 정부에 내고, 중소 방송사들에게 광고를 나눠주면서, 이와는 별도로 영업이익의 15%를 방문진에 출연하고 있습니다.
자본에 종속되지 않은 투명한 지배구조 아래, 수십년 간 국민 세금을 단 한 푼도 받지 않았을 뿐 아니라, 오히려 수천억원을 공적자금으로 내면서도, 국민의 신뢰와 사랑을 잃지 않았던 방송이 바로 MBC입니다. 가장 이상적인 형태의 공영방송 아닐까요? 민영방송이나 종편보다 훨씬 불리한 제도를 우리가 감내해 온 것은 ‘MBC의 주인은 국민’이라는 명제를 모두 숙명처럼 가슴에 새겼기 때문입니다.
존경하는 사원 여러분.
저는 MBC의 지배구조와 공적 기여도만으로 ‘공영성’이 담보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합니다. MBC를 진정으로 공영방송이게 하는 것은 제도가 아니라 우리가 만드는 콘텐츠의 ‘공영성’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어떤 콘텐츠가 공영적인 콘텐츠입니까? 공들여 찍은 자연 다큐멘터리, 재미보다 의미를 추구하는 예능, 역사를 충실히 다룬 드라마, 정확하고 불편부당한 보도... 흔히 공영방송의 책무를 논할 때 거론되는 담론들입니다.
저는 이런 전통적 논의를 뛰어넘는 더 본질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가장 공영적인 콘텐츠는 시청자들에게 즐거움과 감동을 드리는 콘텐츠입니다. 그 핵심은 창의성과 상상력입니다. 지난 60년 간 MBC는 늘 새롭고 창의적인 시도로 대한민국 방송을 선도해 왔습니다.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예능과 드라마, 가장 많은 나라에 수출된 프로그램,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언론인... 모두 MBC가 배출했다는 사실을 기억합시다.
더 재미있고 더 감동적인 콘텐츠가 더 공영적인 콘텐츠입니다. 우리는 그런 콘텐츠를 계속 만들어야 합니다. 그래야 지상파 플랫폼을 뛰어넘는 글로벌 미디어 그룹의 비전도 실현할 수 있습니다.
뉴스와 시사 프로그램의 공영성도 달라진 눈높이에 맞춰야 합니다. 정확하고 공정한 보도는 공영성의 목표가 아니라 기본입니다. 이제 시청자들은 다양한 소수의견을 원하고, 시비를 가리는 팩트체크를 중요시하며, 권력을 비판하는 잣대가 올바른 지 따지고, 문제를 해결하는 솔루션 저널리즘까지 요구하고 있습니다. ‘민주주의와 시민을 위한 공영방송 MBC’는 바로 이러한 요구를 충족하기 위한 비전입니다. 결코 쉽지 않지만 반드시 가야만 하는 길입니다.
사랑하는 MBC 가족 여러분.
저는 우리가 더 이상 ‘지상파 방송’이 아니라 ‘지상파 플랫폼을 소유한 글로벌 미디어 그룹’이라고 선언했습니다. 다시 질문해 봅니다. MBC가 공영방송의 정체성을 지키면서 동시에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K-콘텐츠 강자로 거듭나려면 어떤 조건이 더 필요할까요?
우리는 그 답을 알고 있습니다. 정부가 바뀔 때마다 경영진이 흔들리고 사원들이 동요하는 시스템 아래에서는 저널리즘의 신뢰는 물론 콘텐츠 경쟁력도 하락할 수 밖에 없습니다. 우리는 이미 그러한 질곡을 경험했습니다. 어떠한 외풍에도 흔들리지 않는 독립적인 공영방송 지배구조를 만들어야 합니다. 그래야 장기적 콘텐츠 전략을 세우고 창의성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조직문화도 가능해 집니다.
2022년은 MBC가 굳건한 공영방송의 기틀을 세우고, 콘텐츠 르네상스의 기반을 마련함으로써, 새로운 60년을 준비하는 활기찬 한 해가 되기를 기원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2022. 01. 03.
(주)문화방송 대표이사 사장 박 성 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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