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가 KBS 수신료를 월 2500원에서 3800원으로 인상하는 조정안에 대한 의견서를 29일 의결했다. KBS 이사회가 수신료 조정안을 의결해 방통위로 넘긴 지 180여 일 만이다. 이제 공은 국회로 넘어간다. 방통위가 의견서를 첨부해 제출한 수신료 조정안은 국회의 승인을 얻어 최종 확정된다.
방통위는 이날 전체회의를 열어 KBS가 지난 7월 제출한 수신료 조정안을 심의·의결했다. 방통위는 38쪽짜리 의견서에서 종합의견으로 “공영방송이 앞으로도 정치·경제·사회적 독립을 유지하면서 민주주의의 지속적인 발전, 국가사회의 통합, 개인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공적재원 구조가 뒷받침되어야 한다”면서 “공영방송의 공적책무 이행을 위한 수신료가 지난 40년간 동결되었고 이로 인해 공적재원의 비중이 낮아졌다는 점 등에서는 수신료 현실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방통위는 KBS가 제출한 수신료 조정안에 대해 “공영방송이 수행해야 할 공적 가치와 시청자 권익향상을 위한 방향이나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KBS가 제시하고 있는 공영방송의 미래 위상과 역할, 중장기 재정수지 전망 및 공적책무 확대사업 등에 대해서는 그것이 변화하고 있는 미디어환경에 부합하는 것인지 등에 대하여 보다 심도 있는 논의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이러한 사회적 논의와 함께 KBS는 공적책무의 효율적인 수행을 위해 과감한 경영혁신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수신료와 관련된 제도 개선도 강조했다. 방통위는 “회계분리제도 등 수신료 회계의 투명성을 제고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여 국민이 수신료의 쓰임을 정확히 알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면서 “수신료의 공정하고 투명한 산정 및 징수를 위해 수신료조정안의 작성과 제출, 처리 등 절차 전반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사회적 논의기구를 구성해 수신료위원회 설치 등 제도 개선을 논의할 것을 주문했다. 수신료 액수를 직접 당사자인 KBS가 산정하도록 할 게 아니라 독립적인 수신료위원회를 설치해 운영하고, 수신료 수준은 정기적(3년 또는 4년)으로 검토하거나 물가와 연동하는 방식 등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방통위는 “KBS 등 공영방송이 새로운 미디어환경에 적합한 기능과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을 다 할 것”이라면서 “KBS가 제출한 수신료 조정안과 이에 대한 방통위의 의견을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에서 보다 심도 있게 검토하여 주시기를 요청드린다”고 밝혔다.
김효재 위원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식 인상 안돼”
수신료 현실화 필요성 자체에는 방통위원들 사이에서 대체로 공감대가 이뤄졌으나, 수신료 인상 시기나 방법 등을 두고 이견도 제기됐다. 야당 측 김효재 상임위원은 이날 별도의 입장문을 내어 “신뢰 회복과 수신료 재원의 효율적 사용을 담보하기 위해 비용절감 등 구조조정 이후에 수신료 인상을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 위원은 KBS의 △비효율적인 인력구조 △방만한 경영 △고통분담과 자구노력에 소극적인 점을 지적하며 “지금과 같은 경영 방식에선 수신료 인상이 아무 의미 없다”면서 “그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으로 인상된 수신료는 무의미하게 허비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KBS 기자 출신인 야당 측 안형환 상임위원은 “KBS의 수신료 현실화는 필요하다”면서도 수신료 인상을 위해 ‘어떻게’와 ‘언제’를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 위원은 먼저 “방송 빅뱅시대에 공영방송의 정의와 역할, 기능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수신료를 산정하는 방법과 주기 등을 정하고 이를 법제화해야 한다”면서 “이런 제도화를 통해 수신료를 정쟁의 그늘에서 벗어나게 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공정성, 신뢰성 문제가 상당부분 해결되어야 한다”면서 “KBS 스스로의 노력을 통해 수신료의 가치를 보여주고 국민들의 마음을 얻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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