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한 논설위원이 자사 정희택 사장을 직격하는 성명서를 냈다.
배연국 세계일보 논설위원은 10일 ‘세계일보 개혁의 첫걸음’이란 성명을 내어 “정희택 사장이 세계일보의 도덕적 가치를 훼손하고, 언론사 종사자로서의 자존감을 짓밟았다”며 “세계일보의 개혁은 사장의 교체에서 시작해야 한다. 사장 한 사람만 적임자로 바꾸면 세계일보는 바로 설 수 있다”고 했다.
배 논설위원은 “코로나 사태로 경영의 어려움이 예상된다면서 지난해 직원 임금을 전면 동결한 정 사장은 자신의 연봉을 몰래 50% 올리려다 덜미가 잡혔다”면서 “자신의 퇴임에 대비해 퇴직금을 파격적으로 인상하는 몰염치도 서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국기자협회 세계일보지회를 비롯한 여러 모임과 동료·후배들이 곧은 목소리를 내야 변화의 희망을 꿈꿀 수 있다”면서 “세계일보는 정 사장의 개인 회사가 아니다. 자랑스러운 우리의 직장이자 도덕 가치를 우선하는 언론사”라고 했다.
세계일보에서 31년을 재직한 배 논설위원은 논설실장과 기조실장을 지냈다. 사장 비판 성명을 낸 배경에 대해 그는 “세계일보의 개혁에 작은 밀알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 때문”이라며 “사장의 추한 행동과 부도덕성을 알고도 침묵하는 제 자신을 용서할 수 없었다”고 했다.
배 논설위원은 기자협회보와의 통화에서 “사내 노조도 없는 상황에서 후배들은 불이익을 받을까 싶어 문제가 있어도 끙끙 앓고 있다”며 “10월 말 퇴직을 앞두고 이달부터 유급 휴직을 하고 있는데 누구도 총대를 메지 않으니 나라도 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편집국장 지시로 사내 게시판에 붙인 성명서를 2시간 만에 떼어버렸다고 한다. 언론사가 회사 내 언로를 왜 봉쇄하는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세계일보 사측은 배 논설위원의 성명서에 대해 “사장 연봉 인상에 대해서는 지난해 내부적으로 문제 제기가 돼 기자협회 지회와의 충분한 논의 끝에 인상된 분을 반납했다”면서 “퇴직금 인상은 사실이 아니다. 정 사장이 퇴직금을 올려서 받은 적도 없고, 관련해 사규가 개정된 적도 없다”고 했다. 성명서를 게시판에서 뗀 것에 대해선 “출근 전 시간에 게시물을 부착하는 등 정당한 절차 없이 시행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지은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Copyright @2004 한국기자협회.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