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입법 논의가 답보만 거듭하는 상황에서 KBS와 방송문화진흥회(이하 방문진) 이사 후보자 공모절차가 시작됐다. 공영방송 3사 이사진 임기 만료가 다가오는데 국회 논의만 기다리며 지체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방송통신위원회는 7일 홈페이지에 KBS와 방문진 이사 후보자 모집 공고를 게시했다. 공모 대상은 KBS 이사 11명, 방문진 이사 9명이며 오는 20일까지다. 지원자는 방통위 내부심사용 지원서와 국민 의견수렴용 지원서를 따로 작성해서 제출해야 하고, 추천인 인적사항도 밝혀야 한다. 같은 방식으로 EBS 이사(9명) 공모는 8월 중 진행된다. 3사간 중복지원은 허용되지 않는다.
공모절차가 종료되면 방통위는 이사 후보자들의 지원서를 방통위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국민의 의견과 질의를 접수할 계획이다. 이번에 처음 도입되는 면접심사에서 방통위 상임위원들이 국민을 대신해 질의하고 주요 질의응답 내용도 공개하겠다고 방통위는 밝혔다.
7일 공영방송 이사 선임계획을 의결하는 회의에서 김현 부위원장은 “2018년 공영방송 이사 선임 당시 국민 의견을 수렴하면서 투명성을 확보했으나 접수된 의견을 공개하지 않아 소극적이란 비판도 있었다”면서 “(이번엔) 보다 신중하게 국민참여를 늘렸다. 제도개선이 완료되지 않았지만, 법률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국민참여를 늘린 것은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한상혁 위원장도 “우리로서는 국민참여를 늘린다는 큰 원칙을 가지고 공모안을 마련한 것이란 말씀을 드린다”면서 “중요한 점은 응모자에 대한 정보를 공개하고 국민 의견과 질문사항을 접수해 면접에 반영하려는 노력이다. 현행 법제도 안에서 충분히 노력했다”고 밝혔다.
“이제는 국회 차례…국민참여 입법으로 완성하라”
공영방송 이사 지원자들의 추천인(단체)을 공개하고, 국민검증 절차도 강화한다는 방통위 계획에 대해 언론단체들은 일단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전국언론노조 KBS본부는 7일 성명을 내고 “이번 진전을 국민참여와 투명성 제고에 대한 방통위의 고심의 산물이라 믿는다”면서 “‘정당의 밀실 추천’이라는 지금까지의 잘못된 관행에 대한 견제 효과가 일정 부분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기존 관행의 문제점을 직시하고 행정기관으로서의 전문성, 독립성을 발휘해 정파로부터 독립된 공영방송 리더십 구성이라는 값진 결실로 맺어져야 한다”며 “그것이 정파적 한계를 지적받아온 방통위와 KBS가 함께 사는 길”이라고 했다.
문제는 국회다. 다수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공영방송을 국민의 품에 돌려드리겠다”는 선언적 메시지만 반복할 뿐, 공영방송 이사 선임 과정의 정치적 후견주의 배제를 제도화하기 위한 논의는 조금도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KBS본부는 성명에서 “이제 국회가 응답할 차례다. 방통위 공모가 시작되기 전까지, 공영방송 이사, 사장 자리의 전리품 관행을 끊을 실질적 입법이 지체된 데에는 국회의 책임이 크다”며 “만약 정치권이 이번 공모의 빈틈을 찾아 전문성 없는 인사를 기어코 KBS 이사회에 둥지 틀게 한다면, 이번 방통위 공모의 진전은 무의미해진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공모 개시가 현재 한창 진행중인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논의를 늦추는 핑계로 사용되서는 안될 것”이라고 경고하며 “7월 임시국회를 열어 논의에 즉시 착수하고, 이미 성숙해지고 있는 논의들을 입법의 형태로 완성하라”고 주장했다.
언론노조도 같은 날 성명을 내고 “방통위의 공영방송 이사 공모 마감 기간인 7월 20일 전에 시민참여를 보장하는 공영방송 관련법 개정안을 신속히 처리하라”고 촉구하며 “기한 내에도 상임위 의결조차 이뤄지지 않는다면 민주당이 대선을 앞두고 공영방송의 기득권을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의미로 알고 우리는 더욱 강력한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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