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보를 듣고 과천 일대를 돌아다니던 중, 허름한 공사장 옆 일방통행 도로. 한 건물에 매달려 있는 먼지가 쌓인 구형 CCTV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언뜻 봤을 때 조명처럼 보였고 제대로 작동될 것 같지도 않았습니다. 그리고 희미한 흑백 CCTV 화면 속에서 두 대의 승용차가 접선하는 듯한 수상한 장면을 발견했습니다. 곧이어 한 남성이 내려 좌우를 두리번거리며 빠르게 차를 갈아탔습니다.
반사적으로 영상의 정지 버튼을 누르고 살펴보니,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과 비슷한 실루엣이었습니다. 대학 시절이나 수습 시절 늘 배웠던 “현장에 답이 있다”는 단순한 말이 머리에 떠오르는 순간이었습니다.
중간에 포기해야겠다는 생각도 했지만 “이쪽 방향으로 한 번 더 가서 물어보라”, “다른 CCTV를 또 구해서 차량 번호를 한 번 더 확인하라”는 세세하고 끈질긴 취재 지시를 내려준 배태호 사회부장과 류병수 법조팀장. 또 꼼꼼하게 팩트를 재확인해준 뛰어난 법조팀원들이 없었다면, CCTV는 며칠 뒤 지워졌을 것이고, 이 일도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을지 모릅니다. 물론 그랬다면 세상은 좀 더 조용히 흘러갔을 것입니다. 공수처와 이성윤 지검장도 지금보다는 편안한 날을 보내고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저희는 다시금 저널리즘의 핵심 임무가 권력에 대한 ‘감시견 기능’이라는 사실을 마음에 새기며 정진해나가고자 합니다. 귀한 상으로 용기를 준 한국기자협회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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