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지경이 되도록 뭐 했나" KBS에 쏟아진 쓴소리

국민참여단 200명 'KBS 수신료 인상안' 숙의 토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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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는 수신료 인상안에 대한 의견을 듣기 위해 국민참여단 200명이 참여하는 숙의 토론을 지난 22~23일 화상으로 진행했다. 

 

“KBS는 수신료도 받고 정부 지원도 받는데 왜 경영이 어렵다고 하나요?” “억대 연봉자는 왜 그렇게 많은가요?” “공영방송이 필요한 건 알겠지만, KBS와 다른 방송사의 차이점은 모르겠어요.” “공정성과 신뢰도가 떨어진 데 대한 특단의 대책이 있나요?”

 

KBS가 수신료 인상안 처리를 앞두고 국민 의견을 듣기 위해 실시한 숙의 토론에서 호된 비판과 쓴소리가 쏟아졌다. 지난 22~23일 이틀간 화상으로 진행된 숙의 토론에 참여한 200명의 국민참여단은 KBS가 처음으로 국민 의견을 듣는 자리를 마련한 것 자체는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재원의 위기를 타개할 자구책 마련에 소홀했고, 국민의 마음과 신뢰를 얻으려는 노력도 여전히 부족하다고 질타했다. 한마디로 “이 지경이 되도록 뭐 했느냐”는 것이었다.

 

이틀간 총 14시간에 걸쳐 KBS측이 밝힌 수신료 인상의 필요성, 공적책무 이행계획과 전문가들의 보충 설명을 듣고 조별 토의까지 하고 난 뒤에도 분위기는 크게 반전되지 않았다. “이제 형편을 알게 됐다”며 수신료 인상에 동의하는 의견도 있었지만, 상당수는 여전히 시기상조이며 월 2500원을 3840원으로 올리는 인상률(54%)도 과도하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KBS의 자구노력이 충분치 않은 상황에서 수신료 인상이 유일한 답이 될 수 없다는 의견이 많았다.

 

한 시민은 KBS가 밝힌 수신료 인상을 전제로 한 공적책무 이행계획 등에 대해 “여태 낸 수신료로 왜 안 했는지 궁금하다. KBS에 책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수신료 인상을 안 해줘서 이 지경이 됐다는 듯한 프레임에 말리고 싶지 않다”며 “이 모든 약속을 행하겠다는 말만 믿고 올려줄 순 없을 것 같다”고 했다. 다른 시민은 “믿고 한번 맡겨보려 한다”면서도 “우리가 믿어줬는데 KBS가 말만 하고 변화하지 않으면 그때부터 수신료 거부 운동을 하려고 한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또 다른 시민은 “거칠게 말하면 ‘우리가 저놈들을 어떻게 정신 차리게 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국민 마음이 사납다”고 전하며 “단순히 한두 개 프로그램이 재미없다거나 해서 이런 의견이 나온 게 아니다. 이런 의견을 듣고 얼마나 날카롭게 반성할 수 있을지는 KBS의 몫이다”라고 말했다.

 

KBS가 더 투명하고 개방적으로 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컸다. 참여단은 KBS 재원의 사업별 자세한 지출 내역 공개, 시청자 참여 프로그램 활성화, 시청자 의견 수렴 제도화 등을 요구했다. 전문가 패널로 참석한 홍종윤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도 “공정성 논란이 발생했을 때 국민이 그 문제에 관여할 통로가 적었다”고 지적하며 신뢰 회복 방안의 하나로 “취재나 보도 활동을 투명하고 개방적으로 설명하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KBS는 콘텐츠별 제작비 규모 및 내역 공개를 곧 실행할 예정이며, 시청자의 방송 참여와 소통 확대를 위한 시스템도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또한 시청자위원회 산하에 ‘KBS 저널리즘 강화 특별소위’를 둬서 보도·시사 프로그램에 대해 매월 1회 시청자 의견을 듣고, 보도본부 안에 분야별 외부 전문가 30인으로 구성된 ‘팩트체크K센터’도 설치해 운영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여론조사도 매주 한 차례 정기적으로 실시할 예정이다.


이번 공론조사와 토론회를 주관한 공론화위원회의 이재진 위원(한양대 교수)은 “국민이 처음으로 직접 참여해 의견을 제시한 매우 의미 있는 행사였다”고 평했고, 양승동 사장은 “KBS가 정말 국민의 방송으로 거듭나는 밑거름이 되도록 한분 한분의 의견을 소중히 간직하고 기억하겠다”고 말했다. 공론화위원회는 이날 토론 내용과 토론 전후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KBS 이사회에 ‘권고안’을 제출할 예정이며, 이사회는 이 권고안을 다음 달 수신료 인상안 심의 과정에 반영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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