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 협상 난항 속… 서울신문 우리사주, 호반 지분매입 승부수

19.4% 180억에 매입키로
우리사주, 의결권 53.4% 1대 주주 예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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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재정부 지분이 아닌 호반건설 지분이었다. 호반건설 지분을 사들이게 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서울신문 구성원들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서울신문 우리사주조합은 호반건설이 보유한 서울신문 지분 전량인 19.4%를 180억원에 매입하기로 했다. 지난달 28일 우리사주조합과 호반건설은 이같은 내용의 지분 매매 합의서를 체결했다. 우리사주조합이 호반건설 지분을 매입하게 되면 의결권 기준 53.4%가 돼 과점 1대 주주가 된다. 현재 서울신문의 지분구조는 기획재정부(30.49%), 우리사주조합(29.01%), 호반건설(19.40%), KBS(8.08%) 등이다.

 

서울 중구 서울신문사(한국프레스센터) 1층 로비에 붙은 서울신문 우리사주조합, 언론노조 서울신문지부의 서울신문 지분 매각협상 관련 성명서들.


이번 합의는 우리사주조합과 기획재정부의 서울신문 지분 양수도 협상이 난항을 겪던 와중 나온 결정이었다. 지난해 6월 1대 주주인 기재부는 ‘한 달 안에 우리사주조합이 기재부 지분 인수 의사를 밝히지 않으면 공개매각 절차에 들어간다’는 내용의 서울신문 지분매각 방침을 밝혔고 우리사주조합은 기재부 보유 서울신문 지분을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기재부가 돌연 그해 9월 법제처에 우리사주조합과의 수의계약 가능 여부를 묻는 법령해석을 맡기면서 지분 양수도 협상은 해를 넘겼고, 올해 들어서도 지지부진한 상황이 이어졌다. 당초 올해 3월로 예정된 신임 사장 선임 절차도 서울신문의 소유 구조가 정리되지 않으면서 미뤄져 오고 있었다.


우리사주조합은 지난달 29일 사내게시글에서 “기획재정부 지분이 아닌, 호반건설 지분 전량 매입은 쉽지 않은 결정이었지만 불가피했다”며 “지분 정리 의사를 밝힌 기재부는 수의계약을 원하지 않았다. 지분 양수도 관련 회의 약속에 무단으로 불참하는가 하면, 고장난 녹음기처럼 ‘사추위’(사장추천위원회 구성)만 되뇐 것이 그 방증”이라고 밝혔다.

임시총회 후 12일까지 조합원 투표... 조합 “쉽지 않았지만 불가피한 결정”

언론노조 서울신문지부는 같은 날 성명을 내어 “호반건설 보유 지분을 인수해 서울신문 독립을 완수하겠다는 우리사주조합의 창의적 선택을 전폭적으로 지지한다”며 “우리가 언론으로서 소임을 다하기 위한 훌륭한 방법인 동시에 우리 조합원의 생존을 보장하고 이익을 극대화할 현실적 방안이라 본다. 이를 가능케 한 호반건설의 통 큰 결정에 경의를 표한다”고 밝혔다.


우리사주조합과의 매각 협상이 무산되면서 기재부는 서울신문 지분 30%에 대한 계획을 다시 짜야 하는 상황이다. 앞서 기재부는 서울신문 지분매각 취지를 “정부가 언론사 지분을 갖고 있는 게 맞지 않아 정리한다는 방침”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기재부 국고국 관계자는 “호반건설과 우리사주조합간 합의를 언론을 통해서 알게 돼 공식적인 확인을 우리사주조합에 요청해 놓은 상태”라며 “협상은 종료된 거고, 사실상 기재부가 서울신문 소액주주가 될 수 있는 건데 그에 따라 앞으로 어떻게 할 건지 방안을 세울 계획”이라고 말했다.

 

호반건설, 최근 대기업집단 지정… 서울신문 지분정리에 영향 미친 듯

호반건설과 사주조합이 지난해 2월 체결한 ‘서울신문의 발전 및 주주 간 상생을 위한 양해각서’(MOU)는 이번 합의의 단초가 됐다. 지난 2019년 호반건설이 포스코 보유 서울신문 지분을 매입하며 3대 주주로 들어오자 서울신문 구성원은 호반건설의 적대적 M&A를 우려했다. 이후 호반건설과 우리사주조합은 “호반건설이 보유 중인 서울신문 지분의 매각을 위해 노력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MOU를 체결했다. 기재부와의 지분 인수 협상이 헛돌던 지난해 12월 우리사주조합은 호반건설에 지분매각 의사를 묻는 공문을 보냈고, 호반건설은 공문에 대한 답신으로 매각 의사를 밝히며 구체적인 매매 조건과 금액을 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호반건설이 서울신문 매각을 결정한 이유에 대해 호반건설 관계자는 “기재부의 매각 방침 발표 이후 서울신문 측은 기재부, 호반건설 모두와 협상을 조율하고 있었다”며 “작년 초 우리사주조합과의 상호 상생 협력을 했는데 마침 우리사주조합이 우리 쪽에 매각 의사가 있는지 물어 합의가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자산총액 10조원을 넘긴 호반건설이 지난달 29일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된 것도 서울신문 지분 정리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 신문법상 신문사 지분을 50% 이상 소유할 수 없게 돼 서울신문 지분을 보유해도 실익이 없다고 판단했다는 시각도 있다.


우리사주조합은 6일 ‘호반건설 보유 지분 인수’ 안건으로 임시총회를 열고, 사주조합원 대상으로 동의 여부를 묻는 투표를 6~12일 진행한다. 투표가 통과되면 우리사주조합은 호반건설과 매매 계약을 맺을 계획이다. 우리사주조합은 사내게시글에서 “호반건설 지분을 우리가 매입하게 되면 과점 1대 주주로서 사장 선출권을 포함해 회사의 자율적 권한과 책임을 우리가 갖게 된다”며 “(매매 대금은) 우리사주조합 명의로 대출하고 이자 비용도 우리사주조합이 부담하는 형식이 될 것이다. 사주조합원 개인이 대출에 대해 전혀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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