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와 언론의 합작품이 낳은 슬픈 풍경

[언론 다시보기] 김민하 시사평론가

김민하 시사평론가

‘진영논리’라고들 하는데, 아예 진영이 없이 살 수는 없다. 우리가 세상의 원리를 다 알지 못하는데 세상만사 모든 것을 어떻게 혼자서만 판단하겠는가. 그런 점에서, 세상이 ‘진영논리’라고 부르는 것의 문제는 진영과 그것에 속한 이들의 어떤 특정한 측면이다. 그리고 그것의 핵심은 반대할 대상을 정해놓고 반대를 위해 모든 것을 동원하는, ‘총력전’의 정치에 있다.


김어준씨와 그가 진행하는 라디오 방송은 정치권 초미의 관심사다. 보수야당은 거의 모든 논리를 동원해 김어준씨의 퇴출을 주장한다.


실제 저널리즘의 기준으로 볼 때 김어준씨의 활동은 문제가 심각하다. 검증되지 않은 주장을 사실처럼 전달한다. 이른바 ‘K값’으로 대표되는 부정개표설, 세월호 고의침몰설, 조국 전 장관 의혹에 대한 일방적 주장이 여기에 해당한다. 사실관계가 맞지 않는다는 게 드러나도 바로잡지 않고 책임도 지지 않는다.


김어준씨의 이런 행태는 앞서 언급한 ‘반대를 위한 총력전’의 대표적 사례로 볼 수 있다. 대상을 반대하는데 필요하다면 어떤 수단과 방법도 가리지 않겠다는 거다. 이 배경에는 가치와 명분을 이득이 될 때는 언제든 활용하지만 그렇지 않을 때에는 얼마든지 버려도 좋다는 냉소주의적 정치관이 깔려 있다.


그런데 김어준씨 방송이 문제가 있다는 것과 온 세상이 나서서 김어준씨 하차를 위한 ‘TBS 반대’를 쟁점화해야 한다는 건 다른 얘기다. 국민의힘은 선거가 끝난 후에도 유튜브 구독자 숫자 등을 늘리자는 ‘+1 합시다’ 캠페인까지 문제 삼고 있는데, 국민을 바보로 아는 게 아니라면 이런 주장을 할 수 없다. 다 떠나서 ‘1’이란 숫자를 많이 본다고 ‘기호1번’ 지지자가 되겠는가? 오세훈 시장이 탄생한 마당에 이런 방식의 접근은 또 다른 방식의 방송장악을 우려하게 만든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여당 일각에선 ‘김어준 지키기’에 나서는 모양새인데, 이것도 황당하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뉴스공장이 정치적으로 편향된 것이 아니라 다른 언론들이 ‘언론상업주의’에 너무 빠져있는 게 문제”라고 했는데, 뉴스공장이야말로 ‘정파적 상업주의’란 비판을 피할 수 없는 프로그램이다.


이들의 이런 발언은 무엇을 겨냥한 걸까? 당 대표를 노리는 우원식 의원은 “뉴스공장은 그나마 진실을 이야기하는 언론”이라고 했고 최고위원 후보인 김용민 의원도 “기득권과 최전선에서 싸우는 게 바로 뉴스공장”이라고 했는데, ‘진실’은 ‘우리편’, ‘기득권’은 ‘상대편’이란 의미로 들린다. 추미애 전 장관도 ‘대권’을 꿈꾼다고들 한다. 결국 ‘상대편’ 반대를 위해 망신을 감수할 준비가 돼있으니 ‘나’를 지지해 달라는 것 아닌가?


양당 모두 이런 태도에서 자유롭지 않으니, ‘혁신’에 실패할 수밖에 없다. 남을 반대하기 바쁜데 자기를 돌아볼 여유가 어디 있겠나.


하도 이러니 이게 원래 세상살이의 원리인가 보다 한다. ‘반대’가 아닌 ‘찬성’의 논리는 오직 실질적 이득을 향해서만 작동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사면해 백신을 구해오게 하자는 주장을 일부 언론이 전면에 내건 게 그렇다. 백신만 구할 수 있다면 사법적 정의는 언제든 훼손을 용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아마 이런 주장의 배경이 된 것도 넓은 의미의 ‘돈’일 것이다. 가장 슬픈 건 이런 속물주의가 사람들에게 ‘먹힌다’는 거다. 쓰면 뱉고 달면 삼키는 게 유일한 삶의 원리인, 정치와 언론이 함께 손을 잡고 만들어 낸 슬픈 세상의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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