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임명동의제' 폐지 요구하며 단협 해지 통고

노조 "노사 합의 결과물을 인질로 삼아…SBS 31년사 유례없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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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사측이 전국언론노조 SBS본부에 단체협약 해지를 통고했다. 단체협약에 있는 ‘임명동의제’ 조항 삭제를 요구했는데 노조가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지난 2월20일로 유효기간을 넘긴 현재의 단협 효력은 법률적으로 6개월간 지속되는데 이 기간 내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기존의 단협 사항은 모두 소멸된다. 사측의 단협 해지 통보에 SBS 노조는 “임명동의제가 마음에 안 든다고 지난한 노사 합의의 결과물을 인질로 삼아 버린 것”이라고 반발했다. 

 

 

SBS 사측은 지난 2일 사내 알림글에서 “지난 1월부터 노사는 11차례 단협 개정 교섭을 해왔으나 아무런 진전을 이루지 못해 평행선 교섭은 의미가 없다고 판단, 오늘 노조에 단협 해지를 통고했다”며 “회사가 단협에서 임명동의제 삭제를 요구한 것은 노조의 일방적 10·13 합의 파기로 인해 경영진 임명동의제의 근거가 없어진 데 따른 정당한 조치”라고 밝혔다. 

 

사측은 10·13 합의가 파기됐기 때문에, 임명동의제 역시 원인무효라는 입장이다. SBS 노사는 지난 2017년 사장과 편성, 시사교양, 보도부문 최고책임자에 대한 직원들의 임명동의제 실시에 합의했는데 체결 날짜에 따라 ‘10·13 합의’로 불린다. SBS 사측은 “10·13합의문에는 노조가 그동안의 일방적 주장들을 더이상 퍼뜨리지 않는다는 조건과 주주의 이사 임면권을 존중한다는 합의 조항이 들어갔다”면서 “윤창현 노조위원장은 대주주와 사장, 경영본부장 퇴진운동을 벌이고, 대주주를 포함해 전·현직 사장들을 4차례 검찰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전국언론노조는 지난 5일 성명에서 “임명동의제도를 파괴한다는 명목으로 노사간 단체협약을 해지 통고한 것은 SBS를 다시 지배주주인 윤석민 회장의 노리개로 전락시키고, 태영자본의 애완견으로 만들겠다는 의사에 다름 아니”라며 “즉시 단협 해지 통고를 철회하고 노사관계를 원상회복하지 않으면 전국언론노동조합은 태영 자본의 방송계 퇴출 투쟁에 돌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같은 날 전국언론노조 SBS본부는 “임명동의제 폐지 말고는 어떤 경우의 수도 없다는 사측의 선언 앞에 우리의 임금, 복지, 휴가, 인사 원칙 등이 담긴 단체협약이 6개월 뒤 사라져버릴 위기에 처했다”며 “SBS 31년사 유례없는 일”이라고 밝혔다. 

 

이어 “단체협약 해지는 노사 간 극한 대립을 초래할 수 있는 극약 처방과도 같기 때문에 일반 기업조차 신중하게 행사하고 있다”며 “2011년 MBC 사측이 단체협약을 파기하는 무리수를 둔 뒤, 조직과 구성원들이 어떤 대가를 치러야 했는지, 나아가 대한민국 방송 환경 전체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살펴보면 그 해악은 상상을 초월한다. 협의 공간을 외나무다리로 몰아간 책임은 분명 사측에게 있다”고 했다. 

 

박지은 기자 jeeniep@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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