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페이만으론 지역 '뉴스7' 지속할 수 없다"

KBS 지역 기자들 "본사 부서 하나 규모로 40분 뉴스제작…인력충원 시급" 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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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인원으로 더 많은 뉴스를 만드니 상대적으로 품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개인적으론 성장한 느낌이 확실히 있지만, 로드(업무량)가 너무 심하다. 이렇게 언제까지 계속할 수 있을까?”


2018년 제주총국 시범사업으로 시작된 KBS ‘뉴스7’ 지역화가 실험 편성을 거쳐 지난해 2월 전국 9개 총국 데일리 편성으로 확대됐다. 매주 월~목 저녁 7시부터 40분간 방송되는 ‘뉴스7’은 각 지역총국에서 자체 제작·편집한 뉴스로만 채워진다. 본사 뉴스 뒷부분에 5분 남짓 방송되는 게 고작이던 지역뉴스가 ‘메인’으로 당당히 올라선 것이다. KBS는 이를 “진짜 ‘지역뉴스’가 찾아간다”며 대대적으로 홍보했고, ‘지역방송 활성화’의 마중물로 삼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뉴스7’의 지역화는 1년 만에 “지역방송 활성화의 전부는 아니지만 상징”이 됐다. 지역성 구현과 저널리즘 혁신 면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고 시청률도, 시청자 만족도도 나쁘지 않았다. 그런데 정작 뉴스를 만드는 지역 기자들의 반응은 만족스럽지 못했다. 이들은 ‘뉴스7’이 지역방송에 하나의 전환점이 됐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열정 페이만으로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없다”며 인력 충원을 비롯한 인적·물적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KBS전국기자협회가 ‘지역 중심 뉴스7 지속가능 조건은?’을 주제로 지난 26일 여의도 KBS아트홀에서 토론회를 개최했다.

KBS 지역 기자들이 가입한 KBS전국기자협회가 ‘지역 중심 뉴스7 지속가능 조건은?’을 주제로 지난 26일 연 토론회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얘기 역시 인력 충원이었다. KBS전국기협이 전남대 언론홍보연구소에 의뢰해 KBS 지역국 기자들을 전수조사한 결과에서도 인력 충원이 가장 시급한 과제로 꼽혔다. 조사를 진행한 유종원 전남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본사 부서 하나 규모인 지역총국 보도국에서 40분을 채우기 위해 질적 가치가 떨어지는 뉴스를 제작하는 게 현실”이라며 “좋은 뉴스를 만들려는 열정만으로 버티고 있지만, 지속 가능하기 위해선 ‘뉴스7’에 대한 정확한 목적과 목표를 설정하고 적정 규모의 인력 확충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뉴스7’ 데일리 방송 확대와 맞물려 지난해 3월부터 KBS 지역뉴스가 포털에 공급되기 시작하면서 기자들의 디지털 기사 작성, 리포트, 출연 등은 최대 5배까지 늘었다. 물론 지난해 코로나19와 유례없는 기상이변 등으로 재난방송 체제로 운영된 측면도 있다. 문제는 업무량과 시간은 늘었지만 정작 출입처 등 현장취재는 부족해지고, 심층취재 역시 힘들어졌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기자는 “전달력을 높이기 위해 효과적으로 포장하는 제작 능력이 중요해졌다”는 데 동의했다. 취재보다 제작에 들이는 공이 커졌다는 것이다.


인력과 예산 지원이 없었던 건 아니다. 총국별로 취재·촬영기자가 각각 한 명 이상씩 충원됐고, 지역총국 보도국 한 해 예산보다 많은 돈(약 5억원)이 ‘뉴스7’을 위해서만 지원됐다. 이 예산으로 작가, 리서처, AD, VJ 등을 뽑았지만 대부분 40분짜리 뉴스의 다양한 코너 ‘제작’과 관련된 비정규 인력이었다. 류성호 KBS전국기자협회장은 “코너를 다양하게 운영하려고 리소스를 붓는데, 기자가 직접 취재하는 업무와는 별로 상관이 없다”며 “판은 깔렸고 기자들의 욕구도 있는데 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최재훈 KBS부산총국 보도국장은 재원만이 아니라 권한의 이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 국장은 “얼마 전에 작가용 노트북과 엑셀 프로그램을 사려고 하는데 자본 예산 권한이 본사에 있어서 안 되더라”며 “예산을 주면 권한도 같이 줘야 한다. 지속가능성을 위해선 재원과 권한의 대폭적인 지역 이양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KBS 지역 기자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KBS뉴스7> 지역화 체제 전환 이후, 귀하는 취재/제작과 관련된 아래 각 의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에 해당하는 항목. 5점에 가까울수록 동의한다는 답변이다.

한편 본사에선 지역의 힘든 사정은 알지만 ‘혁신’을 멈출 순 없다는 입장이다. 안세득 KBS 네트워크부장은 “내부자의 목소리에 너무 귀 기울이고 여건에 주목하게 되면 지역 시청자들이 소외될 수 있다”며 “결핍과 부족, 필요는 협업, 재구성, 재발견 등의 방법을 통해서 찾아나가야 한다. 작년에 이어서 한 단계 더 나가려면 그동안 시도하지 않았던 것들을 해보며 지역성을 심화하고 횡적으로 확장해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양승동 사장은 이날 토론회에 시작에 앞서 격려사를 통해 “지역총국 기자들이 녹록지 않은 여건 속에서 발로 뛰고 열정적으로 취재에 임해줘서 지난 1년 좋은 평가를 받았고, 감사드린다”면서 “어떻게 지속 가능하고 발전할 수 있을까 하는 문제에 대해 회사에서 어떻게 인식을 공유하고 지원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고은 기자 nowar@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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