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파인더 너머] (8) 아낌없이 빼앗긴 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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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파인더 너머'는 사진기자 강윤중(경향신문), 이효균(더팩트), 김명섭(뉴스1), 하상윤(세계일보)이 카메라의 뷰파인더로 만난 사람과 세상을 담은 에세이 코너입니다.]

 

봄은 모든 생명이 생동하는 계절이다. 그러나 이 당연한 명제가 가로수에게는 통하지 않는다. 거리의 나무들에게 매년 이맘때는 수난의 시기다. 벌목에 가까운 수준의 가지치기 때문이다. 규정 없이 이뤄지는 강전정은 매년 반복된다.


국제수목학회의 수목관리 가이드라인은 전정 비중을 부피의 25% 이내로 제한한다. 과도한 가지치기가 나무의 생명을 단축할 뿐 아니라, 보행자에게도 안전하지 않기 때문이다.

 

서울 은평구의 한 초등학교 담장에 심어진 나무를 카메라에 담았다. 사진 속 이 은행나무는 본래 모습을 잃은 지 오래다. 마치 사막의 선인장 같은 모양새가 된 나무는 사지가 잘린 걸로 모자라 허리쯤엔 철사를 칭칭 감아 스피커를 매달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무는 살기 위해 사방으로 잔가지를 뻗어냈다. 날이 좀 더 따뜻해지면 나무는 다시 잎을 틔울 것이다. 그리고 무더운 여름날엔 아이들을 위해 작은 그늘을 내어줄 것이다. 아낌없이 주는 나무처럼.

 

하상윤 세계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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