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성범죄 동화작가 출판물' 추적한 한겨레

1심 시작된 2018년부터 취재
"책 회수, 열람 제한 등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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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성범죄로 실형을 받은 동화작가의 책 수십 권이 그대로 팔리고 있다.’ 이 사건이 보도로 처음 알려지자 사회적 공분이 일었다. 타 언론사의 관련 기사도 쏟아졌다. 보도 이후 출판사는 책을 절판하고 주요 대형서점과 공공도서관들은 책의 판매·열람·대출을 막았다. 한겨레신문의 지난 15일 <‘서연이 시리즈’ 동화작가 ‘아동성추행’ 징역 2년6개월 수감> 보도 이후 일어난 일들이다.

한겨레는 이날 1면 머리기사와 9면 전면을 통해 “직접 가르쳐 온 초등학생을 성추행한 혐의로 기소돼 2년 6개월간 재판을 받아온 동화작가 한예찬씨에게 1심에서 실형이 선고됐다”며 “그가 쓴 수십 권의 책은 전국 어린이도서관과 온오프라인 서점에 비치돼 있다. 그가 노랫말을 쓴 동요는 유튜브 콘텐츠로 만들어져 지금도 재생된다”고 보도했다.

 

기사를 쓴 최우리 한겨레 기자는 1심 재판이 시작된 지난 2018년 하반기부터 이 사건을 취재해 왔다. 최 기자는 지난해 12월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한예찬씨가 수감됐지만, 두 달이 지나도 그의 책이 판매되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올해 법조팀에서 기후변화팀으로 자리를 옮긴 최 기자가 부서는 바뀌었지만, 이 사안을 끝까지 보도해야겠다고 결심한 이유다. 최 기자는 기사를 통해 가해 작가가 수사와 재판을 받으면서도 여자아이가 주인공인 판타지물 등 24권에 달하는 책을 집중적으로 펴냈다는 사실을 알리며 성범죄 작가의 출판물 제한에 대한 실효적 대안도 함께 제시했다.

최 기자는 “당시에도 검찰, 대법원 출입이라 지방법원은 제 담당이 아니었지만, 사건이 계속 마음에 걸려 재판 일정을 계속 챙기게 됐다”며 “동화작가의 성추행 사실을 단순히 전달하는 건 의미 있다고 보지 않았다. 유죄 판결 자체로 사건이 끝난 게 아니라 그가 쓴 아동 도서가 남아있다는 게 피해 아동과 가족에게 굉장히 폭력이 될 거라 봤다”고 말했다.

최 기자가 처음 이 사안을 보고할 당시 법조팀장이던 김남일 디지털콘텐츠 부장은 “해당 도서의 판매중단, 열람 제한이 기사의 제1 목적이었다”며 “보통 단독으로 쓴 언론사가 조금씩 상황을 진전시켜 여론을 모으는 식으로 기사를 진행하는데 아동 대상 성추행 사건이라는 특수성이 있어 여러 논점을 한번에 제시해 최대한 빨리 기사가 목적한 바로 나아가려 했다. 실제로 책 회수, 열람 제한 등의 효과가 있었다”고 말했다.

최 기자는 첫 보도 이후에도 <성범죄 저자와 그의 책은 분리될 수 있을까요?> 등의 후속 보도를 이어가고 있다. 그는 “현재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아청법)이 취업 제한 근거로 작품 활동은 따로 두지 않고 있다. 표현의 자유라는 헌법상 권리 때문인데 아동의 인권과 표현의 자유 이 둘을 어떻게 볼 것인가에서 시작된 고민을 마무리 지어야겠다고 생각했다”며 “다행히 기사를 본 시민분들이 피해 아동 인권 보호에 많은 공감을 해줘 참 감사하다”고 했다.

박지은 기자 jeeniep@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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