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민생법'이라며… 비판 아랑곳 않고 밀어붙이는 여당

언론관련 입법, 심사 과정부터 통과 후까지 진통 예상… 쟁점들 짚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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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개혁 입법’(2월3일, 이낙연 대표)→‘미디어 민생법’(2월10일, 이낙연 대표)→‘가짜뉴스 3법’(2월16일, 홍익표 정책위의장)


여당이 2월 국회 처리를 예고한 언론 관련 법안에 대해 ‘언론 재갈 물리기’란 비판이 제기되자 ‘가짜뉴스로 인한 피해구제를 위한 민생법’이란 점을 강조하고 나섰다. “허위사실을 고의로 게재한 경우에만 국한하기 때문에 정상적인 언론이라면 하나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노웅래 최고위원)는 것이다. 여전히 이 법의 주 대상이 “가짜뉴스의 온상인 유튜브와 SNS, 1인 미디어”라고도 했다. 하지만 언론단체들은 ‘언론 규제법안’, ‘언론검열’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전국언론노조는 지난 9일 성명에서 이렇게 일갈했다. “잡초를 뽑겠다며 알곡까지 죽일 제초제와 다를 바 없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운데)가 지난 3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며 일명 ‘언론개혁 입법’의 2월 국회 처리를 주문하고 있다. /뉴시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운데)가 지난 3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며 일명 ‘언론개혁 입법’의 2월 국회 처리를 주문하고 있다. /뉴시스


민주당이 말하는 ‘가짜뉴스 3법’은 정보통신망법, 언론중재법, 형법 개정안을 가리킨다. 이 중 ‘피해자 구제’에 방점이 찍힌 6개 법안을 선별해 늦어도 3월 중에는 처리한다는 게 민주당 방침이다.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의 핵심은 인터넷상에서 거짓 또는 불법정보로 이용자의 명예를 훼손한 경우 손해액의 최대 3배까지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한 것인데, 민주당은 이 징벌적 손해배상 적용 대상에 언론은 물론 포털도 포함하기로 했다. 언론에 대한 징벌적 손배제 도입은 앞서 법무부의 상법 개정안 발표 당시에도 크게 논란이 됐으나, 여론조사에선 항상 찬성 쪽 의견이 다수였다. 이런 찬성 여론과 ‘언론 혐오’ 정서가 민주당에겐 추진 동력이 된 셈이다. 하지만 해당 개정안은 소관 상임위인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검토 과정에서도 “민법상 손해배상 제도나 형법상 형사처벌 제도와 중첩되어 헌법상 과잉금지원칙에 위반될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 바 있어 향후 심사 과정이나 법안 통과 뒤에도 논란이 예상된다.


언론중재법 개정안은 정정보도를 할 때 원 보도와 같은 지면, 2분의1 이상의 시간과 크기(분량)를 의무화하고 위반 시 3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 또한 인터넷상 언론 보도 등의 내용이 진실하지 않거나 사생활의 핵심영역을 침해하는 경우 해당 기사가 이용자에게 노출되지 않도록 열람차단을 청구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모두 기존의 정정보도 제도나 방식이 피해구제에 실효성이 없다는 판단에서 나온 법안들이다. 실제 정정보도는 원 보도에 비교해 크기(분량)가 작고 눈에 띄지도 않으며, 특히 인터넷에선 정정보도 뒤에도 피해자가 ‘기사의 열람·검색 차단’을 원하면 언론중재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해 해당 인터넷신문사업자와 ‘합의’를 해야 하는데, 그렇게 구제받는 비율이 2019년 기준 30%대에 불과하다. 하지만 열람청구권 도입과 관련해 “개인의 사생활과 인격권”을 보호한다는 이유로 “국민의 알 권리와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한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한국기자협회와 신문협회 등도 “사법부가 아닌 언론중재위원회가 모호하거나 포괄적인 열람차단 청구 요건을 판단하는 것은 부적절하며, 열람차단청구로 인해 의혹·쟁점 사안에 대한 보도 활동이 위축되어 견제와 감시라는 언론 본연의 기능이 저해될 수 있다”며 반대 의견을 낸 바 있다.


악성 댓글 피해자가 신고하면 해당 댓글만이 아니라 게시판 자체의 운영을 제한할 수 있도록 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 역시 과잉금지원칙 위반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다. 과방위 검토보고서에서도 해당 법안이 “사업자의 영업의 자유 및 다른 이용자들의 표현의 자유를 제한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홍익표 정책위의장은 16일 원내대책회의에서 “가짜뉴스 3법을 통해 건강한 언론생태계를 적립하여 표현의 자유를 끝까지 지켜나가도록 하겠다”고 했지만, 언론·시민사회 우려의 목소리는 크다.


사단법인 오픈넷은 지난 9일 논평을 내고 “제도는 최악의 지도자가 등장하여 남용하는 경우를 상정하여 설계되고 추진되어야 하는 것”이라며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는 법은 정치적, 사회적, 경제적 권력자가 비판적 목소리를 억압하기 위한 도구로 남용하기 쉽기 때문에 특히 그 도입을 경계해야 한다”고 밝혔다. 해당 법안들이 일반인의 피해구제와 민생에 얼마나 기여할 지 의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오픈넷은 “민주당은 ‘언론민생법안’이라고 하지만, 이 법안들이 보호하는 것은 결국 ‘언론 기사’의 주요 대상이 되는 정치적·사회적 권력자인 ‘공인’이나 ‘기업’들의 법익이 될 것”이라고 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입법 취지에는 공감을 표하면서도 “시민사회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지 않고, 성숙된 공론화 과정을 거치지 않은 점은 매우 유감”이라며 “언론의 공공성 강화와 신뢰도 제고를 위한 근본적인 개혁방안이 마련되지 않은 채 나온 6개 개별 법안이 시민들의 언론피해구제를 위한 진짜 민생법안이 될 수 있겠는가”라고 꼬집었다.


따라서 신속한 처리보다 신중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언론개혁시민연대는 지난 5일 논평에서 “피해자를 신속하게 보호하려는 취지에 기초하되 이에 상충할 수 있는 법익의 침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신중하게 논의해나가는 게 바람직하다”며 “2월 국회로 시한을 못 박고 서두를 일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언론노조도 “지금 당장 여섯 개의 법률개정안 심의를 중지하고 언론 노동자와 시민이 함께 하는 공청회를 개최하라. 민주당의 언론개혁이 무엇인지, 시민이 원하는 언론개혁이 무엇인지 귀를 열고 듣겠다”고 밝혔다.


김고은 기자 nowar@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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