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김주하 AI 앵커가 반갑게 인사했다

읽고→듣고→보고…진화하는 AI 저널리즘
MBN, 하루 4차례 AI 앵커 콘텐츠 선보여
YTN 내년 상반기 목표로 AI 아나운서 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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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OOO 기자님.” 영상합성 사이트에 해당 문장을 치자 10초가 채 되지 않아 김주하 MBN 앵커가 영상에 나와 문장 그대로 인사한다. 안면·음성합성 AI 기술로 구현된 김주하 AI 앵커다. AI 앵커는 인간 김주하 앵커와 목소리는 물론 표정까지 매우 흡사했다. MBN은 지난 9월부터 하루 네 번 온라인을 통해 정오 주요뉴스, 단신, 종합뉴스 예고 등의 김주하 AI 앵커 콘텐츠를 내놓고 있다.


MBN은 머니브레인과 협업으로 지난 9월부터 김주하 AI 앵커를 선보이고 있다. 사진은 머니브레인 영상합성 사이트. 텍스트를 입력하면 정면, 측면, 풀샷, 바스트샷, 의상 등 17가지 버전으로 영상합성이 가능하다.

▲MBN은 머니브레인과 협업으로 지난 9월부터 김주하 AI 앵커를 선보이고 있다. 사진은 머니브레인 영상합성 사이트. 텍스트를 입력하면 정면, 측면, 풀샷, 바스트샷, 의상 등 17가지 버전으로 영상합성이 가능하다.

이성수 MBN 스포츠부장(전 보도제작부장)은 “1000자까지 입력할 수 있는 영상합성 사이트에 기사를 작성하면 합성 영상이 나오고, 이 영상에 자막 처리, 자료 영상 삽입 등의 편집을 하면 하나의 AI 앵커 콘텐츠가 만들어진다”며 “영상, 음성 데이터 학습을 위해 김주하 앵커가 5일 동안 10시간 정도 별도로 녹화했다. 이 데이터로 일정 기간 동안 딥러닝 과정을 거쳐 AI 앵커가 완성됐다”고 말했다.

◇텍스트-음성-영상으로...뉴스 이용자 일상에 더 가까워진 AI


뉴스 분야에서 인공지능(AI)의 영역이 점차 넓어지고 있다. 국내 언론계에 가장 먼저 도입된 건 로봇 기자다. 지난 2016년부터 파이낸셜뉴스의 ‘IamFNBOT’을 시작으로, 국민일보(웨더봇), 매일경제신문(MK라씨로), 서울경제신문(아파트실거래가NEWS봇), 한국경제신문(한경로보) 등의 언론사들이 주식 시황, 부동산 정보, 날씨 기사를 자동 작성하는 로봇 기자를 속속 선보였다. 연합뉴스는 지난 4월 일기예보 데이터와 미세먼지 자료를 파악하고 스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머신러닝 기반의 AI 날씨뉴스를 상용화하기도 했다.


김태한 연합뉴스 AI팀장은 “로봇 기자는 여러 양식에 맞는 규칙을 기반으로 기사를 만들어내는 자동화 방식이다. 정확하고, 오류가 발생하지 않아 팩트가 중요한 기사에는 이 기술이 유용했다고 본다”면서 “현재 AI팀은 기자들의 취재를 돕는 AI 도구들을 개발하고 있다. 사건일지 생성기, 기사 내용에 맞는 사진 맵핑, 빅데이터 분석 알리미, 외신 번역 등의 AI 기술을 연내에 도입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AI 스피커·음성 비서를 통해 들을 수 있는 음성 뉴스도 독자들에게 익숙한 서비스다. 카카오의 AI 스피커 ‘카카오 미니’에서는 KBS, SBS, MBC 등 99개의 언론사 뉴스를 제공하고 있고, SKT의 ‘누구’에서는 CBS노컷뉴스, 지상파 3사, 종편 4사의 음성 뉴스를 들을 수 있다. YTN은 음성 뉴스를 제작해 네이버의 ‘클로버’, 구글의 ‘구글 어시스턴트’에 뉴스를 공급하고 있다.

◇뉴스 유통 사각지대 메워주는 AI 아나운서


AI 아나운서의 등장으로 AI 활용은 읽고(텍스트), 듣는(음성) 뉴스를 넘어 보는(영상) 뉴스까지 확대되고 있다. YTN플러스는 이스트소프트 인공지능 연구소인 AI 플러스 랩과 AI 아나운서를 공동개발하고 있다. 내년 상반기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현재는 김경수 YTN 앵커를 모델로 평소 김 앵커의 진행 영상과 별도 촬영 영상을 통해 학습한 샘플 영상을 추출했고, 정교화 작업과 텍스트-영상합성 변환 속도 향상을 위한 연구가 진행 중이다.


지난 10월 이스트소프트가 개최한 'AI PLUS 2020' 컨퍼런스에서 김경수 YTN 앵커를 모델로 한 AI 아나운서 시연 영상이 공개됐다.

▲지난 10월 이스트소프트가 개최한 'AI PLUS 2020' 컨퍼런스에서 김경수 YTN 앵커를 모델로 한 AI 아나운서 시연 영상이 공개됐다.

지난달 30일 확인한 샘플 영상은 아직 개발 중인 단계이지만, 성대, 눈썹 움직임까지도 표현돼 매우 자연스러웠다. 하성준 YTN플러스 크리에이티브 제작팀장은 “현재 텍스트를 치면 15초 만에 AI 아나운서가 나오는 단계다. 퀄리티를 더 높이는 과정이 필요한데 자연스러운 발음, 발음에 맞는 입 모양, 그에 맞는 제스처 등을 잘 살리려 한다”며 “뉴스 내용마다 톤을 다르게 읽는 등 감정적인 요소까지 기술을 넣을 수 있을지 연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24시간 보도 채널, 속보라는 YTN의 강점을 살려 텍스트 위주의 속보 처리를 실시간 영상 대응으로도 가능케 하는 것이 AI 아나운서 개발의 핵심이다. 윤미영 YTN플러스 미디어전략팀장은 “독자들이 뉴스를 이용하는 데 플랫폼마다 차별이 없도록 하는 게 목적”이라며 “텍스트로만 이뤄진 기사 속보는 포털사이트에서는 금방 유통될 수 있겠지만 아나운서 준비 시간, 스튜디오 촬영 등 영상 하나를 만드는 데 시간이 걸려 유튜브와 같은 다른 플랫폼에서는 속보에 대한 대응이 느릴 수밖에 없었다. AI 아나운서로는 뉴스 영상이 훨씬 빨리 만들어질 수 있어 벌어진 시간을 메울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지난 6일 MBN 보도국에서 AI 앵커 콘텐츠를 편집하고 있다.

▲지난 6일 MBN 보도국에서 AI 앵커 콘텐츠를 편집하고 있다.


MBN의 AI 앵커는 뉴스 시간대의 사각지대를 커버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성수 부장은 “오후에는 중요 이슈를 선정해 AI 앵커 단신을 내보낸다. 예를 들어 이날 오전 국회에서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중요한 워딩이 있으면, 김주하 AI 앵커가 소개하고 이낙연 대표의 녹취를 넣는 식의 세미 리포트가 가능하다”며 “AI 앵커 도입 초기에는 텍스트-영상 합성부터 편집 작업까지 영상 하나를 만드는 데 1~2시간이 걸렸는데 지금은 40분 정도로 작업 시간이 줄어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전에 없었던 기술... 새로운 논의 지점 생겨


“AI 앵커라니 정말 신기하다.”, “좀 무섭다.” 지난 9일 김주하 AI 앵커가 처음으로 MBN ‘종합뉴스’에 출연한 것을 본 독자들의 반응은 제각각이었다. 발전하는 기술에 비해 제도나 사회적 기준이 따라가지 못하는 현상은 AI 저널리즘 영역에서도 마찬가지다. 이전에 없었던 기술들이 일상에 가까이 다가오면서 언론계에선 새로운 논의와 고민이 나오고 있다.


로봇 기자는 정확성, 빠른 기사 작성 속도라는 장점을 갖고 있지만, 단순 데이터 나열에 그친 어뷰징용 기사 정도로만 활용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네이버, 다음 등 포털은 지난 7월부터 언론사가 포털에 기사를 송고할 때 로봇이 작성한 기사는 ‘자동생성기사’ 유형에만 지정하도록 했다. 자동생성기사로 분류될 경우 일반 뉴스 검색으로는 기사가 나오지 않고 자동생성기사 유형을 따로 검색해야만 기사를 볼 수 있다. 하지만 자동화된 로봇 기사와 다른 머신러닝 기반의 AI 기사마저도 자동생성기사로 분류되며 정식 기사로 인정받지 못해 AI 뉴스가 개발될 가능성을 막는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김태한 팀장은 “연합뉴스 AI 날씨 기사는 자동화 방식이 아닌, 그동안의 연합뉴스 기사와 기상청 데이터를 학습하는 머신러닝 방식”이라며 “그만큼 개발도 로봇 기자보다 까다로웠고, 엔씨소프트와 협력을 통해 기술 실현을 했는데 불행히도 결과물로 봤을 때 로봇 기자가 쓴 자동화 기사와 큰 차이가 안 느껴진 듯하다. 현재 포털 제평위에서 논의가 진행되고 있어 AI 날씨 뉴스는 잠정적으로 중지한 상태”라고 말했다.


AI 아나운서 기술의 경우 악의적 도용 방지 문제 해결이 남아있는 과제다. 윤미영 팀장은 “실제 인간이 직접 말하지 않는 거지만, 그 사람의 얼굴로 뉴스를 보도하기 때문에 진짜 김경수 앵커가 얘기했다는 오해를 부를 수 있다. MBN의 경우 첫 소개부터 ‘AI 앵커입니다’라고 명시해 인간이 아닌 AI임을 밝히고 있는데, YTN에서도 AI라는 워터마크 장치를 마련할 예정”이라며 “누군가 고의적으로 편집하고, 불법 저작물로 유통하는 등의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암호화 등의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AI 기술로 인간이 설 자리를 좁게 만든다는 우려에 대해선 “지금 있는 사람들이 하지 못하는 일들을 지원해주고 틈새를 메우는 용도로 개발하는 것”이라며 “AI 아나운서가 나오면 인간의 자리가 없어지는 게 아니라 오히려 사람들의 잔업무가 줄어들고, 더 중요한 일은 집중할 수 있다고 본다”고 했다.


박지은 기자 jeeniep@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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