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와 시민 협력해 허위조작정보 맞서는 '팩트체크넷' 출범
11개 언론사, 시민팩트체커 등 참여 비영리 모델…"팩트체크의 도서관·포털로 만들겠다"
김고은 기자
nowar@journalist.or.kr
2020.11.12 17:33:45
▲기자와 시민, 전문가가 참여하는 팩트체크 오픈 플랫폼 '팩트체크넷'이 12일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출범을 알리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자와 시민이 함께 참여하는 팩트체크 오픈 플랫폼 ‘팩트체크넷’(factchecker.or.kr)이 12일 공식 출범했다. 팩트체크넷은 기자와 시민, 각 분야의 전문가가 협력해 허위조작정보를 검증하고 그 결과를 발표하는 온라인 플랫폼으로 방송기자연합회와 한국기자협회, 한국PD연합회 등 언론 현업인 3단체와 사회적 협동조합 ‘빠띠’가 컨소시엄을 구성해 설립했다.
팩트체크넷은 이날 오전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설립 취지와 목표, 운영 방향 등을 밝혔다. 김동훈 한국기자협회장은 “팩트체크넷은 허위조작정보의 범람 속에서 언론이 책임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는 반성에서 출발했다”며 “기자와 각 분야 전문가, 시민 참여의 협업을 바탕으로 허위조작정보 문제를 집단 지성을 통해 해결하고자 하는 거대하고 중요한 실험의 첫걸음”이라고 설명했다.
성재호 방송기자연합회장도 “시민과 기자, 전문가가 하나의 플랫폼, 커뮤니티에 모여서 허위조작정보에 대처한다는 건 전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일”이라며 “많은 지식과 정보의 교류를 통해 시민들이 팩트체크넷에 들어오면 ‘진짜 뉴스’만 볼 수 있고 도움이 되는 정보를 볼 수 있도록 만들어나가겠다”고 밝혔다.
팩트체크넷에서 직접 팩트체킹에 나서는 주체는 전문 팩트체커와 시민 팩트체커로 구분된다. 전문 팩트체커는 언론사 및 각 분야 전문가로 구성됐다. 12일 현재 KBS, MBC, SBS, YTN, EBS, MBN, 연합뉴스, 한겨레, 미디어오늘, 뉴스타파, 뉴스톱 등 11개 언론사와 4명의 변호사 자문을 바탕으로 법률 분야의 사실 검증을 하는 ‘로체크’까지 총 12개 채널이 참여한다.
시민 팩트체커는 방송기자연합회에서 실시한 팩트체크 관련 교육 과정을 이수하거나 팩트체크 시민 공모전에서 수상하는 등 팩트체킹 역량을 인정받은 인원 중 자원한 33명으로 구성했다. 이들 시민 팩트체커는 자원봉사 형태로 참여하나, 향후 우수 팩트체커를 선발해 포상하는 방안 등도 검토 중이다.
검증 대상 선정부터 정보수집 활동 및 조사, 토론을 거쳐 팩트체크 결과물을 작성하는 모든 작업은 전문 팩트체커와 시민 팩트체커의 협업으로 이뤄진다. 해당 결과물은 각 참여 언론사의 웹사이트에 게재된 후 인터넷 주소 링크를 통해 팩트체크넷 플랫폼에 공개된다.
검증 대상은 언론사 보도부터 인터넷 커뮤니티나 소셜미디어에 떠도는 정보까지 범위를 두지 않는다. 팩트체크넷에 가입한 일반 시민은 검증 대상을 제보할 수 있고, 조사가 진행 중이거나 검증이 완료된 사안에 대해서도 의견을 제시할 수 있다. 팩트체크넷은 “시민과 소통하고 시민의 요구를 충족하는 시민 친화적 공간으로 만들어가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팩트체크 서비스를 제공해온 SNU팩트체크와의 차별점을 묻는 말에 성재호 회장이 강조한 지점 역시 “시민에 의한 것”이라는 점이다.
재원도 다르다. SNU팩트체크는 포털 기업인 네이버로부터 기금을 지원받으며, 팩트체크넷은 정부(방송통신위원회)가 지원하는 예산으로 산하 기관인 시청자미디어재단의 위탁을 받아 사업을 수행하는 방식이다. 올해 지원받은 약 6억원의 예산 중 상당 부분은 시민 팩트체커 교육과 플랫폼 개발 등에 투입됐다고 주최 측은 설명했다.
그러나 팩트체크 사업에 정부 예산이 지원된다는 이유로 야당 등에선 ‘정부편향’을 우려하며 당장 내년도 예산 삭감을 주장한다. 이와 관련 팩트체크넷은 “정부가 팩트체크 검증 대상의 선정이나 검증 과정, 결과에 개입할 여지는 전혀 없다”며 “플랫폼 운영자 역시 지원은 하되 검증 과정에 개입하지 않는 IFCN(국제팩트체킹네트워크) 원칙을 준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성재호 회장은 “팩트체크 대상 선택, 검증, 결과까지 자율적이고 독립적인 언론사 운영 시스템과 다르지 않다”며 “플랫폼 운영의 재원인 방송통신발전기금은 시사프로그램 제작에도 지원되고 있는데 정부 개입이나 편향성 시비가 없지 않나. 구조적으로 문제없다”고 밝혔다.
플랫폼에 특정 성향의 언론사만 참여한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김동훈 회장은 “약 두 달 동안 진보와 보수 매체를 망라한 주요 언론사 편집·보도국장들 만나 팩트체크넷 출범 취지를 설명하고 참여를 요청해왔다”면서 “아직 출범 초기라 주저하는 게 있는 것 같은데, 앞으로는 참여하는 언론사도 더 많아지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팩트체크넷은 향후 공인의 발언과 주장들을 모아 데이터베이스(DB)화해서 제공하는 서비스와 각 분야 전문가가 참여하는 자문단을 구성해 24시간 팩트체킹을 지원하는 커뮤니티 시스템 등도 구축할 계획이다. 성재호 회장은 “신뢰할 수 있는 언론사와 연구기관의 팩트체킹 기사와 결과물을 DB화해 누구나 손쉽게 주요 사안과 이슈에 대해 정확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팩트체크의 도서관이자 팩트체크를 위한 포털로 만들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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