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하고 객관적인 보도를 통하여 국민의 알 권리와 표현의 자유를 보호·신장하고, 공익을 대변하며, 민주적 여론형성에 이바지하는 많은 언론인들로서는 언론 활동이 ‘징벌적 손해배상’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열렸다는 점에 대해 자존심이 많이 상한 듯 보이기도 하고 언론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큰 것이 아닌가 걱정도 많이 하고 있는 듯하다. 그렇지만 언론의 사회적 책임을 충실히 수행하여 수익을 얻는 언론사와 언론인에게 언론사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가 과연 언론의 자유 위축 가능성만을 들어 반대할 일인지 의문이다.
우선 언론·출판의 자유에 대하여 헌법은 언론이 타인의 명예나 권리 또는 공중도덕이나 사회윤리를 침해하여서는 아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언론중재법 제30조 제1항에서는 ‘언론 등의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위법행위로 인하여 재산상 손해를 입거나 인격권 침해 또는 그 밖의 정신적 고통을 받은 자는 그 손해에 대한 배상을 언론사 등에 청구할 수 있다’고 하여 이미 명예훼손에 한정하지 않고 언론의 위법행위에 대하여 책임을 구할 수 있도록 하고 있었다. 소위 가짜뉴스·허위정보의 피해자가 손해배상을 요구할 수 있는 근거다. 일례로 광고주로부터 허위·과장된 광고 내용을 받아 보도기사로 게재한 인터넷신문사에게 독자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는 대법원 판결이 2018년 선고되기도 하였다. 개정안으로 인하여 없던 책임이 생기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문제는 책임이 인정되더라도 국내 위자료 제도의 한계로 말미암아 인용액이 매우 적었으며, 피해 구제와 위법행위 억제 기능이 부족했다는 점에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언론 피해는 손해액 현실화와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의 도입이 필요한 대표적인 분야로 계속적으로 거론되어 왔다. 대법원에서도 고의·중과실로 인한 명예훼손의 경우 허위사실, 악의적·영리적 목적, 인지도·전파성, 피해결과 등을 고려하여 기본 5000만원에서 2억원까지 가중하는 위자료 산정방안을 2016년 보도자료로 배포하기도 했다. 한편 이미 하도급법, 제조물책임법, 독점규제법 등 여러 특별법으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가 도입되어 왔으며 이번 법무부 상법 개정안은 제도를 모든 영리행위로 확대하자는 것에 불과하다. 여기에서 언론도 예외가 될 수는 없을 것이다.
기존의 언론 피해 사례 상의 각종 판단 기준에 비추어 볼 때 취재·보도에 충실한 언론사와 언론인에게 예측하지 못한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될 우려도 없다. 법원은 보도 내용에 허위가 있더라도 전체적 공익 목적이 존재하였는지 여부와 취재노력을 다했는지 여부 등을 살펴 책임 인정 여부를 판단하고 있다. 책임이 인정되는 정도에 이르면 언론의 자유라는 미명 하에 감싸줄 수 있는 수준을 벗어났다고 볼 수밖에 없다. 책임 인정 여부 판단 단계를 지나야 비로소 손해배상액 산정 단계에서 징벌적 손해배상 여부 판단에 나아가게 되는데 오히려 법원이 소극적으로 징벌적 손해배상 해당 여부 판단을 하게 될 것이 걱정이다. 실제로 이미 각종 분야에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가 도입되어 있지만 실손해 이상의 배상액이 인정된 사례는 한 손으로 꼽을 수준이다. 일반 시민들의 법감정과 공정 사회를 향한 열망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각 분야에 제도가 도입되었음에도 여전히 배상액 인정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법원의 태도에 주목해야 하는 상황이다.
무분별한 속보 경쟁용 받아쓰기와 베껴쓰기, 단기적 수익 창출을 위한 기사 위장 광고, 어뷰징, 폭력적·선정적 기사는 언론의 자유 보호 범위라 할 수 없다. 사실 확인을 위한 취재 노력을 다하는 대다수의 언론사와 언론인들은 여전히 언론의 자유로부터 든든하게 보호받을 수 있다. 달라지는 점은 없을 것이다. 개정안의 취지가 훼손되지 않고 통과되어 언론 시장의 건전한 경쟁과 언론사 내부의 성찰이 강화되고, 언론의 자유 보호 범위를 벗어난 언론 시장의 행태가 시정될 계기가 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
Copyright @2004 한국기자협회.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