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상, 연륜만이 권위 세워주진 않아… 수많은 변화 반영했기 때문"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 30년]
360번째 시상식… 지나온 30년 평가와 향후 과제

  • 페이스북
  • 트위치

한국기자협회가 주관하는 이달의 기자상이 30주년을 맞았다. 지난달 23일 열린 이달의 기자상(8월분) 시상식은 만 30년이 되는 360번째 시상식이었다.


이달의 기자상은 1967년 제정된 한국기자상 제도를 보완·강화하기 위해 지난 1990년 9월 만들어진 상이다. 한 달 동안 보도된 기사 중 가장 우수한 공적을 보인 작품과 기자(회원)들을 가려내 상을 수여하고 있다. 수상작은 이듬해 한국기자상 후보작으로 자동 추천된다.



이달의 기자상은 수상 주기가 한 달로 짧고, 심사에 기자들이 직접 참여한다는 점 등에서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기 힘든 독특한 상으로 꼽힌다. 지금이야 방송기자연합회, 한국사진기자협회, 한국영상기자협회 등 기자 유관협회들이 각각 이달의 언론상을 주관하고 있지만, 90년 당시만 해도 1년에 한 번, 또는 분기별 시상을 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기자협회는 이런 기자상이 “기자 사회에 적극적·긍정적 자극을 제공하는 촉매 역할”을 한다고 자평한다.


“기자들이 제일 받고 싶어 하는 상”이란 말이 있을 정도로 이달의 기자상은 한국기자상과 더불어 기자 사회에서 가장 권위 있는 상으로 자리 잡았다. 지금은 고인이 된 김세은 강원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지난 2013년 기자 83명을 대상으로 기자상에 대한 인식을 조사했는데, ‘국내의 대표적인 기자상 중에 가장 권위가 있다고 생각되는 기자상’ 1순위로 꼽힌 것이 ‘이달의기자상/한국(방송)기자상’(72.8%)이었다. ‘신뢰도 있는 기관이 수여하기 때문’(32.5%), ‘역사와 전통이 있어서’(31.3%)라는 응답이 많았다.


현재 기자상 심사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희용 연합뉴스 전문기자는 “심사위원 중에 외부 인사도 있긴 하지만 다른 상과 달리 기자 사회에서 직접 평가받는다는 것 때문에 더 의미 있게 생각되는 것 같다”면서 “권위라는 게 단순히 연륜 때문에 세워지는 것이 아닌데 그동안 언론 환경이나 저널리즘 가치가 변화되는 과정에서 치열한 토론을 거쳐 수상 기준 등을 바꾸고 변화를 반영해 왔기 때문에 더 의미가 크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30년 사이 기자상은 꽤 많이 달라졌다. 초창기엔 △취재 △사진 △지역언론 △출판 △편집 △(방송)영상 등 시상 부문도 단순했지만, 제30회(93년 2월)부터 기획시리즈 시상을 시작해 기획보도도 신문·통신과 방송으로 구분하고, 미디어 환경 변화를 반영해 온라인 부문과 만평 부문을 신설하는 등 전문보도 부문을 확대·강화했다. 경제 분야의 전문성이 더욱 중요해지면서 2010년대 들어 경제보도 부문을 따로 떼어 시상하고 취재보도 부문도 1부문(정치·사회)과 2부문(문화·체육·레저·과학·환경·국제·영자신문)으로 분리해 시행하고 있다.


수상작들을 봐도 변화가 확인된다. 지난 2015년 황치성 당시 한국언론진흥재단 책임연구위원이 제1회부터 제294회(2015년 2월)까지 이달의 기자상 수상작을 분석한 결과, 속보성을 강조한 기사들이 여전히 많았지만 “전체적인 추이는 단순 속보를 넘어 심층취재형으로 변하고 있고 특히 데이터 활용에 기초한 기사들의 증가세가 뚜렷”한 것으로 나타났다. 1990~2015년 수상작 중 대표 기사들을 분석한 ‘정부 시기에 따른 이달의 기자상 수상 기사의 다양성과 심층성 연구’(유승호) 논문을 봐도 노태우·김영삼 정부 시절(90~97년) 70%에 가까웠던 속보성 기사의 비중은 박근혜 정부 시기(2013~2015년)에 30%로 줄었다. 반면 같은 시기 기획시리즈의 비중은 8%대에서 39%대까지 약 5배로 증가했다. 보도 성향 역시 심층 분석 기사는 늘고 단순 정보는 줄어드는 추세로 나타났다.


같은 주제라도 취재나 전달 방식에서 새로운 시도를 하거나 빅데이터를 활용한 기사들이 높은 평가를 받게 된 것도 달라진 점이다. 2014년 이후 데이터저널리즘이나 인터랙티브 콘텐츠 같은 디지털 기사의 수상이 늘고 있는 것도 이의 방증이다.


그러나 여전히 기자들 사이에서 ‘정치·사회 분야 중심이다’, ‘시간차 특종을 우선시한다’, ‘지역 언론이 차별받고 있다’, ‘전문성 있는 보도에 대해 제대로 된 평가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등 볼멘소리가 나오는 것도 사실이다. 과거에는 기자상 선정을 둘러싼 공정성 시비로 소속 회원들이 집단 탈퇴하는 일도 있었다. 앞서 언급한 고 김세은 교수의 조사에서도 기자상에 대한 평가가 호의적이지만은 않았다. 기자상 심사가 공정하다는 응답은 5점 척도에 3.5점을 기록했고, 시상 분야가 적절하게 안배되어 있다(3.11), 심사위원들이 적절하게 안배되어 있다(3.10)는 그보다 낮게 나타냈다. 이민규 중앙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와 이병도 KBS 기자가 이달의 기자상에 대한 일선 기자들의 인식을 심층 분석한 논문에서도 조사 대상 40명 중 약 30%의 기자들은 기자상에 냉소적이거나 비판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달의 기자상 수상작이 반드시 훌륭한 기사는 아니다”, “메이저와 마이너 언론사간 차별이 있다”는 인식도 있었다.



실제 통계에서 특정 부문 편중이 나타나기도 한다. 360회까지 수상작들을 보면 정치·사회 분야 특종을 다루는 취재보도1부문이 전체 10개 부문 중 31.0%로 가장 많다. 취재1부문이 전체 추천작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4.5%로 4분의1 정도지만, 수상작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분의1 수준으로 높다. 지역취재부문은 전체 추천작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24.1%로 취재1부문과 비슷하지만, 실제 수상작 비율은 19.3%에 그쳤다. 전국적인 영향을 미치는 정치·사회 분야의 중앙 언론 보도가 중요하게 평가받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한편 전문적인 영역이라 할 수 있는 경제보도부문에선 지난 10년간 수상작이 단 55건만 나왔다. 추천 대비 선정 비율은 10.9%로, 같은 기간 취재보도1부문의 22.6%보다 크게 낮았다.


30주년을 맞은 이달의 기자상에 대해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가 여기 있다. 지난해까지 기자상 심사위원장을 맡았던 배정근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는 특종을 중시하는 경향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제언한다. 배 교수는 “미디어 환경 때문에 단독 경쟁이나 보도의 즉시성이 더 강화되고 있는데 바람직한 현상은 아니고, 전반적으로 예전만큼 특종이 중시되는 분위기도 아니다. 기자상이 특종 중심으로, 특종을 높이 평가하는 건 변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면서 “또 하나, 기사가 완벽하지 않더라도 사회에 미치는 파장이나 임팩트가 크면 상을 주곤 하는데 기사의 퀄리티나 완결성도 중요한 요소로 평가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희용 현 심사위원장은 다양성과 개방성을 강조했다. 이 위원장은 “기자협회가 레거시 미디어 중심으로 구성돼 있다 보니 여전히 수용자가 뉴스를 바라보는 기준에서는 부족함이 많을 것”이라며 “퓰리처상은 저술 활동에도 상을 많이 주는데, 칼럼이나 저술 등 기자들의 다양한 저널리즘 활동도 폭넓게 대상으로 삼아서 시상하면 어떨까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기자들의 활동이라는 게 시청자와 독자를 떠나서 존재할 수 있는 게 아닌 만큼 그들의 목소리를 반영하고, 바뀐 저널리즘의 가치나 언론 환경의 변화를 반영해야 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김고은 기자 nowar@journalist.or.kr


※위 기사를 쓰는 데 다음과 같은 자료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김세은(2013). 기자상을 바라보는 기자들의 인식: 탐색적 논의. 관훈저널 통권 129호
▲유승호(2016). 정부 시기에 따른 이달의 기자상 수상 기사의 다양성과 심층성 연구. 중앙대학교 석사학위 논문.
▲이민규·이병도(2019) 언론상에 대한 취재기자들의 주관성 연구 : ‘이달의 기자상’을 중심으로. 주관성 연구 통권 제47호
▲황치성(2015). 이달의 기자상을 통해 본 한국 저널리즘의 어제와 오늘: 역대 수상작 1635건 분석. 한국언론진흥재단 연구센터

김고은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배너

많이 읽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