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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상을 리모델링 하자

[언론 다시보기] 김하영 ROBUTER 편집장

김하영 ROBUTER 편집장2020.09.09 15:45:56

김하영 ROBUTER 편집장

▲김하영 ROBUTER 편집장

초등학생 시절에는 상을 제법 많이 받았는데, 중학교 이후로는 상을 받는 것이 뜸해졌다. 대학에서는 졸업장 한 장이 전부였고, 사회생활을 시작한 이후에도 상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살았다. ‘감사패’는 몇 번 받았지만 상이라 보기 어렵고, 회사 볼링 대회에 나가 우승 상금을 받았지만 트로피나 상장은 없었다. 그러다 아카데미 영화제 시상식에서 오스카상 트로피를 번쩍 든 봉준호 감독을 보면서 갑자기 ‘상’ 욕심이 생겼다. 봉 감독은 원래 저런 상을 별로 안 좋아하겠다 싶었는데, 그렇게 좋아하는 걸 보면 상 받는 게 좋긴 좋은 거 같다. 최첨단 디지털 시대에도 트로피와 상패, 기념패를 만드는 업체들이 여전히 성업 중인 데는 다 이유가 있다.


그래서 동네 배드민턴 클럽에라도 들어가 대회에 나가 트로피를 따볼까 생각도 해봤는데, 뒤늦게야 언론 분야에 엄청나게 많은 상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기자들 사이에서 가장 유명한 상으로는 ‘한국기자상’(이달의기자상 포함)이 있는 건 잘 알고 있었는데, 그밖에도 방송기자연합회의 ‘한국방송기자대상’, 한국방송협회의 ‘한국방송대상’, 민주언론시민연합의 ‘민주시민언론상’, 전국언론노동조합의 ‘민주언론상’ 등 각종 협회나 단체가 수여하는 언론상이 수두룩 빽빽했다. 이밖에 ‘단재상’, ‘리영희상’, ‘서재필언론문화상’, ‘송건호언론상’, ‘안종필자유언론상’, ‘최은희여기자상’ 등 유명인을 기리는 언론상에 ‘삼성언론상’, ‘씨티대한민국언론인상’ 등 기업이 수여하는 언론상까지 어림잡아 60여 가지가 넘는 언론 관련 상이 있다.


그런데 더 큰 아쉬움은 이런 상들을 받아봐야 언론인들끼리만 알지 대중들은 관심이 없다는 점이다. 태평양 건너 미국의 퓰리처상 수상작들은 국내에서 종종 화제가 되고 유료 사진전도 열리는데 말이다. 한 때 퓰리처상을 받으면 ‘팔자가 피는’ 줄 알았다. 2008년 미국 피닉스에서 열린 IRE(탐사보도협회)의 컨퍼런스에 참석했다가 허리케인 카트리나 보도로 퓰리처상을 수상한 기자를 만났다. 호기심이 생겨 조심스럽게 “상금이 얼마”냐고 물었더니 싱긋 웃으며 “텐 싸우전 달러”라고 했다. 난 처음에 ‘1억원(10만 달러)’으로 알아들어 “그레잇”이라고 답했는데, 나중에 곰곰이 생각해보니 1만 달러였다. 1000만원이 적은 돈은 아니지만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상이라고 하는 퓰리처상의 상금 치고는 예상 이하였다(지금은 인상해서 상금은 1만 5000달러이고, ‘대상’ 격에 해당되는 ‘공공 보도’ 부문은 상금 없이 금메달 하나만 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퓰리처상이 미국 기자들의 선망의 대상인 것은 상의 권위 때문이다. 미국에는 퓰리처상보다 상금을 많이 주는 상이 있지만 퓰리처상 선정 과정의 공정성과 역사성을 뛰어넘는 상은 없다. 상금이 적어도 권위가 있으니 ‘팔자가 핀’다. 퓰리처상은 뭐가 다를까? 퓰리처상의 다양성과 개방성에 주목해야 한다. 언론 보도 분야뿐 아니라 소설·희곡·시와 같은 문학, 자서전/전기·논픽션과 같은 비문학, 게다가 음악에까지 시상한다. ‘집안 잔치’를 벗어나 대중의 관심을 끌 수 있었던 배경이다. 또한 시대의 변화에 따라 시상 분야도 계속 바꿔왔고, 온라인 저널리즘에도 일찍부터 문호를 개방해 어디 소속이냐가 아니라 ‘가장 좋은 작품’이 퓰리처상을 받도록 해왔다. 우리나라에서도 “한국기자상을 받으면 팔자가 핀다”라고 말할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그 어느 때보다 언론이 코너에 몰려 있는 때다. 한국기자상의 리모델링을 심사숙고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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