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서울신문 지분 팔아 돈 벌 셈인가

[우리의 주장] 편집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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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신문 우리사주조합이 조합원 415명을 대상으로 기획재정부 지분 인수에 동의하는지 묻는 투표를 30일까지 진행한다. 투표 결과, 과반이 동의하면 사주조합은 기재부와 지분 인수 협상에 돌입한다. 서울신문 1대 주주인 기재부의 지분율은 7월1일 현재 30.49%다. 기재부 소유 지분은 액면가로 126억원, 자산가치를 반영하면 270억원 정도라고 사주조합은 밝히고 있다. 기재부 지분 인수엔 거금이 필요하고, 조합원 개인들이 부담을 지는 터라 어떤 결과가 나올지 관심이 모아진다.


기획재정부 국고국장과 출자관리과장은 지난달 26일 서울신문을 찾아와 기재부 보유 지분을 매각하겠다며 7월 말 시한을 주고 지분 인수 여부를 결정하라고 통보했다. 그러면서 사주조합이 지분을 매입하지 않으면 공개 매각하겠다고 밝혔다. 전셋집 계약 종료도 2개월 전에 통보해야 한다고 법에 나와 있는데, 언론사 지분을 인수하라면서 고작 한 달을 주니 여러 의심을 살 수밖에 없다. 사주조합이 7월 말 시한을 못 지키면 기재부는 공개 매각 절차에 들어갈 방침이다. 이럴 경우 특정 기업이 기재부 지분을 사들일 가능성이 크다고 서울신문 구성원들은 보고 있다.


1년 전, 서울신문의 3대 주주가 포스코에서 호반건설로 갑자기 바뀐 게 이 모든 것의 징조였는지 모른다. 지분 19.4%를 갖고선 별다른 영향력을 발휘할 수 없는 호반건설의 셈법은 불 보듯 뻔했다. 기재부나 사주조합 지분을 인수해 서울신문의 경영권을 확보하는 수순을 밟는 것이었다. 실제로 호반건설은 ‘300억+α’를 제안하며 사주조합 지분 매입에 손을 뻗치기도 했으나 거부당했다. 서울신문 구성원들이 호반건설의 적대적 M&A 시도에 전사적으로 대응하며 반발하자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작년 7월 “기재부의 서울신문 지분을 처리하더라도 서울신문과 협의 하에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기재부는 서울신문 지분 공개 매각의 이유로 “정부가 언론사 지분을 보유하는 것이 맞지 않기 때문”이라고 밝히고 있다. 정부 지분이 있는 서울신문의 지배구조는 분명히 개선해야 한다. 다만 지분 처리 방식이 촉박한 시한을 주고 밀어붙이거나, 시장에 내다 파는 형태로 졸속으로 이뤄져서는 안 된다. 속전속결로 처리했다가는 특정 기업을 염두에 둔 특혜 의혹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정부는 언론사 지분을 팔아 돈을 챙기는 장사꾼이 아니다. 서울신문의 지분 처리는 언론의 공공성과 독립성, 지속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미디어 정책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무엇보다 서울신문은 116년의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언론사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4월 “서울신문의 독립성을 보장할 방안을 마련한다”고 약속한 데는 다 이유가 있다.


기재부의 서울신문 지분 해소 목적이 돈 몇 푼에 있지 않다는 소식이 들려와 다행이다. 지난 24일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고광헌 서울신문 사장, 박록삼 사주조합장과 만난 자리에서 “수입을 거두려는 목적보다도 언론사 지분을 갖고 있는 것이 맞지 않다는 판단에서 필요하다는 것”이라고 했다. “정부도 가능한 한 우리사주조합이 인수할 수 있는 구조를 가져가면 좋겠다는 생각”이라며 “서울신문의 유구한 역사성이 있고, 상당 부분 언론의 특수성을 고려하고 싶다”고도 했다.


서울신문이 정치권력에서 독립할 수 있는 기로에 섰다. 타의에 의해 여기까지 왔지만 완전한 독립언론의 길은 자의로 만들어가야 한다. 자기희생을 하지 않고는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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