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신문 운명 가를 투표… 과반 동의땐 '기재부 지분 인수'

[우리사주, 정부 지분 액면가 120억원 추정… 30일까지 조합원 투표]
조합 "집단 대출 후 조합원 연차별로 월 이자 5만~15만원 가량 부담"
경영권 프리미엄, 프레스센터 건물 가치까지… 시장가 넘어설까 우려
조합장 "정부도 명분없는 것 알아, 우리가 협상 우위 가질 수 있을 것"

  • 페이스북
  • 트위치

서울신문이 기획재정부가 보유한 서울신문 지분을 인수하고 완전한 독립언론으로 나아갈 수 있을까. 서울신문 우리사주조합은 지난 27일부터 30일까지 기재부 지분을 우리사주조합이 인수하는 안에 대해 동의 여부를 묻는 조합원 대상 투표를 진행한다. 투표 결과 ‘동의’가 과반으로 나오면 우리사주조합은 기재부에 지분 인수 방침을 밝히고 본격적인 지분 인수 협상을 시작한다. 지난달 26일 서울신문 1대 주주인 기재부가 서울신문 우리사주조합과 7월 말까지 우선 매각 절차를 진행하고, 우리사주조합이 매입하지 않으면 서울신문 지분을 공개매각으로 처리한다고 통보한 상황에서 나온 결단이다.


서울신문 우리사주조합이 오는 30일까지 ‘기획재정부 지분 인수 동의 여부’를 안건으로 조합원 대상 총회 투표를 진행한다. 사진은 지난 22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서울신문 만민공동회’ 모습. 이날 서울신문 구성원들은 우리사주조합의 기재부 지분 인수안을 두고 투표를 진행하기로 했다. /서울신문 우리사주조합

▲서울신문 우리사주조합이 오는 30일까지 ‘기획재정부 지분 인수 동의 여부’를 안건으로 조합원 대상 총회 투표를 진행한다. 사진은 지난 22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서울신문 만민공동회’ 모습. 이날 서울신문 구성원들은 우리사주조합의 기재부 지분 인수안을 두고 투표를 진행하기로 했다. /서울신문 우리사주조합


정부 지분 인수가 방안으로 거론된 건 지난 22일 ‘서울신문 만민공동회’였다. 프레스센터 20층에서 열린 만민공동회에선 서울신문 구성원 1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정부 지분 인수가 가능한지, 구체적 인수 방안과 구성원 부담은 어느 정도인지, 회사와 사주조합의 향후 비전은 무엇인지 등을 놓고 2시간여 동안 열띤 토론이 이어졌다. 이날 참석자 대부분이 “서울신문을 건설 자본에만은 넘길 수 없다”는 공감대를 이룬 가운데 우리사주조합은 기재부 지분 인수안을 두고 투표를 진행하기로 뜻을 모았다. 이날 만민공동회에서 장형우 서울신문 노조위원장은 정부 지분 인수를 제안하며 자금조달 방안으로 한국증권금융 우리사주주식취득자금 대출을 제시했다.


우리사주조합이 추정한 정부의 서울신문 지분 30%는 액면가로 120억원, 시장가로 270억원 정도다. 우리사주조합은 지난 23일 투표 공고문을 통해 “결국 우리사주조합이 기재부 지분을 인수하기 위해 협상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이면서 우리의 독립언론 명분에 부합하는 방법이라는 결론으로 모아졌다”며 “한국증권금융 대출프로그램 및 회사 유동성을 활용해 집단 대출을 받을 수 있으며 이때 사주조합원 개인이 부담해야 하는 이자 비용은 1년 차 월 5만원, 2년 차 10만원, 3년 차는 15만원 남짓”이라고 밝혔다.


다만 270억원이라는 금액을 두고 구성원 사이에서 우려가 나온다. 경영권 프리미엄, 서울신문이 소유한 프레스센터 건물 가치 등을 매길 때 기재부가 지분 협상에서 시장가로만 값을 부르지 않을 수도 있다는 의미다. 실제로 만민공동회에선 우리사주조합이 이에 관한 대비책이 있는지 묻는 질문이 나오기도 했다. 이에 박록삼 우리사주조합장은 “정부 스스로도 명분이 없다는 걸 잘 알고 있다. 국가 부채 비율이 높아지고 있어 정부의 서울신문 지분을 매각하겠다고 하는데 고작 몇백억원으로 국가재정을 보전하겠다는 건 스스로 궁색해질 수밖에 없다. 또 언론사를 특정 기업에게 넘긴다는 특혜 시비가 충분히 예상되는 상황”이라며 “그 부분을 가지고 이후 협상에서 우리가 우위를 가질 수 있다고 본다. 조합원들의 권익과 이익이 훼손되지 않도록 협상을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우리사주조합은 지난 24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과의 면담에서 향후 지분 협상을 언론정책 차원으로 접근할 만한 중요한 지점이 나왔다고 밝혔다. 이날 면담에서 홍 부총리는 “(서울신문 지분 해소가) 수입을 거두려는 목적보다도 언론사 지분을 갖고 있는 것이 맞지 않다는 판단에서 필요하다는 것”이라며 “서울신문의 유구한 역사성이 있고, 상당 부분 언론의 특수성이 있기 때문에 다 고려돼야 하지 싶다. 그런 것이 없었으면 다른 것 매각하듯이 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홍 부총리 발언에 대해 우리사주조합은 “기재부의 지분 해소 목적이 돈 몇 푼에 있지 않다는 뜻을 확인했다”며 “기재부가 공개매각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명시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서울신문의 역사성을 반영해서 우리사주조합이 인수할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는 뜻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만민공동회 이후 서울신문 내부는 우리사주조합의 정부 지분 매입 의사를 공식화했다. 지난 23일 우리사주조합이 낸 <서울신문은 독립언론의 길을 걷겠다. 정부는 독립성 보장 방안 적극 제시하라> 제하의 성명을 지난 24일자 서울신문 1면 광고란에 싣는 것을 시작으로, 같은 날 전국언론노조 서울신문지부도 “(서울신문 지분을) 2017년 문재인 대통령이 약속한 독립성 보장의 방안으로 우리사주조합에 내놓으라”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앞으로 우리사주조합과 사측이 어떤 비전을 제시하며 구성원을 설득할 건지가 관건이다. 고광헌 서울신문 사장은 만민공동회에서 “수년전 한화그룹이 경향신문에 손을 떼면서 경향 임직원들은 스스로 자기 운명을 만들어가며 뼈를 깎는 시기를 겪었다. 이에 비하면 서울신문은 몇배나 조건이 좋다”며 “문제는 변화 앞에서 우리가 어떤 결단을 할 것인가다. 제가 대표로 있는 한 구성원이 의견을 모아 서울신문 비전, 실행계획을 만들어 나아간다면 인력이든 자원이든 회사가 할 수 있는 모든 걸 동원해 지원하겠다고 분명히 약속한다”고 밝혔다.


박지은 기자 jeeniep@journalist.or.kr

박지은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배너

많이 읽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