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성범죄, 그들의 죗값

[제356회 이달의 기자상] 이창수 세계일보 기자 /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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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수 세계일보 기자

▲이창수 세계일보 기자

기사에 실리진 않았지만 아동성보호 국제네트워크 ‘엑팟 인터내셔널’의 마리로리 르미뇌르 연구사업 국장은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했습니다. “처음 ‘그것’들을 보았을 때 펑펑 울었습니다. 평범한 인간의 반응이었죠.”


그것은 ‘아동성착취물(CSEM)’입니다. 그는 인터폴과 함께 전 세계 아동성착취물 108만 건을 분석한 연구자입니다. 무슨 심정인지 어렴풋이 알 것 같았습니다. 지난 2018년 가을, 아동·청소년 성 매수자들을 추적한 적이 있습니다. 실로 끔찍한 경험이었습니다. 채팅앱을 깔아놓은 스마트폰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쉴 새 없이 울렸습니다. 두 달 동안 하루 수백, 수천 건씩 메시지를 받았습니다. 그 잔인한 내용들이란. ‘그들’은 마치 쇼핑하듯 죄의식 없이 아이들에게 접근했고, 뒤틀린 성 욕구를 적나라하게 드러냈습니다. 눈물까진 아니었지만, 인간에 대한 환멸감에 꽤 오랫동안 트라우마에 시달린 기억이 납니다.


최근 ‘엄벌’ 법안들이 국회를 통과했습니다.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전문가들도 “이제 좀 바뀌지 않겠느냐”고 기대감을 보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끝은 아닙니다. ‘웰컴 투 비디오(W2V)’ 사례에서 볼 수 있듯, 아동성착취물을 단 한 건만 소지해도 60개월 이상 실형을 선고하는 미국에도 ‘그들’은 있었습니다. 얼마 전 한 보도를 보니 ‘n번방 사건’ 이후에도 채팅앱이나 텔레그램, 다크웹 상황은 그다지 변한 게 없다고 합니다. ‘첫 단추’를 채운 것이라 생각하고 끈질기게 취재하겠습니다. 취재에 도움을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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