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훈 한국기자협회장이 4일 통신자료 제공 사유 열람권 보장을 위해 정보통신망법30조2항2호의 위헌확인을 구하는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이용자의 개인정보 제3자 제공현황에 대한 열람·제공권을 규정한 ‘정보통신망법30조2항2호’가 불명확해 자신의 신상정보가 수사기관에 수집된 이유를 알 수 없다는 것이다.
김 회장은 지난 2016년 3월 자신의 신상정보가 경찰에 제공됐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KT에 통신자료 제공내역을 요구했다. 이 자료에 따르면 KT는 서울지방경찰청과 남대문경찰서에 2015년 11월과 12월 김 회장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주소 등 개인정보를 제공했다. 하지만 경찰이 왜 김 회장의 신상정보를 수집해 갔는지는 들어있지 않았다.
이에 김 회장은 2016년 5월 KT를 상대로 통신자료제공 요청서 공개를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고 대법원은 4월27일 “통신자료제공요청 사유 등은 정보통신망법상의 열람제공 대상 정보가 아니”라고 판결하며 기각했다.
현행법상 경찰 등 수사기관의 통신자료 제공 요청에 대해서는 법원의 통제절차가 없어 이동통신사는 이용자의 이름, 주민번호, 주소 등 신상정보를 수사기관에 넘길 수 있다. 지난 2016년 전국언론노조가 17개 언론사 소속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긴급 조사한 결과, 수사기관의 요청으로 97명의 통신자료가 194회에 걸쳐 제공된 것으로 확인됐다.
민주노총, 언론노조, 참여연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디지털정보위원회, 진보네트워크센터는 이날 헌법재판소 앞에서 '정보통신망법30조2항2호 헌법소원 청구' 기자회견을 열고 “정보·수사기관에 의한 통신자료수집제도는 수집요건이 지나치게 포괄적이고 추상적일 뿐 아니라 사전 사후 통제장치가 전무해 오랫동안 영장 없는 개인정보 수집 수단으로 활용돼 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보주체 스스로가 자신의 통신자료 제공사유를 확인해 통신자료수집의 적법성, 적정성을 확인하고 통제할 수 있는 법적 수단과 절차마저 제대로 마련하지 않는다면, 이는 통신자료제공제도의 오남용을 방지하고 권리 침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보호수단이 없는 셈”이라며 “국가의 기본권 보호 의무를 위반해 청구인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했다.
이어 “기자는 취재원 보호를 생명처럼 여긴다. 그럼에도 무작위로 통신자료가 수집되면 기자들의 취재원 보호는 어렵고 익명의 공익제보자도 존재할 수 없다. 통신자료 조회만으로 수사기관이 공익 제보자가 어떤 언론사 어떤 기자에게 접촉했는지 알 수 있다. 명백히 언론자유와 인권 침해에 해당된다”며 “이번 청구소송은 정보통신망법이 불명확하고 불충분해 개인정보 자기 결정권인 헌법적 권리를 보장하지 못하기 때문에 이뤄졌다. 헌법재판소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고 했다.
헌법소원 대리인인 김선휴 변호사(참여연대 공익법센터 운영위원)는 “시민사회가 통신자료제공제도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캠페인과 소송을 진행한 게 지난 2010년의 일이다. 조금씩 개선은 있었지만 10년이 지난 지금에도 가장 중요한 정보에 접근하지 못했고 책임도 묻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며 “자신의 통신자료가 왜 수사기관에 넘어갔는지, 적법하게 이뤄졌는지 확인하고, 자력으로 지키겠다는 시도는 막지는 말아야 한다. 이러한 법적 절차를 법률로 명확히 하자고 주장하는 게 이번 헌법소원 청구 취지”라고 말했다.
장여경 정보인권연구소 연구원은 “2019년 한해 수사기관에 제공된 통신자료 중 전화번호 수만 600만건이 넘는다. 이렇게 많은 통신자료가 제공되는데, 정당한 범죄 수사로 이어지는지 사유를 알려주지 않고 있다”며 “언론인 3명이 각각 3개의 이동통신사를 상대로 알 권리를 요구했지만 모두 패소했다. 한 기자는 SKT에 패소했는데 패소 비용 1200만원이 청구된 상태다. 언론인들이 공익 소송을 제기했음에도 패소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상황도 염두에 두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지은 기자 jeeniep@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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