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생활·문화' 섹션에 연예기사… 제평위 "신종 어뷰징"

[연예기사 댓글 폐지 무력화]
생활·문화섹션으로 기사 송고하면
네이버 랭킹뉴스 순위 쉽게 올라가

제평위 "최근 6개월 새 많이 나타나...
제재 규정 없어 모니터링하는 단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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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누가 봐도 연예면으로 가야지 왜 생활 섹션에 있음?”, “이런 식으로 댓글 달게 할 거면 연예댓글 왜 폐지했냐.” 지난달 27일, 28일 네이버 뉴스 생활/문화 섹션에 송고된 조선일보의 <이선희, 재혼 14년 만에 이혼했다>, <‘월계수 양복점’ 커플 조윤희·이동건 3년만에 협의이혼> 기사에 달린 댓글이다. 두 기사는 네이버 뉴스에서 PC버전의 경우 생활/문화 섹션, 모바일 버전에서는 생활면에 올라와 있다. 3000여개에 달하는 댓글에는 기사 분류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글들과 함께 해당 연예인에 대한 악성 댓글(악플)도 포함돼 있다.



최근 네이버 뉴스 생활/문화 섹션이 연예 뉴스로 채워지고 있다. 문제는 언론사들이 연예 뉴스를 댓글 창이 없는 연예 섹션에 송고하는 게 아니라 생활/문화 섹션에 올리면서 해당 연예인들이 악플에 시달리고 있다는 점이다. 연예인 개인에 대한 악플이 달리면서 네이버가 연예 뉴스 댓글을 폐지한 취지가 무력화되고 있다. 네이버는 지난 3월 연예인 인격권 보호와 사생활 피해 최소화를 위해 연예 뉴스 댓글 서비스를 폐지한 바 있다.


기자협회보가 지난달 27일부터 지난 1일까지 네이버 뉴스 생활/문화 섹션의 ‘많이 본 뉴스’ 순위(1~30위)를 조사한 결과, 연예 분야 뉴스로 볼 수 있는 기사들이 다수 포함돼 있었다. 지난달 27일 조선일보의 <이선희, 재혼 14년 만에 이혼했다>, 중앙일보의 <JTBC “‘쌍갑포차’ 전창근 PD ‘장자연 리스트’와 관련없다”>, 지난달 28일 조선일보의 <‘월계수 양복점’ 커플 조윤희·이동건 3년만에 협의이혼>, 지난달 29일 한국경제의 <BJ 철구 “수치심 못 느꼈으면 성희롱 아냐”>, 지난달 30일 국민일보의 <성희롱 논란된 BJ철구의 황당 해명>, 지난달 31일 머니투데이의 <“방플 의심 유저, 증거 모아 형사고발”…BJ 뜨뜨뜨뜨 누구?>, 지난 1일 한겨레의 <BTS 슈가 솔로곡에 900여명 목숨 앗은 미 사이비 교주 음성…소속사 사과>, YTN의 <BTS 슈가 신곡, 美사이비교주 연설 삽입 논란 ‘사과’> 등이다.



연예 기사를 생활/문화 섹션으로 분류하면 네이버 랭킹뉴스 순위에 쉽게 올라갈 수 있다는 점을 이용한 일종의 ‘신종 어뷰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신문사 A 기자는 “연예와 스포츠 분야는 기사가 쏟아져 나오는 편이고 기본적으로 조회수도 높다. 상대적으로 기사 수가 적고 주목도가 떨어지는 기사들이 있는 생활/문화 면에 올리면 연예 기사가 돋보이게 되는 것”이라며 “언론사 내부적으로 네이버 많이 본 기사 순위가 중요해지면서 악용하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말했다.


포털 뉴스제휴평가위원회 관계자는 “제평위 심사규정에 카테고리 관련 부정행위 항목이 없어 제재하거나 벌점을 부과할 근거는 없다”면서 “최근 6개월 사이에 많이 나타나고 있는 양상이다. 언론사의 새로운 어뷰징 형태로 볼 수 있다. 뉴스 이용자 사이에서 항의가 들어오고 있어 모니터링하고 있는 단계”라고 말했다.


실제 뉴스 이용자들의 비판도 거세다. 하루 차이로 똑같은 내용을 연예와 생활/문화면에 중복 전송한 기사에 대해 “연예 기사를 버젓히 생활 란으로 옮겨써 악플을 유도하는 이 기자 자격있나?”라는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카테고리 기준을 명확히 분류하기에 모호한 부분이 있다는 문제도 있다. 지난달 29일 네이버 뉴스 생활/문화면 ‘많이 본 뉴스’ 순위에 오른 경향신문 기사 <전미도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즌10까지 하자 해”>처럼 배우 인터뷰의 경우 연예로 넣어야 할지, 생활/문화로 넣어야 할지 애매한 지점이 있다. 현재 네이버 뉴스는 속보, 정치, 경제, 사회, 생활/문화, 세계, IT/과학, 오피니언, 포토, TV로 섹션(PC버전 기준)이 분류돼 있다. 네이버 뉴스 안내에는 카테고리 지정에 대해 “기사의 섹션 정보는 해당 언론사의 분류를 따르고 있다. 언론사는 개별 기사를 2개 이상 섹션으로 중복 분류할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통신사 B 기자는 “연예 뉴스 댓글 잠정 폐지 계기가 배우 겸 가수인 설리씨와 가수 구하라씨가 겪은 악플 때문이었는데, 연예인 관련 기사에 댓글이 달리면서 똑같은 일이 반복되고 있다”며 “한 언론사의 행태를 다른 언론사들이 답습하면서 생긴 문제다. 악플이 달릴 것을 알면서 연예기사를 생활/문화 섹션으로 지정한 기자와 데스크 책임이 크다”고 말했다.


박지은 기자 jeeniep@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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