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성·고발·소환… 언론의 '5·18 40주기'
KBS, 뉴스9서 사죄 리포트 방영
경향, 기사로 당시 보도 바로잡아
SBS, 전두환 일가 호화 생활 고발
한국, 미공개사진 화보로 묶어 보도
광주매일·전남일보 등 지역사들
지면 대거 할애하며 특집호 발행
광주MBC, 문 대통령과 단독 대담
5·18은 엄혹했던 시대, 불의와 부정에 항거하다 수많은 광주 시민들이 목숨을 잃은 가슴 아픈 역사다. 한편으로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밑거름이자 우리 사회 민주화운동의 정신으로서 우리의 자랑스러운 유산이기도 하다. 올해는 5·18 민주화운동 40돌이었다. 곳곳에서 광주 시민들의 거룩한 항거와 희생정신을 기억하고 계승하기 위한 기념식과 행사가 열렸다. 언론 역시 다양한 방식으로 5·18 40주년을 기념했다. 5·18을 제대로 보도하지 못한 데 대해 반성하고, 그날의 진실에 다가가기 위해 문건을 발굴하고 40년 전 광주 시민들의 삶을 미공개 사진으로 되돌아보았다.
KBS와 경향신문은 40년 만에 5·18 보도를 반성하며 눈길을 끌었다. KBS는 18일 ‘뉴스9’에서 1980년 5월, 광주 시민들의 폭력 행위만 부각해 보도했다며 사죄의 리포트를 내보냈다. KBS는 “군인들이 총칼로 광주 시민들을 짓밟는 동안 KBS는 그 실상을 외면했다. 40년이 지난 오늘 KBS는 다시 한 번 광주 시민 앞에 머리를 숙인다”며 양승동 KBS 사장의 사과와 함께 5·18 진상을 더 치열하게 규명하겠다고 약속했다.
경향신문도 40년 전, 진실보도를 외면했다며 18일자 12면에 과거 보도를 바로잡는 기사를 내보냈다. 5·18연구소와 5·18기념재단의 감수를 받아 1980년 5월18일 비상계엄 전국 확대부터 5월 말까지 13일간 내보낸 5·18 관련 보도 108건을 살피고 일부를 바로잡았다. 안호기 경향신문 편집국장은 “저희가 제 때 실상을 보도하지 못했기에 되짚어보자는 차원에서 이번 기획을 준비했다”며 “아쉬웠던 건 대부분의 기사가 받아쓰기 보도였다는 것이다. 당시 상황을 선배들께 여쭤보니 서울시청에 상주하는 검열관에게 기사 검열을 받아야만 인쇄가 가능했었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5·18과 관련한 새로운 문건이나 사실관계를 확인해 보도하고 당시 사진기자들이 찍은 사진으로 40년 전 광주를 소환한 언론사도 있었다. 한겨레신문은 김기석 당시 전투교육사령부 부사령관이 쓴 메모지를 입수해 전두환 전 대통령의 최측근인 최예섭 보안사령부 기획조정실장이 광주에서 각종 작전기획에 직접 개입했을 정황을 보도했다. 한국일보도 1980년 5월 광주에 파견된 자사 기자들이 취재한 사진 2000여장 중 미공개 사진을 다시 꺼내 화보로 엮었다. SBS는 광주의 책임을 물어 전두환씨에게 부과된 추징금 완납을 그의 아들 전재국씨가 약속했는데, 재국씨가 여전히 북플러스라고 하는 도서 유통업체의 대표 노릇을 하며 호화 생활을 하고 있다면서 이를 고발하는 리포트를 내보냈다.
일부 언론사는 인터랙티브 형식으로 5·18을 기록하기도 했다. MBC는 “신군부의 만행과 광주의 통곡을 한 줄도 보도하지 못했다”면서도 “취재수첩엔 계엄군의 ‘사람 사냥’과 시민들의 항쟁이 다급한 글씨체로 빼곡하게 채워졌다”며 김영택, 나의갑, 장재열, 조광흠, 최건 기자의 취재수첩과 박태홍 기자의 일기를 사진으로 찍어 이를 디지털 콘텐츠로 살렸다.
서울신문도 5월 광주에서 숨진 10대 36명에 주목해 이들을 지면으로, 인터랙티브로 기록했다. 디지털에선 한 명 한 명의 사진을 누르면 간략한 정보와 함께 검시 내용과 사망진단서까지 함께 볼 수 있도록 했다. 안미현 서울신문 편집국장은 “자료 조사를 해보니 당시 사망한 10대 기록은 일괄적이지 않더라. 우리가 일목요연하게 정리해보자는 생각에 취재를 시작했다”며 “사회부 기자들이 광주 망월동 묘역에 찾아가 일일이 묘비에 있는 사진을 찍는 등 품을 많이 들였다. 아카이브로도 남겨보자는 생각에 웹제작부와 협업해 기록을 남겼다”고 말했다.
5·18 민주화운동의 발생지인 광주·전남 지역 언론사에서도 대대적으로 40주년을 기념했다. 광주매일신문, 광주일보, 무등일보 등은 1면부터 10여개 면에 걸쳐 5·18 관련 기사를 실은 특집호를 발행했고, 대부분의 지역 신문들이 1면에 관련 사진을 큼지막하게 실었다. 특히 전남일보는 2000년 5월17일 전남도청 앞 분수대에서 광주 시민들이 횃불을 들고 민주성회를 재연하고 있는 모습을 찍은 사진을 1면과 20면 두 개면에 걸쳐 내보냈다. 김기중 전남일보 편집국장은 “편집국 데스크들이 다 같이 아이디어를 짜서 만든 지면”이라며 “40주년이기도 하고 조금 더 차별화를 줘보자는 생각에 양면 편집으로 제작했다. 왼쪽 면은 흑백, 오른쪽 면은 컬러로 편집해 오랜 민주화의 여정도 담고자 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화제가 됐던 건 광주MBC의 문재인 대통령과의 단독 대담이었다. 문 대통령과 단독 인터뷰를 했던 김철원 광주MBC 기자는 “지난 1월부터 <내 인생의 오일팔>이라는 연중 기획을 시작하며 한 달에 두 분씩 인터뷰를 하고 있었다. 그러다 현직 대통령도 5·18과 인연이 있는데 인터뷰해보면 어떨까 싶어 청와대에 정식 요청을 했고 운 좋게 성사가 됐다”며 “지난 12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애초 실무진에선 반대했다는데 대통령 본인이 의지를 보였다고 들었고, 실제 인터뷰를 하면서도 대통령이 5·18에 관해 남다른 관심과 애정이 있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김 기자는 이어 “앞으로도 5·18의 가치를 긍정적으로 알릴 수 있는 방식으로 콘텐츠를 만들고 싶다”며 “상징적인 5·18 인물들을 재조명해 모두가 자랑스러워 할 수 있는 역사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강아영 기자 sbsm@journalist.or.kr
박지은 기자 jeeniep@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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