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편 재승인 후폭풍… 방통위 심사, 문제 없나

"언론 장악 아닌가" "실효성 없다"
일각선 방통위원 사퇴 주장까지

TV조선, 기준 미달 맞지만
심사 총점은 기준점수 넘고
과락 점수도 0.85점에 불과

방통위, 정치 파장 고려와 함께
소송 부담 작용했으리란 분석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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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통신위원회가 TV조선과 채널A의 재승인을 결정한 지난 20일 정부과천청사 앞에선 상반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보수단체인 자유연대·자유언론연합은 방통위가 재승인 결정을 총선 이후로 미루고 엄격한 재승인 조건을 부가한 것은 “언론장악”, “언론자유 탄압”이라고 비판했고, 진보성향인 방송독립시민행동은 반대로 “(재승인 조건의) 실효성이 전혀 없다”며 재승인을 밀어붙인 방통위원들의 사퇴까지 주장했다.


이번 TV조선, 채널A 재승인은 여러 면에서 관심이 집중된 이슈였다. TV조선이 두 번 연속 재승인 심사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고, 채널A는 소속 취재기자의 강압 취재 파문이 막 터진 상황에서 방통위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이목이 쏠렸다. 게다가 문재인 정부 들어 처음 이뤄지는 두 종편에 대한 재승인 심사이기도 했다.



TV조선이 두 번 연속 재승인 기준에 미달했으니 이번에야말로 재승인을 거부해야 한다는 게 민주언론시민연합을 비롯한 언론단체들의 주장이었다. 민언련은 지난 7일 TV조선과 채널A 재승인을 취소하라는 국민청원을 올리며 “‘괴물 종편’으로 비판받는 지금의 종편은 방통위의 책임 방기가 낳은 것과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이 청원은 26만명 이상의 동의를 받았다. 직접 답변을 하게 될 방통위는 이미 TV조선에 조건부 재승인을 결정했다.


방통위가 재승인을 거부하지 않은 ‘공식적’ 이유는 ‘방송제도의 안정성’과 ‘시청권 보호’ 때문이다. 방통위는 앞서 지난해 12월 OBS경인TV가 재허가 심사에서 과락을 받았을 때도 “시청권 보호” 등을 고려해 조건부 재허가를 의결했고, 기준점수 미달에 과락까지 한 경기방송에 대해서도 “청취권 보호”를 위해 조건부 재허가를 의결했다. 지상파 3사도 지난 2017년 재허가 심사 당시 기준점수에 모두 미달하고도 조건부 재허가를 받았다. 방송 재허가가 거부된 사례는 지난 2004년 iTV경인방송이 유일하다. 그만큼 방통위로선 현행 방송 시스템을 안정적으로 유지·관리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정치적 파장 등에 대한 고려는 물론 행정소송에 대한 부담이 작용했으리란 분석도 있다. TV조선이 재승인 기준에 미달한 것은 맞지만 심사 총점은 기준점수를 넘고, 과락된 점수도 0.85점에 불과했다. 지난 재승인 심사 때보다 총점은 30점 가까이 향상됐다. 또한, 2015년 최대 21건을 기록했던 오보·막말·편파방송에 대한 법정 제재는 눈에 띄게 줄었고, 보도 위주의 편성도 다양화되는 추세다. 2017년 법정 제재는 0건이었고, 2018년은 3건, 2019년은 1건에 불과했다. 물론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법정 제재에 대해 행정소송을 제기하면 심사 점수에 반영되지 않는, 제도적 허점 탓도 있다. 하지만 TV조선 내부에서 엄격한 실시간 모니터링이 이뤄지면서 ‘막말’ 방송이 많이 걸러지고, 출연자·진행자가 상당수 교체된 것도 사실이다.


오히려 공정성 관련 법정 제재 건수를 재승인 취소와 연결되는 주요 재승인 조건으로 부가한 것이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그동안 진보진영 내부에선 방송심의규정의 공정성 조항이 정권 비판 보도에 재갈 물리기로 악용될 수 있다며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돼 왔다. 이는 정부여당 쪽에 기울어진 방통위, 방통심의위 구조와도 무관치 않다. TV조선 기자협회는 지난 21일 성명에서 “언론의 공정성을 정권이 재단하고 언론사에 극단적인 제재를 가하는 일은 민주주의 국가에서 있을 수 없다”고 반발했다.


TV조선은 재승인 심사에서 방송심의규정 공정성·객관성·인권보호·윤리성 조항 위반 등과 관련한 법정 제재를 연간 5건 이하로 유지할 것을 주요 재승인 조건으로 부과받았다. 올 4월까지 TV조선이 받은 법정 제재는 4건. 지난 22일 방송소위원회에서 5번째 법정 제재 의견이 나와 다음 달 전체회의 의결을 앞두고 있다. 행정소송 여부에 따라 결과는 달라질 수 있지만, 상반기에 이미 법정 제재 건수 최대치를 채운 상황이 TV조선으로선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방통위는 TV조선이 주요 재승인 조건을 하나라도 이행하지 않을 경우 재승인 처분을 취소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실제로 그런 상황이 온다면 방통위 역시 정치적 파장 등에 대한 부담을 질 수밖에 없다. 이번 기회에 재승인·재허가 제도에 대한 근본적인 리뷰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김동찬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처장은 “현행 재승인 제도는 퇴출까지 염두에 두고 엄밀하게 설계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과연 재승인 제도가 방송사 퇴출을 위한 제도인가, 만약 그런 거라면 재승인 거부까지 염두에 둔 엄격한 심사가 이뤄지고 있는지, 퇴출 경로는 정교하게 설계돼 있는지 살펴보고 그에 따른 제도 보완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고은 기자 nowar@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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