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사 '코로나 경영난' 심각... "이대로면 지역매체 절반 문 닫는다"

[비상경영 돌입에도 경영난 지속]
언론사들 지역·수도권 막론 유·무급 휴직, 근로 단축 안간힘
"자본잠식 상태 지역매체들엔 정부 정책자금 융통도 '그림의 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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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여파에 따른 경영난이 가시화되면서 지역 언론이 위기 상황을 맞았다. 일찌감치 지면 감면을 실행한 데 이어 유·무급 순환휴직, 근로시간 감축 등을 실시해 대응에 나섰지만 특단의 지원 없이는 ‘회사가 문을 닫을 수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하다. 수도권 언론에서도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하거나 이에 준하는 대책이 속속 등장하며 지역과 수도권을 막론한 언론사들의 ‘코로나 경영위기’가 본격화한 분위기다.


코로나19에 따른 경영난으로 지역 신문은 순환휴직, 근로시간 단축을 시행하는 등 비상경영에 돌입했다. 경남도민일보는 지난 1일부터 한 달 단위 유급 순환휴직제를 시행 중이다. 총선 때문에 1차 시행엔 11명이 참여했지만 오는 8월까지 5개월간 매달 17~18명(기자가 70~80%)이 순환휴직에 들어간다. 총 임직원 80여명 중 70여명(대표이사와 수습기자, 퇴직예정자 등 일부 제외)이 참여하는 순환휴직 기간 이들은 평균임금의 75% 수준을 받는다. 경남일보는 지난 1일부터 주 30시간 근무제를 시행 중이다. 당초 순환휴직 도입이 검토됐지만 백지화되고 근로시간 단축에 노사가 합의했다. 기존 주 40시간 근무에서 감축된 주 10시간만큼을 임금에서 제해 지출을 줄이는 방식을 오는 7월까지 유지한다. 같은 영남권 매체 경남신문에선 앞서 희망퇴직을 시행해 4명이 퇴직한 바 있다.



이시우 전국언론노조 부산울산경남지역협의회 의장(경남도민일보지부장)은 “얼마 전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을 통해 빌린 자금이 한 달 버틸 수준도 안 되는, 신청금액의 40% 선이었다. 순환휴직을 해도 긴급경영자금을 빌리지 못하면 답이 없는데 경영상황이 어려운 지역매체에선 자본잠식 등 이유로 정부의 정책자금이 ‘그림의 떡’”이라며 “정부가 특단의 대책을 취하지 않는다면 지역 매체 중 절반은 사라지고, 살아남더라도 좀비 수준이 될 것”이라 우려했다. 이어 “영남권에선 언론사 노조 활동이 활발해 선제적 대응에 나선 측면이 있다. 노조 활동이 미약한 타 지역은 더 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코로나19 여파로 대다수 지역행사나 이벤트가 취소되며 지역신문은 광고·협찬의 대폭 축소를 겪어왔다. 매출 대부분을 차지하는 사업·행사가 불가능해졌고, 광고 매출은 전년 동기대비 30~40% 수준으로 급감한 탓이다. 고질적인 경영위기에 코로나가 겹치며 설상가상의 상황을 맞은 것이 현재다. 이에 지역신문에선 1차적으로 지면 감면 등부터 실행해왔다. 경남도민일보(20면에서 16면)와 경남일보(20면에서 16면), 경남신문(24면에서 20면) 등은 감면 발행 중이며, 경상일보도 주 5일 중 수·목요일 이틀을 16면(기존 20면) 발행하고 있다. 지역 유수지 부산일보와 국제신문도 4개 면을 줄여 신문을 내고 있다. 수개월 예정한 감면이 지속될 경우 독자 이탈이 예상되지만 선택지가 없었다는 게 지역의 목소리다.



대다수 매체에선 총선 이후로 노사협의를 미뤄놓은 만큼 가까운 시일 내 강도 높은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할 소지가 크다. 현재 약한 수준에서 연차 의무소진이나 지면 감면, 취재비 삭감이 논의됐다면 앞으론 유·무급 순환휴직, 휴업 등 임금삭감이나 인력감축을 전제한 대책이 사측으로부터 제시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지역 MBC 한 노조위원장은 “1분기 적자가 지난해 대비 두 배 규모다. 정도 차는 있겠지만 전체 지역 MBC 사정이 비슷하다. 사측을 만나봐야 상여금 반납, 임금피크제 강화 등 강력한 감축조치를 제안할 게 뻔해 총선 이후로 노사협의회를 미뤄놓은 상태”라며 “지원 없이는 안 그래도 안 좋았던 지역 매체 사정이 더 심각해질 게 뻔하다. 여느 때보다 도움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재난은 여건이 어려운 곳부터 먼저 타격하기 마련이지만 이미 코로나19의 파장은 수도권 언론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역처럼 임금삭감 조치까지 현실화한 곳은 없지만 위기의식은 작지 않다. 국민일보는 지난 8일 코로나19 영향에 따른 1단계 비상경영지침을 밝히고 시행에 들어갔다. 간부 법인카드 등 사용한도 30% 삭감과 출장 자제, 휴가 소진을 비롯해 직원 신규 채용 중단, 계약직 직원 기간 만료 시 계약해지 등이 포함된 지침이다.


국민일보 사측 관계자는 “경력이나 인턴 등 수시채용을 일단 중단하지만 공채는 진행할 예정이다. 취재비는 아직 건들지 않았고 일단은 기자 취재카드나 간부 법인카드 지출을 줄이는 게 핵심”이라며 “1단계에서 끝내기 위해 협조 주문을 했고 3월 목표달성이 안되고 4월은 더 안 좋을 거란 판단에서 나온 선제적인 조치로 보면 된다”고 했다.


타 신문사에서도 이 같은 조치는 속속 등장하고 있다. 한국일보는 지난 13일 사고를 통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확산 사태로 인해 한국일보는 그간 잠정 운영했던 감면 발행 체제를 상시화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중앙그룹에선 지난달부터 계열사별 상황에 맞게 임원들이 자발적으로 임금 20%안팎을 반납하고 있으며 중앙일보의 경우 팀장급 이상의 회의비를 20~30% 가량 삭감한 상태다.


앞서 지상파 3사가 속한 한국방송협회는 코로나 사태 이후 광고매출 30~40% 급감 등을 이유로 방송통신발전기금 징수액 한시적 50% 경감 등 정부의 긴급 정책 지원과 중간광고 시행을 촉구하기도 했다. 지상파 방송사 핵심 관계자는 “미디어 변화 대응도 쉽지 않은데 코로나19란 악재로 경영환경이 더 악화될 것으로 본다”며 “일단은 버티는 수밖에 없다. 초유의 상황이고 더 어려워 질 수도 있는 만큼 정보를 취합하며 5월 말까지 사태 추이를 지켜보려 한다. 지금은 아무 것도 알 수 없어서 겁이 나는 상황”이라고 했다.


최승영 기자 sychoi@journalist.or.kr
박지은 기자 jeeniep@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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