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방송, 결국 23년 만에 역사 속으로

폐업 결정 2주 만에 방송 종료

방통위, 금명간 새 사업자 물색
유사사례 방지 위한 제도개선 병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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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M 99.9MHz 경기방송’이 개국 23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경기방송은 지난달 29일 자정을 알리는 시보를 끝으로 모든 방송을 종료했다. 주주총회에서 폐업을 결정한 지 꼭 2주 만이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청취권 보호를 위해 새로운 사업자가 선정될 때까지 방송유지를 요청했음에도 방송 정파를 강행한 것이다. 경기방송은 방송 종료를 알리며 “변해가는 세월에 순응하지 못하고 끝까지 주어진 사명을 지키지 못해 죄송하다”고 밝혔다.


기자, PD, 엔지니어, DJ, 작가 등 제작진 30여 명은 이날 마지막 방송이 나가는 순간을 함께 지켜봤다. 긴 침묵 끝에는 오열이 터져 나왔다. 일터를 잃은 이들은 이제 실직자 신세다. DJ와 작가 등 프리랜서 직원들은 대부분 지난달 29일자로 계약이 종료됐고 기자와 PD, 엔지니어 등 정규직 직원들은 5월7일자로 일괄 정리해고 예고 통보를 받은 상태다.


방통위는 조만간 새 방송사업자 선정 작업에 착수한다. 또한, 향후 유사사례 발생에 대비해 방송사업 폐지의 절차, 청취권 보호 대책 등을 골자로 하는 방송법 개정과 관련 제도개선을 추진할 계획이다. 현행 방송법엔 지상파 방송사업자가 폐업신고서를 방통위에 제출한다는 것 외에 어떤 규정도 없으며, 관련해서 방통위의 실행 매뉴얼도 전무한 실정이다. 방통위 관계자는 “경기방송 사례와 같이 방송사업자가 폐업을 결정하게 되더라도 시청자 보호를 위해 기존 조항과 같이 방송유지 명령을 내릴 수 있도록 법 개정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전국언론노조 경기방송지부는 새 사업자 선정까지 긴 여정이 될 것이라면서도 “단 한 가지의 이유로 견디겠다”고 했다. 이들은 “돈이 안 된다는 이유로 감히 청취자들을 배반하고 ‘먹튀’하는 방송사업자가 나타나서는 안 되기 때문”이라며 “대한민국 최초의 ‘먹튀방송’을 경험했기에 대한민국 방송 역사의 새로운 기준을 만드는 일에 동참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의 주파수가 잠시 쉬는 동안 경기방송 노동자들은 더 치열하게 청취자를 제일로 생각하는 방송 사주를 그리겠다”면서 “청취자 여러분과 함께 FM 99.9 MHz의 잠을 깨우겠다”고 했다.


김고은 기자 nowar@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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