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담·책임감·세심함 공존하는 '코로나 보도'
[매체들 일평균 관련기사 100여건]
공포 조장 않으며 '제대로 된 기사'
재난보도준칙 준수하려 애쓰지만
일부 매체 오보·혐오성 기사 눈살
5만1829건. 감염병 위기경보가 ‘심각’ 단계로 격상된 지난달 23일부터 이달 2일까지 9일간, 빅카인즈에서 ‘코로나19’로 검색된 총 뉴스 건수다. 빅카인즈에 등록된 54개 언론사가 하루 평균 960건, 언론사별로는 하루 평균 107건의 기사를 써냈다는 뜻이다.
이처럼 많은 뉴스량은 코로나19에 대한 높은 정보 수요를 반영한 것이기도 하다. KBS가 최근 코로나19와 관련한 정보 수요를 조사한 결과, 우리 국민은 1일 평균 8.2회 정도 관련 정보를 확인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관련 정보를 취득하는 주요 경로는 TV방송이 74%로 가장 많았고(1+2순위 합산), 포털사이트가 69.9%로 그다음이었다. 늘어난 정보 수요와 뉴스 소비량은 페이지뷰(PV)와 시청률로도 확인된다. 코로나 관련 네이버 뉴스 PV는 많게는 2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고, 지상파와 종편의 뉴스 시청률도 코로나 사태 이후 최대 1~2% 넘게 상승한 것으로 전해졌다.
뉴스량이 많아진 만큼 언론사들이 느끼는 부담과 책임감도 크다. 이태규 한국일보 편집국장은 “오보를 내지 않고, 단독 기사로 오버하지 않고, 공포를 조장하지 않도록 최대한 자제하면서 제대로 된 기사를 써야 한다는 고민이 있다”고 말했다. 한국일보는 언론사 중에선 가장 앞선 지난달 3일 코로나19와 관련해 “재난보도준칙에 따라 정확하게 전하겠다”는 방침을 밝히기도 했다. 경남도민일보도 지난달 21일 ‘코로나19 대응 보도체제’로의 전환을 알리며 “과잉보도는 물론, 용어 사용에도 각별한 주의를 기울이겠다” 같은 대응 원칙을 밝혔다. 경향신문도 지난달 24일 ‘코로나19 보도준칙’을 제정했다. “코로나19 확산 및 방역 활동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신속하게 보도한다”는 원칙과 함께 “불안감을 증폭하거나 혐오를 조장할 우려가 있는 과잉보도는 엄격히 제한한다. 용어 사용과 표현에도 주의한다” 등의 내용이 담겼다. 한겨레도 제목을 달 때 ‘사실 위주로 담담하게’ 전달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걱정과 불안을 부추기거나 감정을 자극할 수 있는 표현은 되도록 지양하자는 분위기다.
하지만 이런 노력이 무색하게도, 언론 보도를 둘러싼 논란과 잡음은 끊이지 않고 있다. 국민일보는 지난 2일 〈“코로나 걸리기 싫어” 집단 사표 낸 간호사들〉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포항의료원에서 간호사 16명이 집단 사표를 제출한 뒤 무단결근하는 사태가 벌어졌다”며 “간호사 한 명이 아쉬운 상황에서 이들의 행동은 상식을 벗어났다는 지적”이라고 보도했다. 이 기사는 즉각 반박됐다. 의료진이 처한 열악한 노동환경은 사실이지만, 코로나가 사직의 이유는 아니라는 것이었다. 윤재관 청와대 부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원 사직일보다 한 달 이상 사직을 미루면서 현장을 지켰던 분들이 이렇게 매도당하는 것에 대해서 유감을 표명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해외에서 우리 국민이나 교민이 부당한 대우를 받는 사례를 다룬 보도들도 잇따라 논란이 됐다. 한국일보는 지난달 27일자 1면 기사에서 “중국에 거주하는 우리 교민 집 문 앞에 딱지를 붙여놓고 이웃들이 차별하는 사례”를 보도했다. 온라인 기사에는 문 앞에 붙은 딱지를 촬영한 사진이 실렸다. 그런데 김두일 차이나랩 대표가 이 딱지에 적힌 글을 해석해 “집에 돌아온 것을 환영한다”는 인사와 함께 자가격리를 안내하는 내용이라고 지적하면서 역풍을 맞았다. 결국, 한국일보는 온라인 기사를 삭제한 뒤 사진을 교체해 다시 게재하며 “애초 기사와 ‘직접’ 관련은 없는 사진을 게재하면서 이를 분명히 밝히지 않아 불필요한 논란을 야기한 데 대해 독자 여러분께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YTN도 지난달 25일 “베트남 다낭에서 격리된 우리 국민 20명이 사실상 감금된 채 열악한 환경에서 생활하는 것으로 전해졌다”고 보도했다가 거센 반발을 샀다. 당시 다낭에 격리된 우리 국민이 식사로 제공받은 반미(베트남의 대표음식 중 하나)를 “빵쪼가리(빵조각)”라고 표현한 것을 그대로 내보낸 것이 특히 문제가 됐다. 이후 베트남인들은 트위터 등에서 #ApologizeToVietNam(베트남에 사과해) 해시태그 운동을 벌였고, #YTN_사과해 #베트남을존중해 같은 한국어 해시태그도 퍼졌다. 결국, YTN은 지난 2일 해당 유튜브 영상에 댓글로 “일부 감정적인 불만과 표현이 여과 없이 방송된 것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며 “인터뷰이의 발언을 전하는 과정에서 국가 간 문화적 차이로 인한 오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그 전달 방법에 더욱 신중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3일 보고서에서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확한 상황 전달, 원인 규명이 최소한의 조건”이라고 강조하며 “섣불리 ‘중국인이 한국인을 차별하는 것 같다’는 인상만 주는 보도, ‘베트남이 우리 국민만 푸대접하는 것 같다’는 인상을 주는 보도를 내는 것은 우리 안에 또 다른 갈등과 혐오를 낳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김고은 기자 nowar@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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