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영방송 이사 선임, '법대로'만 하라"

한국당 KBS 보궐이사 거듭 추천에 언론·시민사회 "정치권 추천 악습 끊어야"

  • 페이스북
  • 트위치
전국언론노조 KBS본부와 방송독립시민행동 등은 14일 오전 방통위가 있는 정부과천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방통위가 KBS 보궐이사 추천 공모를 결단하라고 촉구했다.

▲전국언론노조 KBS본부와 방송독립시민행동 등은 14일 오전 방통위가 있는 정부과천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방통위가 KBS 보궐이사 추천 공모를 결단하라고 촉구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KBS 보궐이사에 자유한국당이 추천한 서정욱 변호사를 내정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정치권의 공영방송 이사 추천 관행을 근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방통위는 총선 출마를 위해 사퇴한 천영식 전 KBS 이사 후임으로 서정욱 변호사를 추천하는 방안을 최종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 변호사는 이헌 변호사와 이동욱 전 월간조선 기자에 이어 한국당이 세 번째로 추천한 후보다. 방통위가 이 변호사와 이 전 기자 임명 추천안을 잇달아 부결시키자, 한국당이 “월권하지 마라”며 꺼내든 카드다. 이 변호사는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 당시 진상규명을 방해한 활동으로, 이 전 기자는 5·18광주민주화운동의 의미를 폄훼하는 발언 때문에 부적격 인사로 꼽힌 바 있다.

서 변호사 역시 보수 성향 인사로, 종편 방송 등에 출연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이 부당하다는 주장 등을 펴왔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지난 12일 논평을 통해 “극우적 성향을 드러낸 서정욱 변호사는 KBS 보궐이사가 될 수 없다”고 주장했고, 전국언론노조도 같은 날 성명에서 “국민 정서에 반하는 인사”라고 비판했다.

방송법 제47조에 따르면 이사의 결원이 생긴 날부터 30일 이내에서 보궐이사를 임명해야 한다. 천 전 이사 임명 면직안이 재가된 것은 지난달 14일이다. 언론·시민사회는 날짜에 연연하지 말고 방송의 공정성을 담보할 인사를 선임할 것을 방통위에 요구하고 있다. 전국언론노조 KBS본부와 방송독립시민행동 등은 14일 오전 방통위가 있는 정부과천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법적 근거 없는 정치권 낙하산 인사에 반대한다”며 “지금이라도 국민을 위한 공정한 보궐이사 선임 절차를 밟아라”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에서 “부적격 인사의 추천이 반복되고 있는데도 왜 방통위는 한국당의 보궐이사 추천을 용인하는 것인가”라고 성토하며 “우리의 요구는 간단하고 명확하다. 법대로 하라는 것이다. 방송법에도 없는 정치권 낙하산 인사의 고리를 지금부터라도 끊어내자는 것”이라고 밝혔다.

방송법 제46조는 KBS 이사 선임과 관련해 “각 분야의 대표성을 고려하여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추천하고 대통령이 임명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그동안 방통위는 관행적으로 각 정당의 추천권을 ‘사실상’ 인정해 왔다. 이 때문에 KBS 이사회는 여야 7대4, 방송문화진흥회 이사회는 6대3 등의 비율로 굳어졌다. 최근 중도 사퇴한 천 전 이사를 추천한 게 한국당이기 때문에 보궐이사 추천도 한국당이 한 것이다. 

강성원 KBS본부 수석본부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정치권의 셈법이 방송법 위에 군림하는 것이냐”라고 꼬집으며 “정치권의 관행이란 이름 아래 반복되어 온 악습의 대물림을 끊어야 한다. 방통위도 ‘2020 업무계획’에서 국민 참여 확대 의지를 밝혔다. 국민을 위한 이사 선임 제도가 안착할 때까지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윤석빈 언론노조 민주언론실천위원장은 “부적절 인사란 걸 알면서도 뭉그적거리는 방통위도 문제”라고 비판했다. 윤 위원장은 “정권이 바뀌어도 여전히 방통위는 정치권의 눈치를 본다. 한국당의 요구를 언제까지 들어줄 거냐. 애초부터 정치권은 간섭하지 말라고 얘기했어야 한다. 국민의 방송을 대표하는 이사를 국민 공모로 뽑는 게 뭐가 문제냐. 날짜에 연연하지 말고 국민을 대표할 만한 사람을 뽑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한편 방통위 관계자는 이날 오후 기자협회보와의 통화에서 “(결원된 날로부터) 30일 이내에 보궐이사를 선임해야 하는 것은 맞다”면서도 “현재로선 KBS 보궐이사 선임과 관련해 결정된 사항이나 예정된 일정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방통위는 앞서 지난달 ‘2020 업무계획’에서 “KBS 등 공영방송 이사·사장을 선임할 때 국민 참여를 보장하고 절차적 투명성을 제고하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김고은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배너

많이 읽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