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청을 위한 변명

[이슈 인사이드 | 기상] 김동혁 연합뉴스TV 기상전문기자

김동혁 연합뉴스TV 기상전문기자.

▲김동혁 연합뉴스TV 기상전문기자.

“기상청도 체육대회 날 비 맞았다는데 뭐.”


날씨 예보가 빗나갈 때 어김없이 등장하는 우스갯소리다. 최고 기상 전문가가 모인 기상청 직원들이 체육대회 날에 비를 맞았다니 사실일까. 1994년 5월5일자 경향신문 기사 ‘기상청 비 피해 바꾼 행사날 또 비 내려 망신’에 따르면 1993년 10월과 1994년 5월 체육대회 때 비를 맞았다. “하필이면 우리 행사날 이렇게 비가 자주 오는지 모르겠다”는 관계자 인터뷰도 실렸다.


날씨 예보가 와장창 틀리는 날이면 포털 사이트에는 불신의 댓글들이 쏟아진다. 여론의 뭇매도 피할 수 없다. 중계청, 오보청, 청개구리 등 새로운 신조어도 마구 쏟아진다.


기상청 수장이 수습하는 경우도 있다. 지난 2006년에는 황사 이동 경로 예측 실패로, 2007년은 추위 오보로 기상청장이 국민에게 사과했다. 2016년에는 폭염 종료 시점을 네 번 변경했을 때와 지진 대응 미숙으로 두 번 고개를 숙였다.


과학은 빠르게 발달하는데 날씨 예보 분야는 제자리걸음, 혹은 옛날이 더 나았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기상청의 강수 예보 정확도는 지난 2011년부터 꾸준히 90%를 넘기고 있다. 내일 비가 올지 안 올지 열에 아홉은 맞춘다. 과학에서 매우 훌륭한 수치이다. 다만 한 번 틀릴 때 워낙 크게 빗나가는 경우가 있어 혼쭐이 나곤 한다. 100% 정확한 예보는 왜 어려운걸까.


첫째는 관측의 공백이다. 기상청은 전국을 가능한 촘촘히 나눠 날씨를 실시간으로 살피고 있다. 읍·면·동 또는 더 잘게 쪼개 m(미터) 단위로 방방곡곡 관측할 수만 있다면 최소 뒷북 중계청이란 소리는 듣지 않을 것이다. 아주 국지적인 소나기까지도 금세 알아차릴 테니까 말이다. 하지만 현실은 km(킬로미터) 단위에 머물러 있다. 단골 문제인 예산과 인력 문제로 말이다.


둘째, 소프트웨어가 불완전하다. 날씨가 어찌 흘러갈지 예측하려면 수리, 물리적으로 잘 만들어진 가상의 지구가 필요하다. 하지만 완벽한 과학은 없다. 그저 많은 자연 현상 중 인간이 이해할 수 있는 부분만 추출해 최대한 비슷하게 흉내 낼 뿐이다. 따라서 완벽한 관측값을 컴퓨터에 넣는다 한들 100% 정확한 예측값은 나오지 않는다.


마지막은 경험 부족이다. 최종 예보는 슈퍼컴퓨터의 결과에 예보관의 경험과 능력이 더해져 수정돼 나온다. 문제는 수십 년 날씨를 봐온 예보관도 경험해 보지 못한 기상 이변이 자주 나타난다. 관측 역사상 가장 뜨거웠던 2016년 여름과 기상 역사를 새로 쓴 올해 1월의 따뜻한 날씨가 그랬다. 특히 최근 들어 이상 현상이 더 두드러지고 있다. 듣도 보도 못한 날씨를 예보관이라고 맞출 수 있으랴.


흔히 아이가 잘 크기 위한 조건으로 ‘할아버지의 재력·엄마의 정보력’이 필요하다고들 한다. 2018년 기준 기상청 슈퍼컴퓨터 4호기는 정부 물품 중 가장 비싸다. 좋은 소스(재력)를 가지고 있다. 오늘 틀린 예보는 미래 언젠가 나타날 이상 날씨를 맞추는 밑거름이 될 것이다. 좋은 경험칙(정보력)도 쌓이고 있다. 시간이 갈수록 관측 공백도 줄 것이고 인간이 이해할 수 있는 자연 현상 수도 많아질 것이다.


사견임을 전제로 부족한 건 딱 하나! 믿음이다. “잘못하면 혼나야겠지만 그래도 잘했을 때는 칭찬도 한 번쯤 받아보고 싶다.” 어느 예보관의 인터뷰 내용이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고 하지 않는가. 믿고 통 크게 한 번 칭찬해주자. 더 정확한 예보로 분명 보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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