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언론사별 사장 신년사서 가장 많이 언급된 키워드는

[15개 언론사 사장 신년사 분석]
'콘텐츠' 81회 최다 언급
2위는 총 54번 언급된 '디지털'
변화·혁신·성과 등 강조하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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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자년(庚子年) 새해가 밝은지도 1주일이 지났다. 올해는 국내 총선과 미국 대선이 치러지고,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도 여전히 불안정한 만큼 정치·경제적인 불확실성이 가중될 것이란 우려가 크다. 새해를 맞아 각 언론사 사장들이 내놓은 신년사에서도 올해 대내외 환경이 녹록지 않을 전망임을 확인할 수 있다. 전통 미디어를 위협하는 미디어 환경과 기술 변화 앞에서 진정한 혁신을 하지 않고는 살아남을 수 없다는 절박함도 느껴진다.


기자협회보는 전국 단위 종합일간지 8개사(동아, 중앙은 각각 채널A, JTBC와 동일), 지상파 방송 4개사, 경제지 3개사 등 15개 언론사 사장 신년사를 입수해 주요 키워드를 분석했다. 사장 교체기에 있는 경향신문은 제외했고, SBS는 지난 3일자 사보에 실린 ‘2020년, 미래비전 및 2020 경영목표 설명회’ 기사를 참고했다.


신년사에서 가장 많이, 중요하게 언급된 키워드는 무엇일까. 바로 ‘콘텐츠’다. 무려 74회(‘컨텐츠’ 포함)다. ‘콘텐트’라고 표기하는 중앙일보·JTBC(7회)까지 합하면 81회나 된다. 뉴스(33회), 기사(11회)를 합친 수의 갑절이다. 기자들이 쓰고 만드는 모든 것들이 뉴스, 기사보다 콘텐츠로 불리고 평가받는 게 더 익숙해졌음을 부인할 수 없게 됐다. 아무리 시대가 바뀌고 미디어 환경이 변해도 중요한 것은 역시 콘텐츠의 힘이라는 진리 또한 상기시킨다.


다음으로 많이 쓰인 단어는 ‘디지털’(54회)이다. 홍정도 중앙그룹 사장은 가장 많은 11차례나 언급했다. 디지털 전환을 가장 선도적으로, 그리고 성공적으로 해낸 언론사답다. 중앙은 지난 연말 이뤄진 신문제작 기능과 디지털 분리 개편을 넘어 조직 분할까지 계획하고 있다. 중앙에 이어 조선이 10회로 역시 디지털을 많이 언급했다. 방상훈 사장은 “오는 3월, 100주년 창간 일에 즈음해 1920년부터 1999년까지 발행된 26만1589면, 295만건의 기사를 조선닷컴 등을 통해 공개한다”고 밝혔다. 이 작업에만 3년간 100억원을 투입했다. 아울러 조선은 인공지능(AI) 기반의 새로운 콘텐츠 관리시스템을 도입해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변화를 준비하고 있다.


‘변화’는 디지털 다음으로 많이 언급된 단어 중 하나다. 총 44회. 가장 많이 쓴 곳은 중앙(9회)이었다. ‘변화’와 짝을 이루는 단어가 ‘혁신’(30회)인데, 홍정도 사장이 신년사에서 가장 강조한 대목이 바로 ‘전면적인 변화와 혁신’이었다. 국민일보도 ‘혁신’을 8번이나 언급했다. 조민제 회장은 “시장에 둔감하거나 현실에 안주하다 어느 순간에 외부충격으로부터 강제로 혁신당할 수도 있다”며 “혁신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강조했다. 이영성 한국일보 사장도 “신문은 이제 미래가 아닌 과거의 역사가 되고 있다”면서 “두려움을 떨치고, 조직 혁신을 하고, 콘텐츠의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양상우 한겨레 사장 또한 “‘양’과 ‘질’ 모두를 두 손에 쥐고 뛰려 하면 거꾸러질 수밖에 없다”며 ‘선택과 집중’을 강조했다. 양 사장은 특히 ‘품질’이란 단어를 7회나 언급하며 ‘뉴스 품질 개선’만이 아닌 ‘고품질 노동’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창의’(9회), ‘신뢰’(8회)를 강조한 곳도 있었다. 양승동 KBS 사장은 올해 방송지표를 ‘공정·창의·혁신’으로 정하고 “지난해의 성과는 물론 시행착오까지 밑거름 삼아 2년 전 ‘처음의 마음’으로 2020년을 새롭게 힘차게 시작하자”고 말했다. ‘저널리즘’은 총 14차례 언급됐는데, 그 중 9회가 조선에서 나왔다는 점도 주목할만하다. 방 사장은 “저널리즘 퍼스트, 그리고 저널리스트 퍼스트에 조선일보의 100년 미래가 달려 있다”고 밝혔다.


성과 중심의 보상 체계를 만들겠다는 선언도 눈에 띈다. 최승호 MBC 사장은 “업무 성과를 평가하고 보상하는 방식을 새롭게 만들어야 한다”면서 “일 많이 하는 사람들이 더 보상받는 임금체계가 자리 잡는다면 MBC의 조직 경쟁력은 최고로 올라갈 것”이라고 밝혔다. MBC 노사는 새로운 임금 체계에 대한 협상을 올 상반기 중 마무리할 계획이다. 정희택 세계일보 사장도 “성과 지향적인 조직문화를 선도하겠다”고 선언했다. 정 사장은 “보편적이고 일률적인 보상으로는 인재를 양성하거나 조직문화를 선도하기에 적합하지 않다”며 “경영전략을 수립하고 달성하기 위해 희생하고 노력한 임직원에게는 상응하는 대우로 보상하고 성과를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는 조직문화를 만들어 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고광헌 서울신문 사장은 외부세력과 자본으로부터의 독립을 강조하며 “올 한해를 서울신문의 진정한 독립이 시작되는 원년”으로 만들겠다고 밝혔고, 김명중 EBS 사장은 ‘펭수 세계화의 원년’을 선포해 눈길을 끌었다.


김고은 기자 nowar@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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