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취재보도준칙 신설… 사건·성폭력·선거 등 6개 부문

편집강령 1989년 제정 후 3번째 개정
사측 "시대가치·언론환경 변화... 사내외 다양한 의견 감수 거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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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가 편집강령을 전면 개정하고 취재 보도준칙을 신설해 새해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한국일보는 지난 1일 신문 2면에 관련 소식을 전하며 “변화한 시대 가치와 달라진 미디어 환경을 반영하기 위해 노사가 지난해 9월부터 편집강령 개정TF를 구성, 내부 의견 수렴과 함께 언론학계 감수를 거친 결과물로, 한국일보 뉴스의 디딤돌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편집강령과 취재 보도준칙 전문(全文)은 홈페이지에 공개됐다.


한국일보 편집강령은 지난 1989년 제정된 이후 91년과 2012년 두 차례 개정된 바 있다. 7년 만에 이뤄진 이번 개편의 핵심은 취재 보도준칙의 신설이다. 취재 보도준칙은 사건, 성폭력, 자살, 성평등, 선거, 재난보도 등 6개 부문 35개 항의 지침으로 구성됐다. 한국기자협회 등 언론단체가 공동 제정한 보도준칙과 별개로 이렇게 언론사 자체적으로 세부 사안별 보도준칙을 만들어 시행하는 곳은 많지 않다.


사건 보도준칙은 헌법상 무죄 추정의 원칙을 적용해 법원의 유죄 확정판결이 있기 전까지 실명을 공개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했다. 다만 고위 공직자 등의 경우 공익과 알 권리를 고려해 예외를 뒀다. 성폭력사건 보도준칙은 피해자 인권보호를 최우선으로 하고, 기사 작성 시에도 가해자 중심 용어 표현은 사용하지 않을 것을 강조했다. 성평등 보도준칙에는 차별 없는 사회를 지향하는 의지를 담았다. 성별을 불필요하게 강조하지 않고, 다양한 가족의 형태를 존중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선거 보도준칙에선 불편부당한 자세를 구체화했다. ‘일과성 보도’ 대신 이슈 중심으로 보도하고, 군소 후보들에게도 적절히 기회를 주도록 했다.


이 같은 취재 보도준칙 신설은 지난해 노조의 제안으로 시작돼 김성환 당시 노조 위원장과 정진황 뉴스1부문장이 주축이 된 TF에서 진행했으며, 편집국 기자들이 초안을 작성하고, 사내 의견 수렴과 언론학자 감수 등을 거쳐 확정됐다. 노사 합의사항인 만큼 보도준칙을 준수할 의무가 편집국 구성원 모두에게 동등하게 부여된 셈이다. 한국일보는 취재 보도준칙을 포함해 개정된 편집강령을 견습 기자 교육 등에 적용하는 방안과 함께 장기적으로 기자 윤리규정 등을 재정비하는 문제를 고심 중이다. 정진황 부문장은 “편집강령이 제정된 30년 전과 비교해 원칙적인 면에선 달라진 게 없지만, 지금의 미디어 환경은 구체적인 것을 요구하는 만큼 세세한 부분을 손질하고 사안별로 구체적인 규정을 둔 것”이라며 “이와 관련해 별도의 기자 재교육 계획 같은 건 현재로선 없지만, 어떤 사안이 발생했을 때 참고하고 기준으로 삼을 수 있는 원칙을 마련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김고은 기자 nowar@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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