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 강조할수록 기자 직무 만족도 하락"

언론노조, 종사자 531명 설문... 급격한 매체 환경변화가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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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보성을 강조할수록 기사의 질이 나빠지고, 기자의 직무 만족도도 낮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전국언론노조가 이건혁 창원대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에 의뢰해 지난 8~9월 신문·뉴스통신 종사자 53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디지털 중심의 급격한 매체 환경변화가 언론노동환경은 물론 직무 만족도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확인됐다.


우선 응답자의 48.5%는 지난 3년간 노동강도가 증가했다고 답했다. 또한 65.9%는 임금수준이 낮다고 평가했다. 지난 3년간 노동강도는 증가했지만, 임금수준은 만족할 수준이 아니라고 평가한 것이다. 특히 ‘디지털 충격’이 기자직군에 미친 영향은 컸다. 조사대상자 중 편집국 소속 기자들 286명을 대상으로 지난 3년간 기사 출고량(1주일 기준)의 변화를 물으니 ‘매우 증가했다’(18.5%)를 포함해 증가했다는 답변이 절반인 49.8%를 차지했다. 쏟아내는 기사의 양과 품질은 비례하지 않았다. 기자들은 기획·해설기사 감소, 후속취재 부족, 짧은 호흡 기사 증가, 보도자료 의존 등 기사 관행에 대해 문제의식을 나타냈다. 연구팀은 “기사작성의 관행이 즉시적이고 소모적임을 알 수 있다”며 “포털이나 SNS상에서 지나치게 속보성만을 강조하면 기사의 질이 나빠질 뿐만 아니라 기자 직업의 자긍심도 훼손된다”고 지적했다.


기자들 중 광고 관련 업무에 대한 압박을 받았다는 응답자도 63.7%에 달했다. 지역일수록, 신문사 규모가 작을수록 압박 정도가 센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경영 방식이 권위적이라고 생각할수록 직무 만족도가 낮은 것으로도 확인됐다. 연구팀은 “경영진이 저널리즘 가치보다 경영과 이익을 중시하게 된다면 기자들의 직무 만족도는 심각하게 저하된다”고 밝혔다.


‘번아웃’으로 불리는 정서적 탈진 현상도 언론종사자들에게서 광범위하게 확인됐다. 특히 2030세대의 정서적 소진, 직무요구 스트레스, 이·전직 의도가 4050세대에 비해 높게 나타났다. 일자리 고충과 관련한 조사(다중응답)에선 낮은 임금(68.6%)이 가장 높게 나왔으며, 미래 전망 부재(66.1%), 나쁜 후생조건(43.2%), 경직된 회사 분위기(34.5%)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이건혁 교수는 지난달 30일 한국언론정보학회 학술대회에서 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디지털 충격과 함께 뉴스룸 내에서 생존과 이익을 중시하고 저널리즘 가치를 소홀히 하며 속보성 저널리즘으로 질 나쁜 기사작성이 만연하고 있다”며 “정책적 대안으로 종이신문사 수익구조의 정상화와 더불어 양질의 기사가 유통되고 질 나쁜 기사가 시장에서 퇴출될 수 있도록 정부와 국회, 그리고 시민단체가 법 개정을 비롯 필요한 노력을 다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고은 기자 nowar@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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