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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미 대선 화두는 정치광고

[글로벌 리포트 | 미국] 이태영 텍사스대 저널리즘 박사과정

이태영 텍사스대 저널리즘 박사과정2019.11.27 17:36:52

이태영 텍사스대 저널리즘 박사과정.

▲이태영 텍사스대 저널리즘 박사과정.

“뉴스 속보,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와 페이스북, 도널드 대통령 재선 공개 지지.”


지난달 페이스북에 게재된 광고 제목이다. 제목부터 자극적인 이 광고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급속히 확산됐다. 광고에서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 엘리자베스 워렌 상원의원은 “여러분은 아마 충격을 받았을 것이다. 그리고 아마도 사실일까 의아해했을 것이다. (미안하지만)사실은 아니다”라며 “다만 저커버그의 정책은 트럼프가 페이스북을 통해 거짓말을 할 수 있도록 고삐를 풀어주고, 큰 돈을 내면 유권자들에게 거짓말을 전파할 수 있게 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최근 페이스북이 정치광고에 대해 사실 확인을 하지 않겠다고 밝힌 데 대해 워렌 의원이 거짓 정보를 담은 광고로 일침을 가한 것이다. 워렌 의원은 “노골적인 거짓말을 담은 정치광고마저 허용하는 페이스북은 ‘이윤을 위한 가짜뉴스 제조기’로 전락했다”고 꼬집었다.


2020년 미국 대선을 앞두고 소셜미디어와 인터넷을 통한 정치광고가 새로운 화두로 떠올랐다. 허위 사실을 포함한 정치광고를 전면적으로 허용하는 페이스북과 달리, 트위터는 이달부터 모든 정치광고를 전면 금지한다고 밝혔다. 잭 도시 트위터 최고경영자는 “정치적 메시지는 사람들이 계정을  팔로하거나 리트윗함으로써 전파되어야지,  돈으로 매수되어서는 안된다”며 “인터넷 광고는 상업 광고주들에게는 놀랍도록 강력하고 효과적이지만 정치에는 엄청난 위험을 가져올 수 있다”고 이유를 밝혔다. 이어 구글도 최근 유권자의 정치적 성향에 따른 ‘마이크로 타깃팅 (맞춤형) 정치광고’를 제한하는 정책을 발표했다. 유권자를 특정해 선택적으로 정치광고를 노출할 경우 가짜뉴스 등으로 인한 부작용이 더욱 클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거대 IT 기업들의 이같은 행보는 표현의 자유를 최고의 가치로 꼽는 미국에서 매우 파격적인 일이다. 미국 수정헌법 제1조에서 보장하고 있는 표현의 자유는 어떠한 가치에도 우선하는, 미국 민주주의의 근간으로 여겨져왔다. 페이스북이 정치광고를 허용한다는 방침을 고수하는 것도 표현의 자유를 지킨다는 명분에서다. 그러나 동종업계의 잇따른 정치광고 제한과 페이스북 직원들의 반대 서명 등 내부 반발로 페이스북의 독보적인 정치광고 허용 정책에도 변화가 있으리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처럼 실리콘밸리에서 정치광고 제한에 힘이 실리는 이유는 온라인 플랫폼의 영향력을 이용한 가짜뉴스 등의 확산으로 민주주의가 위협받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소셜미디어는 지난 미국 대선에서 가짜뉴스의 온상으로 비난받았다. 최근 워렌 의원이 만든 가짜 광고와 유사한 ‘교황, 트럼프 지지 선언’이라는 기사를 비롯, 소셜미디어에서 유통된 ‘친 트럼프’ 성향의 가짜뉴스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에 지대한 공헌을 했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구글 검색이나 페이스북 등이 알고리즘을 통해 개인별로 맞춤형 정보를 노출시키는 이른바 ‘필터 버블’ 역시 여론을 왜곡한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필터 버블’의 저자 일라이 패리저는 선별적인 정보에만 노출된 이들은 자연스럽게 자신에게 유리한 정보만 ‘편식’하게 됨으로써 잘못된 정보를 접하더라도 이를 바로잡기 힘들어진다고 지적한 바 있다.


민주주의는 시민들이 정확한 정보를 바탕으로 자신과 사회에 유리한 선택을 할 때 올바르게 작동한다. 반대로 허위 정보에 기초한 선택은 여론을 왜곡하고 민주주의를 위협한다. 누구나 콘텐츠의 생산자이자 유포자가 될 수 있는 소셜미디어의 민주성을 역으로 이용한 가짜뉴스의 범람과 ‘보고싶은 것만 보려 하는’ 인간의 성향을 파고든 맞춤형 정치정보는 여론이 얼마나 쉽게 조작되고 민주주의의 가치가 얼마나 무력하게 훼손될 수 있는지 여실히 보여줬다. 일각에서는 트위터나 구글의 정책 또한 가짜뉴스 근절을 해결하는 데 큰 효과가 없으리라는 지적도 나오지만, 플랫폼의 자정 노력은 분명 칭찬할 만한 일이다. 잊을만 하면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 (실검)에 의한 여론조작 의혹을 받는 한국의 포털 사이트들도 플랫폼이 민주적 공동체에 미칠 영향력에 대해 뒤돌아 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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