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 연쇄살인사건 용의자 특정

[제349회 이달의 기자상] 최석호 채널A 정책사회부 기자 / 취재보도1부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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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석호 채널A 정책사회부 기자.

▲최석호 채널A 정책사회부 기자.

‘DNA가 일치한다.’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조금 전 팩트라고 확인했는데, 믿기질 않았다. 그래서 또 확인했다. “부장, 이거 리포트 해야겠습니다.”


화성연쇄살인사건. 연인원 200만명의 경찰이 투입되고, 2만명이 수사 선상에 오른 사건. 1986년 아시안게임과 1988년 서울올림픽의 화려함에 가려졌던 최악의 장기미제 사건. 흥분과 전율 속에 취재팀은 조용히, 그리고 빠르게 움직였다. 당시 어린아이였거나 태어나지도 않아서, 화성 사건이라면 영화 ‘살인의 추억’으로만 알고 있는 기자들도 있었다.


9월18일 채널A 메인뉴스인 ‘뉴스A’ 방송이 시작되자마자 화성 사건 현장에서 검출된 DNA가 수형자 데이터베이스의 DNA와 일치한다는 리포트가 나갔다. 방송 직후,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은 화성 사건의 용의자가 특정됐다는 소식을 알리면서 다음날 브리핑을 예고했다.


취재팀은 더욱 바빠졌다. 사건 현장인 화성, 경기남부경찰청이 있는 수원, 처제살인사건으로 이춘재가 검거됐던 청주, 이춘재가 수감 된 부산교도소에 이르기까지, 뿔뿔이 흩어져 취재했다. 경찰이 수십 년간 가만히 있다가 갑자기 DNA 분석을 하게 된 배경부터, 경찰끼리 공조가 부실해 이춘재를 일찍 잡지 못했다는 점까지 후속 보도를 이어갔다.


이 사건은 현재진행형이다. 취재를 거듭할수록 마음의 짐도 늘어간다. 경찰의 고문과 폭행 같은 암울한 시대상이 30년의 시차를 두고 양파 껍질 까지듯이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마치 영화 ‘1987’에서 봤던 것처럼.


취재팀 어린 기자들의 마음을 짓누르는 것은 유족들이다. 당시 경찰이 제대로 수사했더라면, 언론이 경찰의 부실 수사를 제대로 감시했더라면 제2, 제3의 피해자가 나오지 않았을 텐데….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검찰과 경찰의 수사권 조정을 앞둔 미묘한 시기다. 어쩌면 경찰 역사상 가장 긴 반성문을 써야 할 최악의 사건을 경찰이 재수사하고 있다. 자신들의 과오가 낱낱이 드러나더라도 한 치의 의혹도 남김없이 철저히 수사하는지, 취재팀은 그걸 감시하는 새로운 숙제를 마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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