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이주민 리포트 : 코리안드림의 배신

[제349회 이달의 기자상] 이하영 서울신문 사회부 기자 /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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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영 서울신문 사회부 기자.

▲이하영 서울신문 사회부 기자.

지난해 말 한 미얀마 이주노동자의 죽음을 취재했던 적이 있다. 기사에는 사망한 이주노동자의 아버지가 ‘내 아들이 왜 죽었나’를 묻고자 한국을 찾았다는 내용이 담겼다. 댓글 창엔 욕설뿐 아니라 날카로운 반응이 넘쳤다. 사람들은 “외국인 노동자의 인권을 말하는 것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그때 절실히 깨달았다. 국내 이주민 혐오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깊고 무차별적이라는 것을.


이주민 인권을 말하는 기사를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운이 좋게도, 비슷한 문제의식을 느낀 부장과 팀장, 동료를 만났다. 한국으로 자식을 보냈다가 영영 되찾지 못한 가족들, 결혼이주여성으로 살며 정서적·물리적 학대를 겪고는 고향으로 돌아간 여성들, 그리고 영문모른 채 ‘아웃사이더’가 된 아이들까지. 사회부 사건팀·법조팀 5명의 기자가 이미 한국에 상처받은 그들의 마음을 두드리고 읍소하며 수개월을 보냈다.


호기롭게 시작했으나 힘에 부쳤다. 버닝썬·헝가리 참사·조국 사태 등 쉴 새 없이 터져 나온 사건·사고 현장을 챙기며 없는 시간과 체력을 짜내야만 했다. 모든 취재에 함께한 팀워크가 있어 취재와 보도가 가능했다. 특히 기획 시작부터 끝까지 취재팀의 정신적 지주이자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준 유대근 캡이 없었다면 보도할 수 없었을 것이다. 또 후배들의 열정에 기꺼이 힘을 실어 준 편집국장과 사회부 부장과 차장, 지면에 생기를 불어넣어 준 편집부, 애정을 담아 영상을 만들어 준 소셜미디어랩, 그리고 해외취재 등 팀원의 공백 속 애써 준 사건팀 동료 중 누구 하나라도 없었다면 전하지 못했을 이야기들이었다.


기사에 미처 담아내지 못했지만, 더 많은 이주민과 그 가족들이 취재팀을 믿고 자신의 아픔과 슬픔을 가감 없이 보여줬다. 다 못 전한 그들의 이야기는 마음속 마침표를 찍지 못하고 여전히 묵직하게 남아 있다. ‘2019년 이주민 리포트’는 마쳤으나, 이주민 인권이 더는 ‘기삿거리’가 되지 않는 날까지 기자로서 책임은 끝나지 않았다. 보도 이후, 정치권과 부처에서 쏟아져 나온 반응이 실제 변화로 이어지는지 지켜보는 것부터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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