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내년 4월 전재료 폐지… 언론사에 광고수익 제공

구독 기반으로 전환, 플랫폼 본연 역할 주력
구독자 유치 등 광고 수익 경쟁 더 심해질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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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가 콘텐츠 제휴를 맺은 언론사에 제공하던 전재료를 폐지하는 대신 뉴스에서 발생한 광고 수익을 모두 언론사에 제공하기로 했다. 그동안 뉴스 영역에서 직접적인 개입을 최소화하는 기조를 취해왔던 네이버가 뉴스 서비스를 구독 기반으로 전면 강화하고, 언론사와 사용자를 연결하는 플랫폼 본연의 역할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외형상 언론사의 자율성이 확대되는 방향이지만, 네이버라는 ‘가두리 양식장’은 더욱 공고화되고 그 안에서 광고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언론사 간 경쟁은 더 치열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네이버는 12일 프레스센터 20층 국제회의장에서 네이버 뉴스 서비스 운영 방향성을 설명하는 ‘2019 미디어 커넥트 데이’ 행사를 열고 광고 수익 중심으로 재편될 새로운 비즈니스 툴을 공개했다. 네이버에 따르면 내년 4월부터는 개별 언론사에 지급하던 전재료가 사라지고, 네이버 뉴스에서 발생하는 광고 수익이 전액 언론사에 제공된다. 기존 모바일 네이버의 ‘언론사홈’과 ‘기사 본문 하단’ 광고에 더해 뉴스 서비스 메인 페이지인 ‘언론사 편집판’과 ‘마이뉴스판’에서 발생하는 디스플레이광고 수익도 모두 언론사에 제공된다. ‘기사 본문 중간광고’가 새롭게 도입되고, 언론사는 개별영역(언론사홈, 기사 본문)에 대한 직접 광고 영업권을 갖게 되며, 자체 사이트와의 광고 연계 영업도 가능해진다.


12일 프레스센터 20층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2019 네이버 미디어 커넥트 데이’ 행사에서 한성숙 네이버 대표, 유봉석 네이버 서비스운영총괄, 김성철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왼쪽부터)가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12일 프레스센터 20층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2019 네이버 미디어 커넥트 데이’ 행사에서 한성숙 네이버 대표, 유봉석 네이버 서비스운영총괄, 김성철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왼쪽부터)가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공통영역에 해당하는 ‘언론사 편집판’과 ‘마이뉴스판’ 메인 페이지의 광고 수익은 사용자의 구독과 로열티에 따라 각 언론사에 배분된다. 네이버는 이날 외부 연구진에 의해 개발된 배분 공식을 공개했다. 양적 요소인 △순방문자수 △조회수를 20%씩, 질적 요소인 △사용자 충성도 △유효 소비기사수와 전략적 요소인 △누적 구독자수 △순증 구독자수를 각각 15%씩 반영해 합산한 결과로 각 언론사별 기여도를 산출하는 방식이다. 해당 연구를 진행한 김성철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는 이날 발표에서 “미디어도 일종의 ‘팬 비즈니스’이며 결국 충성 고객집단의 확보와 유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수익모델이 구독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구독자 유치 경쟁은 지금보다 치열해질 전망이다. 네이버 뉴스 구독자 수는 현재 1500만 명을 넘었고, 누적 구독 건수는 7100만 건을 넘어섰다. 유봉석 네이버 서비스운영총괄은 “인링크 제휴 매체이지만 편집판에 나오지 않는 24개 매체에 대해서도 내년 1분기 안에 모두 편집판 채널을 개설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밝혔다.


내년 상반기 내 도입될 새로운 뉴스 통합관리시스템 ‘스마트 미디어 스튜디오’도 공개됐다. 언론사들은 자유로운 홈 구성과 차별화된 이용자 정책 등으로 고유의 브랜딩이 가능해지며, 주요 기사 알림, 제보 기능뿐 아니라 후원 및 유료 결제 시스템도 도입할 수 있게 된다. 뉴스 편집부터 독자와의 소통, 비즈니스를 위한 툴까지 모두 제공하되, 운영은 언론사 자율에 맡기겠다는 것이다. 종합하면 네이버는 직접 개입하지 않고 “기술적인 도구와 데이터를 제공하는 파트너”이자 “언론사와 사용자를 연결하는 플랫폼” 역할에 주력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번 개편을 두고 네이버는 “동반 성장”과 “상생”을 거듭 강조했지만, 결과적으로 네이버에 대한 의존도만 높아질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종합일간지 한 디지털 담당자는 “언론사들이 자체 플랫폼을 강화해야 하는데, 네이버가 자기 생태계에 모두 끌어들이는 종속적 방향으로 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전재료 수입을 광고 수익이 대체하고, 트래픽이 광고 수익과 직결되는 상황에서 트래픽을 노린 어뷰징 기사나 연성 기사가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특히 전재료 수입이 매출에서 상대적으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중소 언론사가 받을 타격이 클 것이란 분석이다. 네이버는 “전재료 폐지에 따라 수익이 줄어드는 언론사에 대해선 향후 3년간 별도의 재원으로 이를 보전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광고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양질의 기사 대신 “더 빨리 많은 기사”를 생산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도 나온다. 유봉석 총괄 역시 “어뷰징에 취약하다, 관리가 필요하다는 주문이 있다”면서 “어뷰징 기사를 걸러낼 기술을 마련해 전체 광고 수익에서 ‘디스카운트 룰’을 적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심각한 매체는 광고 수익을 절반 정도 잃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네이버는 언론사와 이용자 모두의 ‘상생’을 강조하며 이들의 ‘선택’을 강조했다. “좋은 콘텐츠가 더 많은 수익을 낼 수 있다”는 믿음에 기반한 것이다. 유봉석 총괄은 “이제 언론사가 같이 대답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세욱 한국언론진흥재단 선임연구위원은 “결국 언론사와 이용자의 선택으로 모든 게 넘어갔다. 언론사는 좋은 저널리즘을 발전시켜 좋은 콘텐츠를 제공하면서 더 많은 수익을 일으키는 방안으로 네이버를 활용하고, 이용자는 더 질 높은 콘텐츠를 소비하는 방향으로 나가야만 이상적으로 모델이 작동할 수 있다”고 말했다.


네이버 발표에 대한 언론사의 후속 대응도 주목된다. 네이버는 내년 2월 중 새로운 온라인 약관 시스템을 오픈해 3월 말까지 제휴사별로 온라인 약관 동의를 진행하고 4월1일 0시를 기해 새로운 비즈니스 수익 룰을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약관에 동의하지 않는 제휴사에 대해서는 어떻게 할 것인지 등 명확하지 않은 부분이 많다. 이와 관련 이승녕 JTBC 디지털뉴스룸 부국장은 “모든 언론사가 대응책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깊이 있게 분석하고 신중하게 대안을 마련하기 위해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김고은 기자 nowar@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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