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천동 탈북모자 아사 사건

[제348회 이달의 기자상] 여현교 채널A 탐사보도팀 기자 / 취재보도1부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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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현교 채널A 기자.

▲여현교 채널A 기자.

“모자가 각각 다른 방에서 사망. 새터민으로 추정됨”


무더웠던 8월, 2가지 정보를 입수했다. 일반적으로 듣던 변사 사건과는 달랐다. 탐사보도팀은 곧바로 현장을 찾았다. 처음 마주한 건 복도식 임대아파트 내 악취와 방 안의 벌레들이었다. 모자의 시신이 부패하는 두 달 동안 아무도 찾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웃들도 모자를 잘 알지 못했다. 며칠째 나는 냄새를 견디기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쌀 한 톨 없는 집엔 고춧가루, 빈 간장통, 통장 3개만 남아있었다. 통장에 찍힌 월 양육수당 10만원과 점점 줄어드는 잔고, 마지막으로 인출한 ‘3858원’까지. 숨지기 직전 겪었을 생활고가 그려졌다. 원인을 ‘아사’로 추정하고 있다는 경찰의 수사 정보와 “왜소한 시신, 집 안 사정을 봤을 때 원인이 굶주림일 수밖에 없다”는 전문 청소업체의 말까지. 모자의 상황을 더 알고 싶었다.


한 사람의 인생을, 그것도 국내에 아무 연고가 남지 않은 이의 10년을 추적하는 일은 어려웠다. 팀원들은 통장 내역을 들여다봤고, ‘혹 한씨를 아는 사람일까’ 수십 곳에 전화를 돌렸다. ‘왜 어린이집에 보내지 않았을까’, ‘마지막 3858원으론 뭘 했을까’.


통영으로 내려가 한씨의 흔적을 찾았고, 모자가 마지막으로 도움을 요청한 이도 만났다. 보도가 나갔고 ‘송파세모녀’, ‘증평모녀’ 사건 뒤에도 여전했던 복지망의 구멍이 드러났다. 외신을 통해 해외에 소식이 알려졌고, 정부는 대책을 약속했다.


광화문엔 모자의 분향소가 남아있다. 아직 아들 김군이 그린 낙서들도 떠오른다. 또 다른 ‘00모자, 모녀’ 사건이 나오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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