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이익 두렵다해서 목소리도 안 내면... 여성 아나운서 계약직 고용 계속될 것"

[인터뷰] '인권위에 채용 성차별 진정' 유지은 대전MBC 아나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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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차별적이고 불합리한 고용 형태에도 지원자가 넘쳐난다는 이유로 방송사는 계속해서 아나운서 채용 갑질을 하고 있어요. 이런 비정상적인 아나운서 시장 구조 속에서 이대로 포기하면 안 좋은 예가 될까 마음을 다잡고 있죠. 개인의 문제가 아닌 아나운서 전체를 위한 문제로 인식하고 있어요.”


유지은<사진> 대전MBC 아나운서는 수백명의 경쟁자를 뚫고 2014년 대전MBC 아나운서로 입사했다. 프리랜서 아나운서지만 무늬만 프리랜서였다. 프리랜서임에도 업무 지시를 받으며 정규직과 동일한 업무를 했다. ‘뉴스데스크’, ‘9시 라디오뉴스’, ‘정오의 희망곡’ 등 프로그램을 맡으며 6년 동안 누구보다 열심히 일했다. 하지만 아무리 많은 일을 해도 보수는 프리랜서답게 받지 못했다. 방송 업무 외에 피디업무를 해도 무보수였다.


몇 년 동안 정규직 여성 아나운서가 없었던 대전MBC에서 지난해 정규직 남성 아나운서를 채용했다. 채용 전부터 남자를 뽑는다는 건 이미 내부에선 공공연한 사실이었다. 유 아나운서가 국가인권위원회에 채용 성차별 진정서를 접수하자 돌아온 건 프로그램 하차 통보와 유 아나운서가 진행하고 있던 프로그램 폐지였다.


“인권위에 진정을 접수한 건 단순해요. 제 노동 가치를 정당하게 인정받고 더 열심히 일하고 싶었어요. 담당자들은 ‘남자는 피디라도 시킬 수 있으니까’라는 얘기를 공공연하게 하며 남성 아나운서를 정규직으로 채용했어요. 저는 6년 동안 1번 휴가 간 게 전부예요. 무급 휴가이거든요. 하지만 신입은 몇 번씩 휴가를 갔다 왔고 그 자리를 매번 제가 대타로 해왔어요. 신입과 업무량은 같은데 급여나 복지 혜택이 너무나 차이가 나서 박탈감이 심하게 들었습니다.”


유 아나운서는 여성이라는 이유로 정규직이 되지 못했고, 또한 비정규직이기에 또한번 소외를 당해야 했다. 이는 이미 많은 프리랜서 아나운서들이 겪고 있는 일이기도 하다. 유 아나운서는 이대로 자신이 목소릴 내기를 포기한다면 문제는 또다시 반복될 것이라고 봤다.


“‘오히려 생각해서 너를 프리랜서로 뽑았다’는 말씀을 하더라고요. 2년 계약직이면 2년 만에 그만두는 거고 프리랜서라 6년이라도 일할 수 있게 했는데 ‘어떻게 우리에게 이러냐’는 거죠. 2년 동안 열심히 일하고 잘하면 정규직 전환 논의를 해야 하는데, 프리랜서 계약을 한다는 게 애초에 차별이라고 인식하지 못하는 거예요.”


인권위 진정서 제출이 업무 배제로 이어지고 난 후 유 아나운서는 지난달 2일부터 대전MBC와 서울 상암 MBC 앞에서 1인 시위를 시작했다. 지난 4일에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고용노동부 국정감사 참고인으로 출석해 본인이 겪은 차별을 고발했다. 여성단체와 지역 시민단체도 연대하고 있지만, 이미 뿌리 깊게 자리 잡은 성차별적이고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아나운서 채용 구조를 바꾸기에는 먼 길이 남아있다.


“방송사들은 외부의 비정규직 문제는 보도하면서 정작 방송국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보도하지 않아요. 언론의 기능이 무색해지는 순간이죠. 방송사 곳곳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신음 소리가 나오고 있어요. 방송사의 가치를 훼손하고 있는 건 아닌지 자성해야 합니다.”


박지은 기자 jeeniep@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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