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이어 지역MBC도 비상경영 준비… 복리후생비 축소, 임금개편 거론

주로 구성원 고통 분담에 방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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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MBC에 이어 지역MBC 대부분도 사실상 비상경영안을 마련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MBC 구성원들은 사측의 비상경영 돌입 움직임에 우려를 표했다.


서울MBC는 지난달 29~30일에 열린 전국MBC 경영국장 협의체 회의에서 각 지역사의 향후 5년 경영 대책을 공유하자고 제안했다. 서울MBC 관계자는 “매달 MBC 그룹기획부에서 각 지역사의 경영상황을 취합해왔다”며 “MBC가 비상경영에 돌입하고 난 이후 회의를 통해 각 지역MBC의 경영상황을 돌아보고 대안을 함께 고민해보자는 취지였다”고 말했다. 한 지역MBC 노조 관계자는 “본사는 비상경영안이 아닌 통상적인 경영계획을 보내달라고 했다지만, 지역사들은 비상경영안으로 생각하고 있고 노조와 협의해야 할 부분들을 적시하고 간단하게 계획안을 보냈다”고 말했다.


몇몇 지역MBC에서는 복리후생비 삭감, 임금개편 등 노조와 합의가 필요한 사항을 비상경영안에 포함했다. 광주MBC는 대표이사 임금과 업무추진비 삭감, 학자금 지원과 건강검진비 조정을 제시했고 여수MBC는 학자금 지원, 통신비 지원 중단, 취재비를 절반으로 줄이는 등 복리후생비 감축 방안을 직원들에게 알린 상황이다. 목포MBC의 경우 시간 외 근무 사전승인제, 업무추진비 감축은 시행에 들어갔고, 이사회 승인을 거쳐야 하는 인력구조조정을 준비하고 있다. 제주MBC는 직원 안식년제와 임금피크제를 방안으로 내놓았다.


구성원 고통 분담에 무게가 실리는 비상경영안에 노조가 합의할 지는 미지수다. 일부 지역MBC 노조는 회사의 난관 극복에 동참하는 게 맞지만, 기본급 복원을 선제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 지역MBC 노조 관계자는 “김재철 MBC 전 사장 때부터 벌어진 서울과 지역의 기본급 차이가 여전히 크다”며 “기본급 회복이 안 되는 상황에서 비상경영을 노조에서 어떻게 동의를 해줄 수 있겠나”고 말했다.


원주MBC, MBC충북, 포항MBC는 이미 자체적으로 비상경영을 하고 있다. 원주MBC는 취재비를 절반 정도로 줄인 지 5년 정도 된 것으로 알려졌다. 포항MBC 한 기자는 “공식적으로 계속 적자가 나는 상황이다. 비상경영안을 따로 마련하기 어려울 정도로 자체적으로 비상경영을 하고 있다”며 “본사도 적자가 나는데, 지역은 광고가 훨씬 더 빠져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고차원 언론노조 MBC본부 수석부본부장은 “실질적으로 방송사는 전문인력의 사기가 중요하고 미래 지속성이 유지돼야 좋은 콘텐츠가 나온다”면서 “회사 측 제안이 이를 훼손할 우려는 없는지 살펴 검토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앞서 MBC는 올해 상반기 400억원 대 영업 손실이 발생하는 등 3년 연속 대규모 적자가 예상된다며 지난달 1일 비상경영에 돌입했다. 최승호 MBC 사장은 지난 3일 사원들에게 보내는 글을 통해 “올 상반기 지상파 방송 광고는 지난해와 비교하여 1295억원 줄어들었다. 2010년 지상파 광고 전체 규모가 2조2000억원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10년 만에 시장이 반 토막 나는 셈”이라며 “하반기 동안 약 140억원을 절감하는 방안, 영업성과와 상여금을 연동하는 방안, 부국장제 폐지 등을 담은 비상경영계획안을 노동조합에 제시했다”고 밝혔다.


박지은 기자 jeeniep@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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