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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 소설 쓰네~ 어? 진짜 소설 쓰네

[대세는 웹소설, 등단의 디딤돌]
필명조차 숨긴 채 습작하거나 공모전 통해 정식으로 데뷔... 플랫폼서 10만명 이상 보기도

김고은 기자2019.06.05 13:39:27

“기자가 소설 쓰고 있네.” 이런 빈정거림을 반길 기자는 아무도 없겠지만, 어떤 경우에는 그것이 사실일 때도 있다. 단 ‘바이라인’을 뺀 상황이라면 말이다.


기자 중에 문학도 출신이 많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시인으로 등단하거나, 일하는 틈틈이 써낸 소설을 책으로 엮어내는 사례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정강현 JTBC 기자는 2014년 사회부 기자 시절 첫 번째 소설집 ‘말할 수 없는 안녕’을 펴냈고, 김영희 중앙일보 대기자는 2012년 장편소설 ‘하멜’을 펴내며 소설가의 이력을 추가했다. ‘강기훈 유서대필 사건’을 토대로 소설 ‘화월’을 펴낸 박기묵 CBS 기자와 ‘언론장악’ 이후 MBC의 흑역사를 소설로 기록한 안형준 방송기자연합회장처럼 허구의 형식을 빌려 진실 밝히기를 시도한 이들도 있다. 그런가 하면 사실 기록이라는 기자 본연의 업무와 전혀 다른 장르에서 작가의 기질을 발휘하기도 한다. 최혁곤 경향신문 스포츠편집·온라인부장은 2013년 한국추리문학대상을 받은 ‘B파일’을 포함해 ‘B컷’, ‘탐정이 아닌 두 남자의 밤’ 등 벌써 3편의 추리소설을 펴낸 작가다. 지난해 1월에는 이용균 경향신문 야구전문기자와 함께 본격 야구 미스터리 ‘수상한 에이스는 유니폼이 없다<오른쪽>’를 펴내기도 했다.


최근 대세는 웹소설이다. 웹소설 산업 발달에 힘입어 작가 데뷔를 꿈꾸는 기자들이 많아지고 있다. 공모전 수상 등을 통해 정식으로 데뷔하거나, 필명조차 숨긴 채 습작을 하며 ‘때를 기다리는’ 이들도 있다.


문영수 아이뉴스24 기자는 지난 2016년 CJ E&M과 카카오페이지, 다산북스가 공동 주최한 추리·미스터리·스릴러 소설 공모전에서 ‘오프 더 레코드<왼쪽>’로 우수상을 받았다. 유괴당한 딸을 되찾기 위해 다른 아이를 유괴해야 하는 기막힌 사연과 반전을 담은 미스터리 소설이다. 이 작품은 이듬해 카카오페이지에 연재되어 12만명 이상이 봤다. 이를 계기로 웹소설 세계에 본격 데뷔한 문 기자는 ‘무정영’이라는 필명으로 카카오페이지, 미스터블루 같은 온라인 콘텐츠 플랫폼을 통해 ‘언터칭’, ‘뉴 메타’ 등의 작품을 연재했다. ‘언터칭’은 제5회 교보문고 스토리공모전 우수작으로 꼽히기도 했다.


문 기자는 추리, 공포, 판타지 같은 장르소설을 쓴다. 지금은 연재를 마치고 다음 작품을 구상하면서 게임 담당 기자라는 ‘본업’을 성실히 수행 중이다. 글은 주로 퇴근한 뒤나 주말에 쓴다. 그는 “저한테는 글을 쓰는 게 취미이고 일종의 힐링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것”이라며 “글 쓰는 걸 업무의 연장선이라고 생각하면 절대 못 했을 거다”라고 말했다.


웹소설 시장이 커지면서 문 기자처럼 작가를 지망하며 웹소설 세계에 뛰어드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2013년 100억원 수준이던 국내 웹소설 시장 규모는 2017년 2700억원으로 급성장했다. 창작자 수도 급증했다. 2016년 말 기준 네이버 웹소설 챌린지리그에 1회 이상 작품을 업로드한 작가는 18만명에 달했다. 높은 인기와 시장 확대에 힘입어 억대 연봉 작가도 많아졌다. 2016년 웹소설 작가 중 8.2%가 연 1억원 이상의 수입을 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가장 많은 비율인 35.8%가 1000만원 미만을 벌었다.  


웹소설 특성상 유료 결제가 많을수록 작가에게 돌아가는 수익이 많아지는데, 일정 시간이 지나면 무료로 전환되는 결제 시스템 때문에 웬만큼 몰입력이 있거나 팬덤을 보유한 작품이 아니면 큰 수익을 기대하기 어렵다. 문 기자 역시 데뷔작이 좋은 반응을 얻었지만, 수익이 많은 편은 아니다. 지금은 수익보다 쓰고 싶은 이야기를 쓴다는 데 의미를 두고 있다.


한때 소설가를 꿈꿨던 경제지의 한 기자도 ‘습작’ 수준이지만 꾸준히 웹소설을 쓰고 있다. “아직 알릴만한 정도가 아니”라며 필명조차 밝히지 않은 이 기자는 “블로그에 글을 올리듯 틈틈이 끄적거리는 수준”이라고만 말했다. 그러면서 “웹소설은 플랫폼도 워낙 여러 개가 있는 데다가 진입 장벽이 엄청 높다”며 “카카오페이지 같은 데는 출판사와 계약을 맺지 않으면 들어갈 수 없고 네이버 정식연재도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방송사의 한 기자 역시 언젠가 웹소설 작가로 전직하는 것이 꿈이지만, 정식 데뷔나 연재는 하지 못하고 있다.


문 기자는 “웹소설 시장은 이미 충분히 커졌고, 앞으로 더 커질 예정”이라면서 “혼자서 글 쓰는 기자들이 많은 것으로 안다. 하지만 도전하지 않으면 결실을 이룰 수가 없다. 매일 기사로 평가받는 기자들이 전혀 다른 장르의 글로 평가받는 게 쉽지 않겠지만, 많은 기자들이 도전해서 작가의 꿈을 펼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고은 기자 nowar@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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